<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김유정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박병례의 첫 창작 소설집. 첫 소설집에서 작가는 젓가락을 놀리듯 이웃의 삶을 차근차근 되짚어낸다. 가난한 주인공들은 사랑과 더불어 이기를 나눠가지며, 사건은 단순한 생활의 편린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 이를테면 미군 문제나 산업화 문제 등과 맞닿아 있다. 천연덕스럽게 입말을 구사하며 전통적 서사로 일관하는 그의 소설은 유행과 화려함이 분별없이 범람하는 풍토 속에서 오히려 의미있는 희소성을 보여준다.
출판사 서평
♤강렬한 에너지를 내장한 신예작가
'가난'과 절망적인 상황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며 '아픈 현실을 껴안으려는' 작가의 고집스런 투지가 엿보이는 소설집 {쑥 캐는 불장이 딸}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중편소설 [여름, 그 어느 날]이 추천작으로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첫 소설집을 엮어낸 박병례 씨는 서두르지 않는 진중함만큼이나, 주제나 의식 면에서 묵직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집에 실린 9편의 중·단편들은 모두 우리네 삶의 현장에서 그 제재를 취하고 있다. 폐유로 ...
♤강렬한 에너지를 내장한 신예작가
'가난'과 절망적인 상황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며 '아픈 현실을 껴안으려는' 작가의 고집스런 투지가 엿보이는 소설집 {쑥 캐는 불장이 딸}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중편소설 [여름, 그 어느 날]이 추천작으로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첫 소설집을 엮어낸 박병례 씨는 서두르지 않는 진중함만큼이나, 주제나 의식 면에서 묵직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집에 실린 9편의 중·단편들은 모두 우리네 삶의 현장에서 그 제재를 취하고 있다. 폐유로 뒤덮인 개울, 텃밭의 오갈든 채소들, 한지붕 아래 살기조차 힘겨운 가족들, 하루하루를 속고 속이며 살아가는 이웃들, 출생이 곧 원죄가 되어버리는 여성들……. 작가는 마치 젓가락을 놀리듯 능숙하게 우리 이웃들의 삶을 되짚어낸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이기적인 욕망과 사랑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런 주인공들이 엮어내는 사건들은 단순한 생활의 편린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천연덕스럽게 입말을 구사하며 전통적 서사로 일관하는 박병례의 소설들은 환각(幻覺) 모티브와 위악적인 문체가 유행하고 분별없는 화려함이 범람하는 풍토 속에서 오히려 의미 있는 희소성을 보여준다.
♤절농(絶農) 위기에 처한 농민들의 비애를 다룬 작품
첫머리에 놓인 [황구지천](중편)은 홍수와 미군 부대라는 자연적·인위적 두 재앙에 직면한 황구지리 주민들의 참상을 다룬 이야기로, 미군 부대의 주둔이 농촌의 황폐화에 미친 영향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문제의식이 녹아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황구지천의 범람으로 수해를 맞은 황구지리의 모습이 그려진 2장에서 마을을 휩쓸어버리는 검은 물의 소용돌이 속에서 종수와 영숙이 사투를 벌이는 장면과 출산을 앞둔 현식의 소들이 물난리에 휩싸이는 장면, 그리고 미군 헬기의 구조를 끝내 거부한 채 급류에 몸을 던지는 영숙의 행동은 우리에게 막막한 절망과 비애감을 안겨준다.
등단작 [여름, 그 어느 날]은 불법 산업폐기물 매립장으로 인해 농촌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결과로 희망까지 빼앗겨버린 농민들의 참상을 한나절 동안의 시간축에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허맹순의 넋두리와 회상이 겹쳐져 전개된다. 이 작품의 대화 장면에서 작가는 스피드한 문체보다는 능청과 청승이 무수히 교차하는 걸쭉한 입말을 생생하게 풀어놓음으로써 '변죽 울리기'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한편, 농촌 비애의 정서는 [살다 보면]에서도 밑그림을 이루고 있는데, 마흔이 되도록 노총각 신세를 면치 못한 동만의 한탄(\"농사 농 자는 한치의 도움도 주지 못했다\")이 당연하게 들려온다.
♤여자와 삶, 그리고 가난이 얽어놓은 이야기들
표제작 [쑥 캐는 불장이 딸]을 비롯하여 [뻐꾸기 둥지], [바다에 가면] 등은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이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한결같이 깊은 한(恨)을 지니고 있다. 자폐증을 앓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쑥 캐는 불장이 딸]), 6·25 때 부역 혐의로 죽임을 당한 어머니로 인해 혈육과 생이별을 해야 했거나([뻐꾸기 둥지]), '어머니'의 과거 망령으로부터 시달린다([바다에 가면]).
[쑥 캐는 불장이 딸]의 경우 유년기에 엄마를 잃고 존재의 결핍을 겪었던 승희의 체험이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승희의 결혼 생활은 철저한 타인과의 삶이었고, 결국 그녀는 두 돌이 지난 아이를 두고 가출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n아이는 승희가 그러했듯이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자폐'의 운명을 앓게 되는데,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승희와 아이가 만나는 장면은 '젖내'의 그리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뻐꾸기 둥지]는 6·25 전쟁통에 자신의 과오로 동기들을 잃었다는 자책감을 안고 한평생을 살아온 한 여성이 아들에게 구술하는 형식을 취한 작품으로,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가 전면에 펼쳐져 있다. 특히 '나'의 시집살이를 묘사한 대목은 마치 고전소설의 어느 장면을 보는 듯하다.
1997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그해의 겨우살이]에서 우리는 '억척어멈'을 만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똑똑했던 큰언니는 집안을 일으키는 대신 빚만 남겼지만, 어머니는 억척스럽게 그 빚을 갚아나간다. 그런데 이 억척스러운 어머니는 쪼들리는 살림에도 쌀 두 가마니를 빌려주고는 떼어먹히고 만다. \"정말이지 엄마는 애물단지였다.\"
연작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소망빌라 사람들 1·2]는 IMF 이후의 상황을 관찰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IMF 이후 가난한 자들에게 닥친 궁핍의 공포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런 가난의 체험은 삶의 존립 기반과 인간의 덕목까지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돈의 유혹에 불륜을 저지르게 되고, 급기야 근친상간까지 당하여 집을 나가고, 이웃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 하다가 되레 협박을 당하고, 가계안정대책비를 타먹으려고 별거중인 것처럼 이웃을 속이고 하는 일상사를 그린 [소망빌라 사람들]은 우리의 아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저자 소개
박병례
1968년 충남 아산 출생. 공주사범대학 도서관교육과 졸업.
1995년 '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
1997년 '김유정문학상' 수상.

목차
황구지천...7
쑥 캐는 불장이 딸...61
여름, 그 어는 날...100
살다 보면...143
그해의 겨우살이...175
뻐꾸기 둥지...202
바다에 가면...231
소망빌라 사람들1...260
소망빌라 사람들2...282
해설/고?영직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