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에 의해 파멸될 수 있다는 걱정거리가 없어지는 대신에 언제 어디에 어떠한 형태로 자기들의 생활이 위협을 받을지, 마치 예측할 수 없는 혼란과 불안정한 세계가 되어버렸다. 냉전의 종식 그리고 bloc 구조의 소멸과 동시에 발생한 IT혁명에서 경제의 global화가 추진되어 이 조류에 편승하였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평생고용이란 개념은 없어지고 절대 불변으로 신뢰받던 은행과 보험회사는 도산되어서 연금의 지급조차도 위험스럽게 되어 버렸다. 지금부터는 내일에 대한 확실성을 갖고 기대할 수도 없는 예측이 어려운 세계인 것이다. 냉전 직후에 예상되었던 유럽중심의 세계 또는 미국중심의 세계는 실현되지 않았고, 유럽이 적극적으로 세계에 관여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반면에, 미국은 오히려 내부 지향적으로 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거대한 경제력, 기술력, 군사력이 가져오는 세계적인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증대되었고 미국이 선호하는 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증가되고 있다. 10년 전이라는 것은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하나의 구획단위로 불리우고 있는데 이러한 면에서 이미 냉전후 라는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10년 간 세계는 당초의 예상대로 지역분쟁은 확실히 증가했지만, 灣岸戰爭(만안전쟁)과 같은 대규모의 지역분쟁은 그 이후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냉전 이후의 세계 군사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거의 동시에 발생한 대규모 지역분쟁(MRC)의 군사력의 유지가 그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억지력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이것만이 요인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1999년 NATO에 의한 유고슬라비아 공중 폭격작전은 그 항공작전의 규모면에서는 만안전쟁에 비견될 수 있지만, 이 작전의 목적은 만안전쟁과 같이 영토와 자원을 중심으로 한 냉전시대 및 그 이전의 국제정치에 있어서의 전쟁목적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 배후에는 전략지리(지정학)적인 판단이 있을지라도 표면적으로 人道라는 종래 국제사회의 무력행사와는(무력을 행사하는 나라의 안전보장) 무관한 이유에 의해서 자행되었다. 이에 따라서 국제사회의 기본적인 rule인 주권존중, 내정 불간섭주의라는 원칙이 붕괴되었다. 이처럼 세계의 다극화 속에서 대두한 나라가 바로 중국과 印度인데 그 거대한 인구와 국토 그리고 경제발전에 의한 실력의 축적에 따라 세계는 이 양대국의 동향에 큰 영향을 받게되었다. 그리고 민족주의와 민족 중심주의가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중심이 되고 있는 한편, 냉전의 종식과 함께 東西bloc의 소멸에 따른 global化가 진척되고 있다. 이것은 오히려 냉전의 종식과 함께 시작된 정보통신 혁명, 소위 IT혁명으로 더욱 조장되고 가속되고 있다. 이런 세계 가운데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들은 스스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자신의 머리와 판단에 따라 방책을 결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전략 아래서 미국의 말에만 따르면 안전과 번영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현실을 바라보지 않고 그저 내부 지향적으로 있으면 그 자체가 혐오스러워서 자기의 몸과 재산과 국가의 안녕까지도 멋대로 생각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 세계는 더 이상 그것을 허용해주지는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하려면 우선 상황의 객관적 파악이 필요할 것인데, 이 책의 미덕이야말로 그것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