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고,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이야기 그림책! <뜨거운 물고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따뜻한> 이후 새롭게 발행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기존 이미지 중심의 작품들과 다르게 본격적인 글 작가와 만화가가 만났다. 이 책의 원작은 수 년 전 발표된 안도현의 <관계>를 형상화한 것이다. 시인의 감수성과 상상력이 만나 읽는 이들에게 다양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출판사 서평
작은 도토리 하나가 거대한 갈참나무로 성장하는 이야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긴 이야기가 아니다. 주제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너무 짧기까지 하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도토리가 숲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갈참나무로 성장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길고 짧음은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시인의 깊은 감수성이 그림과 만나 풍성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인은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는 작은 도토리와 나뭇잎과 갈참나무, 더 나아가서는 도토리를 주워 생계를 잇는 노인과 숲속의 쥐들까지도 모두 관...
작은 도토리 하나가 거대한 갈참나무로 성장하는 이야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긴 이야기가 아니다. 주제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너무 짧기까지 하다.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도토리가 숲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갈참나무로 성장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길고 짧음은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시인의 깊은 감수성이 그림과 만나 풍성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인은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는 작은 도토리와 나뭇잎과 갈참나무, 더 나아가서는 도토리를 주워 생계를 잇는 노인과 숲속의 쥐들까지도 모두 관계라는 틀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아무 의미 없을 것 같은 작은 도토리일지라도 숲과 관련한 모든 것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 세상에 대한 시인의 은유다. 성장만을 내세우거나 자신의 보잘 것 없음만을 슬퍼하는 현대인들에게 주변을 한번 잘 둘러보라는 묵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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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성장통을 형상화한 만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만화 역시 만화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깝다. 만화가 심갑진은 만화만이 갖는 과장법을 최대한 배제하고, 글이 주는 이면의 세계에 철저히 다가서려 했다. 어쩌면 일종의 삽화로 느낄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엔 물리적 배치가 허용치 않는다. 편집상의 주인은 어쨌든 만화인 것이다.
관계의 중심에 있는 도토리는 아프다. 자신은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주변에 신세만 지는 게 아닌지, 차라리 그러느니 모든 걸 다 포기한 채 썩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한다. 도토리가 아프다는 사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만화라면,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아프다고 하면 그만일 수 있다. 또는 아픈 표정을 극대화하면 된다. 하지만 만화가 심갑진은 직설적인 방법을 택했다. 최대한 만화가 자신이 도토리 입장에 서보려 한 것이다. 그리고 그림으로 표현된 무엇, 그것을 만화냐, 혹은 삽화냐,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도토리가 느끼는 아픔을 보는 독자들도 느끼길 바랄 뿐이다. 글을 보며 느끼는 거리감은 이렇게 만화가 심갑진의 그림을 통해서 조금 더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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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 더 나아가 디지털까지 가세한 종합 그림이야기책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가장 큰 강점은 장르의 보완에 있다. 모든 예술 장르는 나름대로의 완결된 상상력을 모토로 삼지만 현대의 독자는 보다 다양하게 전개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요구한다. 그것을 돌연변이라고 할 수도 있고 퓨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황매 픽쳐북이 탄생한 배경에는 이러한 독자들의 요구가 숨겨져 있는 것이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도 예외는 아니어서 글과 그림이 서로를 밀어내고, 자기만을 주장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철저히 경계한다.
이 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 ‘동영상 CD’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디지털 이미지의 중간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 동영상 CD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된다. 도토리와 나뭇잎이 서로를 향해 움직임을 갖고, 가을의 스산한 숲은 소리를 낸다. 시각에 청각을 더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공감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온 가족이 컴퓨터 모니터를 둘러싸고 숲 한 가운데 있는 느낌을 공유하는 상태, 그것이 바로 디지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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