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어떤 영역보다 자유롭고 유연하다는 문학. 그 문학의 안과 밖에 대해 신랄하게 비평한 평론집. 문학의 영역을 새롭게 묻기 위해서는 '문학적 지성'을 얻는 일을 지향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출판사 서평
■인문학적 지성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성찰적 시각

박철화 씨는 한국 비평계에서 가장 이채로운 평론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8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에 청년기를 보낸 문학인으로서, 창작 과정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력을 갖춘 비평가로서, 그는 인문학적 지성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성찰적 시각을 함께 갖춘 비평 활동을 전개해왔다. 1980년대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문학계 일각에 흐르는 반지성적이고 패권적인 흐름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비평의 세계를 구축해왔다는 점에서, 그는 ...
■인문학적 지성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성찰적 시각

박철화 씨는 한국 비평계에서 가장 이채로운 평론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198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에 청년기를 보낸 문학인으로서, 창작 과정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력을 갖춘 비평가로서, 그는 인문학적 지성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성찰적 시각을 함께 갖춘 비평 활동을 전개해왔다. 1980년대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문학계 일각에 흐르는 반지성적이고 패권적인 흐름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비평의 세계를 구축해왔다는 점에서, 그는 비평적 관점을 같이 하느냐 여부와 관계없이 함께 논의하고 또 참조해야 할 훌륭한 문학적 동반자라고 할 것이다. -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학교 교수)

이 책의 저자 박철화는 문학평론가 방민호가 지적하듯이 ‘이채로운 평론가’다. 평론가가 갖추어야 할 것으로 문학 전반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개성과 역사의식에 관한 남다른 안목과 지식, 작가 못지않은 훌륭한 문장력 등을 든다면, 그는 이 책에서 그것들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다. 대개의 평론이 담고 있는 유명한 학자의 어떤 주장이나 이론의 인용 없이 단순한 문장으로 곧바로 논지에 도달하게 하며, ‘문학적 글쓰기의 다른 가능성’으로 선보인 ‘문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글에서는 역사의식에 관한 남다른 안목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몇몇 글은 얼핏 보면 문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것도 ‘전체에 대한 통찰’로서 문학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글쓰기는 내게 적지 않은 긴장과 고통을 주었지만, 동시에 문학적 글쓰기의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책머리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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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몰린 문학이 해결해야 할 이중의 과제

“안 읽히고 있는가? 그렇다. 아주 죽어라고 안 읽히고 있다고 답하는 것이 객관적일 것이다. 한국에서 제일 크다는 서점인 교보문고의 2003년 매출액을 보니, ‘소설’ 분야의 점유율은 6.7%이다. 이는 외견상 가장 돈 안 되게 생겨먹은 ‘인문’ 분야의 점유율 7.4%보다 낮다.” 문학평론가 천정환씨가 최근 계간 문예지 ‘파라 21’에 발표한 ‘2000년대의 한국 소설 독자’의 도입부입니다. 이런 지적이 나올 정도로 한국 소설이 출판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실제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2004년 5월 22일 《조선일보》, BOOKS의 ‘편집자 레터’에서

문학은 지금 인간의 현실적 삶을 틀 지우는 여러 언어, 즉 법과 경제, 과학과 기술 등과의 소통회로를 잃고서 자기 폐쇄의 좁은 공간 속으로 움츠러들어 있다. 그 가운데서 내면성과 일상의 영역을 발견한 것은 소득이겠지만, 그것 또한 외적 세계와 형이상학과의 튼튼한 연결고리를 얻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소함 속의 심오함, 혹은 ‘유한 속의 무한’으로 확장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유행하는 담론처럼 만약 문학에 위기가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영역을 좁혀온 우리 문학과 문학인 자체의 위기일 것이다. -본문 200쪽

저자는 이 책에서 ‘위기’에 몰린 지금의 문학이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로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주변의 예술이었던 만화와 영화 등이 전문성을 획득하면서 문학의 자리를 침범하고 있는 지금 문학의 영역을 되찾아 그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그 정체성 속에서 문학이 발견해나가야 할 출구로서 전문성을 획득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선 정체성의 확인을 위해 문학의 개념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부터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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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정체성: ‘대중성’과 ‘순수성’의 역설

문학의 개념
저자는 문학의 개념을 규정하기 위해 프랑스대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인한 상품의 개념을 빌려와 그 영역이 어떻게 변화해왔고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봉건제도 아래서의 상품이 정해진 생산자와 정해진 소비자 사이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되었다면, 근대사회와 함께 상품은 대량생산과 불특정한 소비자 사이에서 훨씬 더 간접적인 방식으로 거래된다. 그러니 정해진 취향은 없다. 너무나 많이 뒤섞인 다수(多數)라서 정체조차 알 수 없는 대중들의 정해지지 않은 취향이 있을 뿐이다. -본문 68쪽

그리고 이런 상품의 유통 방식을 문학 역시 피해가지 못했고, 일상을 유지하기에 더 힘을 쏟았던 대중의 ‘정해지지 않은 취향’을 따라야 했던 데서 ‘대중성’이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것을 따랐을 때 생겨난 문학을 ‘리얼리즘의 포부’라고 부른다.
동시에 단련되지 못한 대중의 취향에 예술가 자신의 개성과 창조성으로 반기를 든 소위 ‘배타적 엘리트주의’ 예술가들이 출현했으며, 이들은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예술 공화국’을 형성하고 이후 여러 유파로 변형되어 나타날 ‘낭만주의’를 형성한다. 이것이 바로 대중성의 맞은편에 선 ‘순수성’이다. 저자는 이 두 가지를 근대가 탄생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자유로운 개인과 개인의 자유를 위해 맺어놓은 억압을 행사하는 ‘국가(사회?역사)’가 처한 역설의 다른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역설에 근대 이후 문학의 개념이 담겨 있으며, 지금의 문학이 찾을 출구가 있다고 덧붙인다.


한국문학의 특수성과 1990년대 문학 속의 ‘개인’
그렇다면 한국문학에서 대중성과 순수성, 개인과 국가(사회?역사)의 역설은 어떤가?
저자는 한국문학에 근대를 일궈낸 서양의 시민의식 같은 것은 없을지라도 4?19 이후 이런 싹이 트고 있으며,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국가권력과 개인 사이의 대립이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개인’과 ‘국가’의 역설이 전면화된 작품으로 1990년대의 문학 중 윤대녕과 전경린, 배수아의 작품을 든다. 이것은 한국문학이 1990년대를 기준으로 개성과 창조성이라는 문학의 개념을 쟁취하고 있음에 대한 부연이기도 하다.

집단적 전망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던 1980년대의 문학은 그 전망을 성취하기 위한 창작방법론까지 알게 모르게 강요받곤 하였다. 보고자 하는 현실만이 가치를 지니던 시기였기에 그러한 현실을 그릴 언어까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흔히 이념과 기법으로서의 리얼리즘이라고 지칭되는 것 말이다. 1990년대의 문학은 바로 그러한 교조적 리얼리즘에 대한 거부로부터 시작해서 존재와 세계와 관련된 모든 사실이 다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는 새로운 다원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1990년대 문학은 개인과 내면, 여성, 환상 등등의 새로운 영역을 헤쳐 나가며 새로운 풍경을 선보이게 된다. -본문 48쪽

그리고 저자는 이들의 작품이 보여준 미학이 아직은 미완이지만, 그 속에 문학의 현 위기를 극복할 하나의 출구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의 작품이 잠시의 도피가 아니라 ‘성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묻고 합리적인 절충의 영역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어쨌든 이들의 뒤를 이어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이 과연 1990년대 작가들의 동물적 상상력과 같은 신생의 미학을 선보일 수 있을지? 이 질문은 새로운 세기에도 여전히 우리의 소설이 자신의 영예를 지키기를 바라는 희망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역사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에너지 없이, 이미 선험적으로 역사가 사라진 자리에서 과연 어떤 풍경

목차
Ⅰ.
1990년대의 한국문학과 시민 의식
전환기의 사회와 개인의 각성
역사로부터의 탈출과 역사의 부재 - 1990년대 소설의 행방과 새로운 작가들
순수와 대중을 넘어
서사의 힘과 영상 문화
Ⅱ.
작아지고 싶은 존재의 꿈 - 함동선의 시 세계
'처음'으로의 회귀 - 김광규의 [처음 만나던 때]
물과 정 사이의 리듬 - 임영조의 [시인의 모자]
고인 물 속의 풍경 - 홍우계의 [바보 꿀벌]
삶, 그리움과 연민 - 원재훈의 [딸기]
상황과 시적 자아 - 김영남의 시 세계
시 쓰기, 혼돈 속의 희망 - 윤석산과 이상옥
두 편의 시, 가벼움과 묵직함 - 황인수고가 이성부
Ⅲ.
[객주]를 따라가는 몇 개의 길 - 김주영의 [객주]
빈자리, 혹은 과거와 현재의 공존 - 문순태의 [된장]
비밀과 위악의 서사 - 남상순의 [우체부가 없는 사진]
비어 있는 현실과 세 개의 출구 - 신승철, 김종광, 방현희의 소설
'심청'의 현대적 해석, 성과와 아쉬움 - 황석영의 [심청]
연애, 성수고가 미성숙의 사이에서 - 전경린의 경우
뒷마당의 언어 - 공선옥의 [멋진 한세상]
'아이러니'와 '딴전' -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
Ⅳ.
김훈에 관한 세 개의 글
- 폭력과 아름다움
- 화장, 삶과 죽음 사이
- 오래된 저울
신화에 관한 두 개의 글
- 왜 지금 신화인가?
- 이윤기와 유재원
류시화는 혹시 가짜가 아닐까?
강금실을 '읽다'
Ⅴ.
청년 문화와 세대 갈등의 정치학
민족주의의 두 얼굴
교육과 위험한 평등주의
공허한 도덕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