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옛 기억의 소녀를 닮은 여자가 다가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부정하지 않되 인정할 수 없는 사랑의 재래에 혼돈스러워하는 한 남자. 되돌이표가 아닌 다른 생으로 건너가려는 남자를 둘러싼 제도와 습속의 막. 기어이 먼길을 떠나려는 길을 치고 들어오는 검은 차……. 그리고 식은 커피. 이 지지부진한 서사를 실존적 원형으로 구성해내기 위해 작가는 잦은 시간차 서술, 극단적인 짧은 문장, 수시로 엇갈리는 화자의 병치, 날씨와 같은 자연 현상의 대입을 통해 전연 지루함 없이 풀어나간다.

출판사 서평
지금 혹시 커피를 마시려고 타놓은 것이 있다면 33초 내에 빨리 마셔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 맛을 음미해야 한다.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조금 있다 마셔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모닝커피]는 어떤 맛인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시려고 타놓았던 모닝커피가 차갑게 식은 것 이외에는…….
작은 거울에서는 아주 늙어버린 내가 초라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한참 동안 아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모닝커피]는 다재다능하고...
지금 혹시 커피를 마시려고 타놓은 것이 있다면 33초 내에 빨리 마셔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 맛을 음미해야 한다.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조금 있다 마셔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모닝커피]는 어떤 맛인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시려고 타놓았던 모닝커피가 차갑게 식은 것 이외에는…….
작은 거울에서는 아주 늙어버린 내가 초라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한참 동안 아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모닝커피]는 다재다능하고도 정력적인 글 생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업작가 원재훈이 스스로 '첫'이라는 관형사를 붙여 독자들의 주목을 끌어당기는 소설이다. 표면적으로 저자가 상정하는 이 작품의 독자군으로는 서른을 넘어 중년에 이르는 길을 걷고 있는 남성이 될 테지만, 달콤 씁쓸한 모닝커피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 부류만이 아닌 바에야 이 작품의 맛은 아침의 두터운 어질병을 앓는 도시인들에게 쉬이 다가갈 것이다.
소설 [모닝커피]는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단순한 창작 모티프로부터 출발한다. 당신이 그러한 것처럼 커피를 타놓고 마시려다가 다 식을 때까지 못 마시는 경우가 있다. 그 사이 당신은 걱정을 하거나, 돈 계산을 하거나, 전화 통화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잠시 졸거나, 외출을 하고 돌아온다. 그럴 때 커피는 작가의 말처럼 변심한 연인의 손처럼 차갑다. 식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드물다. 혹여 마시더라도 당신은 후회를 같이 마시게 된다.
'호접몽'을 연상하게 하는 이 단순하고도 작은 서사는 어느 정도 계시적이다. '시간의 제약'이라는 서사 장치를 고유어로 '사이'라 한다면, '커피가 식을 동안'이라는 '사이'는 문명이 마련한 존재론적 은유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시간, 이 잘디잘게 분절돼 가는 현대의 '사이'를 채워 넣는 사건으로 무엇이 있을 수 있나. 오늘날의 작가들이 환상과 괴담으로 채워넣고 있는 그 사이를 차지하고 있던 목록들은 무엇이었나. 아마도 신의 하늘과, 인간의 사랑, 자연의 언어였을 테다.
[모닝커피]는 그러한 인간의 기억으로 내려가는 물약과도 같은 소설이다. 작가는 푸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인간이라는 짐승에게 영성을 부여하는 행위를 추억하고 싶었다고, 완전한 모습의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그리하여 남성의 아니 인간의 비애감을 형상화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몸이 기억하는 옛 기억의 소녀를 닮은 여자가 다가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부정하지 않되 인정할 수 없는 사랑의 재래에 혼돈스러워하는 한 남자. 되돌이표가 아닌 다른 생으로 건너가려는 남자를 둘러싼 제도와 습속의 막. 기어이 먼길을 떠나려는 길을 치고 들어오는 검은 차……. 그리고 식은 커피. 이 지지부진한 서사를 실존적 원형으로 구성해내기 위해 작가는 잦은 시간차 서술, 극단적인 짧은 문장, 수시로 엇갈리는 화자의 병치, 날씨와 같은 자연 현상의 대입을 통해 전연 지루함 없이 풀어나간다.
[모닝커피]의 소설적 형식을 보자면 서사의 골격은 허술해 보이나 그 안을 채워 넣은 내장재는 정선되어 있다. 충실한 아내가 있고, 사랑스런 딸이 있고, 번듯한 직장이 있고, 평가받는 명성이 있고, 만족스런 동료들이 있는 한 남자가 불현듯 가던 길을 멈춰 서서 늘어놓는 읊조림은 생의 환희와 비관을 동반한 가운데 때로 조로의 기운에 가까이 다가간다. 무난한 생에 또다시 강렬한 추동이 일 어 갈지자로 걷게 된 주공공의 뒤를 따라 걷는 독자는 때로는 그 비애감에 동감하고 때로는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게 되는 '사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독자의 먼 기억을 되불러오는 회한이 될지, 오래된 미래를 추억하게 하는 원망이 될지, 가슴에 아련한 감정의 김을 돋워 올리는 가습기가 될 지는 독자의 삶의 경험과 소설을 읽는 습관에 달린 일이다. 다만 모닝커피를 타게 될 아침의 한가한 망중한이 더욱 귀한 시간으로 여겨질 것은 분명하다.
[모닝커피]가 식을 동안 벌어진 이야기
그는 심야방송 DJ다. 마흔 줄에 갓 들어섰으며 전문직 아내와 사랑스런 딸로 구성된 아늑한 가정을 누리고 있다. 그의 방송은 잠 못 이루는 도시의 영혼에 송전되어 안심과 온기를 전한다. 그리고 처음 그가 그녀를 만나던 날, 그녀는 말한다.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요.\" 그는 생각한다. 무슨 말이었을까? 그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었을까?
무슨 일일까. 그녀를 만나고 나서는 하찮은 사물의 모든 것에 의미를 담아두던 내 스무 살의 버릇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래 이런 느낌은 그때의 느낌이야.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이상하다. 마치 누구로부터 도망치는 듯한 포즈가 몸에 배였으며, 자신의 감정의 너비를 죄었다 풀었다 하는 것에 익숙지 못하다. 모닝커피를 마시는 아침의 데이트는 그의 작업실로 그녀가 방문하면서부터 사라진다. 그는 그녀를 파랑이라 부른다. 2000초(33분 20초)짜리 모래시계의 모래가 하강운동을 마치기 전까지 와 달라는 그의 전언에 그녀는 자연스레 응한다. 그녀에게 급작스레 친밀감을 느끼는 그는 육체의 욕망과 옛 기억의 폭주에 혼돈스럽다.

'저건 말이지. 이 극장 안에서 죽은 필름들의 영혼일 거야. 영화가 상영되면서 죽어간 스타들의 눈물일 수도 있어. 저것 봐. 영사기가 돌아가면 너무나 좋아하잖아.' ……우리는 미친 듯이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비상구 계단을 열면서 그녀가 말했다. 무슨 영화를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아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린 날 그에게는 정희라는 짝이 있었다. 그의 어린 마음의 눈과 입술의 첫 주인이 된 정희는 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눈밭을 헤매다 동생과 함께 사라진다. 정희를 찾기 위해 혼절까지 경험한 그에게 파랑을 만나고서부터 정희의 기억이 스멀거린다. 그녀의 흔적을 찾아 물건을 뒤지고, 다시 고향을 찾은 그에게 정희의 기억은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동창생들의 엇갈린 기억 속에서 새로이 짜여져 나간다. 정희를 찾아 차가운 눈밭 속에서 나는 무슨 소리를 들었던가.

아라비아의 사막 지대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속에서 날아온 새 한 마리, 그리고 삶의 절망감에 시달리는 승려, 그의 고행에 가까운 산속의 굶주림에 지쳐 쓰러질 때 날아온 새 한 마리와 붉은 열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막에서 쓰러져 죽은 한 사내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정신과 의사인 아내는 말한다. 며칠 전부터 찾아와 부도덕한 사랑의 고통을 토로하는 한 여성의 사례를. 아내의 의심은 자연스레 늘어가고, 폭설이 내린 주차장에 쓰러져 누운 파랑을 부둥켜 앉은 남편을 본 아내는 잠정적 결별을 통보한다. 그는 파랑에게서 거부가 용납되지 않을 운명을 느낀다고 자신을 설득한다. 방송사 선배이자 동료인 윤 PD와 고향 마을의 친구이자 사제가 된 베드로 신부의 근심을 우회한 그는 결국 파랑과 일본으로 떠날 결심을 하고선 행장을 차리고 공항으로 급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건너편,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파랑을 향해 뛰어가던 그를 덮치는 탈것의 소리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듣게 될 소리일 줄이야.
기억의 꼬리를 버둥거리다가 기어이 물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숨을 거두는 붕어의 모습이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영혼의 모습일 것이다. ……금붕어가 전 생애 동안 그리고 죽어서까지도 두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내가 이토록 고통 받고 있는 물 밖의 세상이 아닐까? 왜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

목차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하루
나는 그녀를 파랑이라 불렀다
내가 그대를 사랑한 날부터
슬픈 첫 키스
어둠 속의 두 남자
모래시계
정희 자매
바람에 날려 온 잎새 하나
열대야
혼자 자는 밤
가을의 비가
아내의 환자
사람을 슬프게 하는 사람
인생은 드라마다
폭설 속에서
잠자리의 죽음
모닝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