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의 걸작 <어린 왕자>중 무엇보다도 그의 '그림'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작품의 주인공인 어린 왕자뿐 아니라 작가 생텍쥐페리의 내면 풍경을 살펴보고 있다. 심리학 지식을 배경으로 생텍쥐페리의 생애와 그 주변 사람들의 증언,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과 일기 등을 제시하는 저자의 논리적인 설명이 돋보인다.
출판사 서평
어린 왕자』의 그림을 분석한 독특한 책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어린 왕자』에 실려 있는 그림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주인공인 어린 왕자뿐 아니라 작가 생텍쥐페리의 내면 풍경을 적절히 들춰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생텍쥐페리가 젊은 시절 미술학교에 다녔다는 사실과 『어린 왕자』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이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저자는 바로 그 그림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통해 작가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욕망의 무늬들을 한겹 한겹 벗겨내...
어린 왕자』의 그림을 분석한 독특한 책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어린 왕자』에 실려 있는 그림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주인공인 어린 왕자뿐 아니라 작가 생텍쥐페리의 내면 풍경을 적절히 들춰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생텍쥐페리가 젊은 시절 미술학교에 다녔다는 사실과 『어린 왕자』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이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저자는 바로 그 그림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통해 작가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욕망의 무늬들을 한겹 한겹 벗겨내고 있다. 지금까지 『어린 왕자』의 글 텍스트는 물론 비행기 사고로 죽은 생텍쥐페리의 소설 같은 삶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 있었으나, 그림 자체에 대한 분석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작업이다.
생텍쥐페리의 욕망을 드러내는 그림들
그림에 대한 분석 결과는 놀랍다. 어린 왕자의 순진무구함과 순수성에 매료된 독자라면 다소 충격적일지도 모르겠다. 대표적인 예로 어린 왕자가 자신의 혹성에 있는 휴화산을 청소하는 그림(표지 그림, 본문 104쪽 참조)은 근친상간의 의미로 읽힌다. 혹성은 어머니로, 두 개의 활화산은 뜨거운 젖이 나오는 젖가슴으로, 휴화산의 분화구는 여성 성기로, 청소 도구인 쑤시개는 남성 성기로 각각 상징되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어린 왕자 하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도 독특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보아뱀은 자기 몸보다 큰 것을 집어삼키는 뱀의 특징 때문에 여성적인 의미로, 코끼리는 거대한 남성의 이미지로 포착함으로써, 결국엔 어머니의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 어머니와 한 몸이 되고 싶은 작가의 퇴행 욕구로 해석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생텍쥐페리 자신이 그렇게 의식적으로 자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욕망이 자기도 모르게 그림으로 표현되었다는 게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저자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바탕을 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이론적 바탕으로 깔고 있다고 속단하기 쉽다. 하지만 책 전체를 통틀어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저자는 프로이트와 융을 포함해 폭넓은 심리학 지식을 배경으로 생텍쥐페리의 자세한 생애와 그 주변 사람들의 증언,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과 일기, 심지어 『어린 왕자』에 채택되지 않은 그림들과 여타 화가들의 작품까지 생생하게 제시하면서 독특한 논리를 탄탄하게 전개해 나간다. 이것은 프랑스에서 생텍쥐페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의 약력과 무관하지 않으며 ‘글’을 통해서 다다르지 못하는 생텍쥐페리의 내면과 소통하는 길을 연구한 저자의 오랜 산고 끝에 얻은 결실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정보와 색다른 시각도 흥미롭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어린 왕자의 심리, 아니 생텍쥐페리의 심층 심리가 이 책을 읽고 열광하는 독자들의 내면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생텍쥐페리가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세계를 적극 옹호한 것은, 평생에 걸쳐 어머니의 품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모성성에 대한 그의 집착 때문인데, 이는 결국 생텍쥐페리가 성인의 세계로 들어서기 위해 누구나 치러야 하는 일종의 통과제의, 혹은 가혹한 성인식의 과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읜 생텍쥐페리는 자상하고 품위 있으며 지적인 어머니를 늘 최고의 여자로 알고 지냈으며, 그의 어머니 또한 죽은 남편에 대한 애정을 맏아들인 생텍쥐페리에게 투사함으로써 어린 그에게 ‘왕자 환상’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의 탄생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가능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지나친 사랑과 의존으로 인한 중압감과 압박감, 잠재적인 동성애 경향,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고뇌, 유아기에 대한 향수, 인간관과 세계관의 변화 등, 그림들의 연계적인 분석은 그의 내면 세계의 풍경을 보여주며, 문학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던 글과는 또 다른 상징체계를 드러낸다”(196쪽)는 것이다.
하지만 왕자병, 공주병이란 말이 세간에 떠돌듯이, 이와 같은 심리는 인간이면 누구나 다 조금씩 갖고 있는 것인데, 문제는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앞에서 말한 통과제의를 무사히 건너서 행복한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아련한 향수’ 정도로 회상하고 말지만, 유독 몇몇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생텍쥐페리 역시 그렇지 못한 부류에 속한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이 점에서 저자는 『어린 왕자』의 그림에서 보이는 미성숙의 지표들에 대해서는 얼마간 비판적 관점에 선다. 그래서 저자는 ‘마더 콤플렉스’라 불러도 무방한 작가(화가)의 심리체계를 분석하면서, 아동 교육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어머니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한다. 다시 말해 아동에 대한 과잉 보호, 아들에 대한 과도한 집착, 결핍의 가치를 모른 채 아동이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줘야 한다는 부모들의 사고는 절대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언제나 옹호되어야 할 『어린 왕자』의 미덕
생텍쥐페리의 그림에서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퇴행과 미성숙의 지표들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어린 왕자』의 긍정적 가치에 대해 인간적 신뢰를 끝까지 견지하고 있다. 그림의 분석을 통해 그 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어린 왕자』의 비밀스런 색채와 슬픈 뿌리를 상당 부분 드러내긴 했지만, 애초에 생텍쥐페리가 지향하고자 했던 맑고 순수한 동심의 가치는 언제나 유효하고 필요한 인간적 덕목이라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즉, 우주적이고 전인적인 세계의 가치를 바탕으로 사랑과 평화의 힘, 관계와 협력의 힘, 시와 예술의 힘은 언제나 옹호되어야 할 인간적 덕목이라는 것이다.
♧ 본문 소개
여는글 - 어린 왕자의 탄생과 죽음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집필하게 된 동기와 이 작품이 전세계인의 관심을 받게 된 내력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제1부 추억의 밑변 『어린 왕자』의 맨 처음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구렁이’ 그림이 어떤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분석했다. 이 책 전체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으로서, 그림의 상징체계에 대한 신화적 접근과 우리 나라의 문화적 습속을 통해 ‘어머니-나-아버지’라는 가족 삼각형의 역동성과 아동 심리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제2부 왕자라는 환상의 기원 어린 왕자의 복장을 비롯하여 이 작품의 큰 틀을 분석하고 있다. 정장 차림의 어린 왕자를 보면 푸른 망토를 걸치고 장화를 신었으며 어깨 위에 계급장 같은 노란 별을 달고 칼까지 짚고 있는데 아무런 치장도 무기도 필요없을 듯한 어린 왕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그림이 어떤 맥락에서 가능했는지를 짚는다. 그것은 작가의 가족사, 비행기 조종사라는 직업, ‘나는 어머니에게 왕자’라는 환상과 겹쳐진 중세의 기사도 정신에 대해 작가의 심취를 기원으로 한다고 파악한다. 생텍쥐페리 만의 독특한 ‘어린 왕자’의 겉모습을 통해 『어린 왕자』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단초를 제시하고 있다.
제3부 어머니, 그 황홀한 감옥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자 핵심적인 내용이다. 실제로 생텍쥐페리의 어머니는 매우 여성스럽고 부드러운데, 그가 그린 어머니의 그림은 전혀 그렇지 않다. 힘세고 억세며 중성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왜 그런가에 대한 저자의 집요한 추적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누이들에 대한 기괴한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혹성의 휴화산, 사막의 모성적 은유

목차
머리말 - 셍텍쥐페리는 화가였는가
여는글 - 어린 왕자의 탄생과 죽음
제1부 추억의 밑변
모자와 뱀
왜 코끼리를 삼켰을까
제2부 왕자라는 환상의 기원
별나라의 기사
백마 탄 왕자의 꿈
하늘의 기사 셍텍쥐페리
제3부 어머니, 그 황홀한 감옥
멋진 어머니
당신의 손에 의지합니다
사과나무의 보랏빛 상처
그리움이라는 퇴행성 질병
왜 휴화산을 청소할까
태양 아래 별빛 아래
남성과 여성 사이에
발을 세우고 심연 속으로
제4부 변덕스런 장미와 바오밥나무 사이
장미의 두 얼굴
오르기 어려운 산
숨은 그림, 숨은 진실
바오밥나무 그늘
어린 왕자의 목도리
우물가에서 찾은 진리
제5부 별이 된다는 것
탄생의 순간, 죽음의 순간
초월, 그 후
그래도 우리가 모르는 것들
생텍쥐페리 연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