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하고 진솔한 입담의 작가 김주영이 <홍어>에 이은 새 장편소설 <멸치>를 출간했다. 멸치는 자신을 잡아먹을 포식자를 향해 매혹적인 군무를 추는 척추동물이다. 그래서 덩치가 큰 고래보다 담대하고 의젓하다. 내장까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몸체로 일생을 살면서도 알을 밴 흔적만은 감추는 은둔자의 삶. 이러한 멸치와 같은 삶을 사는 주인공을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데, 수련한 풍광에 둘러싸인 강가를 배경으로 `나`와 외삼촌이 경험하는 순수의 세계가 독자들의 가슴을 애잔하게 흔들 것이다.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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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작가 김주영의 새 장편소설 [멸치]가 문이당에서 출간되었다. [멸치]는 [홍어] [거울 속 여행]과 같이 김주영 특유의 문체와 작품 세계가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다. 작가가 즐겨 그리고 있는 어린 시절 시골 마을이 이 작품에서도 독특한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역시 어린 소년인 '나'가 화자로 설정되어 있다.

전작 [홍어]가,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결국 환멸을 느끼고 집을 떠나는 어머니와 어느 날 눈보라처럼 날아온 '삼례'라는 여성 인물을 함께 내세워 그 각각의 관계를 줄거리로 삼은 소설인 반면, 신작 [멸치]는 아...



중견 작가 김주영의 새 장편소설 [멸치]가 문이당에서 출간되었다. [멸치]는 [홍어] [거울 속 여행]과 같이 김주영 특유의 문체와 작품 세계가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다. 작가가 즐겨 그리고 있는 어린 시절 시골 마을이 이 작품에서도 독특한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역시 어린 소년인 '나'가 화자로 설정되어 있다.

전작 [홍어]가,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결국 환멸을 느끼고 집을 떠나는 어머니와 어느 날 눈보라처럼 날아온 '삼례'라는 여성 인물을 함께 내세워 그 각각의 관계를 줄거리로 삼은 소설인 반면, 신작 [멸치]는 아버지의 허세와 불성실에 환멸을 느낀 어머니가 이미 떠나간 상황에서 줄거리가 시작되는 소설이다. 부권주의를 대표하는 아버지가 한편에 있고 또 다른 한편에 있는 인물이 주인공 소년의 외삼촌 '달구'이다. 유수지(遊水池)에 살면서 외부 사람들과의 관계 절연은 물론이고 생계 유지를 위한 어떤 일에도 골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외삼촌은 떠나간 어머니의 세계를 독특한 방식으로 '나'에게 환기시키는 인물이다. 소년은 앙숙 지간인 아버지와 외삼촌 사이를 오가면서 어머니가 돌아오기만을 고대한다. 이 소설에서 어머니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아버지, 외삼촌, 소년이 각각 기대하고 그리워하고 추정하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반복되어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어머니 이미지가 중요한 것은 현실의 실제 어머니가 상상적인 이미지를 비껴가고 있다는 진실을 깨닫기 위해서이다.

김주영 소설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감동과 재미는 [멸치]에서도 여전히 계속된다. 작품성과 대중성은 이 소설에서 또 한 번 행복한 만남을 갖는다. 특히 유수지 주변을 배경으로 '나'와 외삼촌이 함께 경험하는, 자연의 생태와 아련한 풍치 가운데에서의 영혼의 교류는 애잔한 감정의 파문을 일으킨다. 또한 멸치 떼와 소년이 함께하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김주영의 글쓰기가 만들어 낸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주영의 신작 [멸치]는 2002년 봄을 맞은 한국 문단에 또 하나의 빛나는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작가의 말
사소한 어류인 멸치도 엄연한 척추동물이다. 산란으로 번식하지만, 알을 밴 멸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고래가 멸치를 사냥하는데, 고래를 만난 멸치 떼는 질주를 멈추고 폭죽처럼 흩어졌다가 전열을 가다듬고 의연히 수중 발레를 벌인다. 그리고 물결을 이룬다. 목숨이 담보되고 말았는데도 비굴하거나 추악하지 않고 포식자를 향하여 매혹적인 군무를 보여 주는 어류는 멸치뿐이다. 물결을 이룬 아름다운 춤사위에 매료된 고래는 더욱 충동적으로 멸치를 사냥한다. 그러므로 멸치는 고래보다 크고 의젓하다. 고래는 너무 크고 멸치는 제일 작지만, 고래보다 강직하고 담대한 어족이다. 그리고 내장까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몸체로 일생을 살면서도 알을 밴 흔적만은 감추는 은둔자의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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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김주영
1939년 경북 청송에서 출생.
서라벌예술대학 졸업.
1971년 『월간문학』에 [휴면기]가 당선되어 등단.
장편소설 『객주』(전9권) 『아들의 겨울』 『천둥소리』 『활빈도』(전5권)
『화척』(전5권) 『야정』(전5권) 『홍어』 『아라리 난장』(전3권) 『거울 속 여행』
소설집 『겨울새』 『새를 찾아서』 『김주영 중단편전집』(전3권) 등이 있다.
1983년 [외촌장 기행]으로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1984년 『객주』로 제1회 유주현문학상 수상
1993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수상
1996년 『화척』으로 제8회 이산문학상 수상
1998년 『홍어』로 제6회 대산문학상 수상
2001년 『아라리 난장』으로 제2회 이무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