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상혼처럼 달고 있던 포기의 흔적마저 사라질때, 해묵은 흔적들을 모아 책을 냈다. 나름대로 작은 싸움의 기록이었다 우기고 싶지만, 까발려보면 그저 멀쩡하고 무난한 알궁둥이일 뿐이다. 치부를 내오인 듯 부끄럽고 민망해도 드러낼 것은 드러내야 한다. 이건 작가의 모습이자 생각일 뿐 아니라 우리의 모습이자, 생각이다. 그래서 이 책은 빠져드는 매력을 앉고 있는 듯 하다.
출판사 서평
1. 이 책의 개요
　
≪아홉살 인생≫ ≪고슴도치≫ ≪반갑다, 논리야≫ ≪철학은 내 친구≫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위기철의 첫 단편소설집으로 지난 20년 동안 쓴 단편들 가운데 8편을 골라 실었다. 작품들은 모두 첨예한 시대 상황을 배경에 깔고 있지만, 작가는 인물과 사건들을 상상으로 가공함으로써 시대 상황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표제작 [껌]은 껌 멀리 뱉기 훈련에 몰두하는 사내를 통해 무엇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인가를 짚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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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개요
　
≪아홉살 인생≫ ≪고슴도치≫ ≪반갑다, 논리야≫ ≪철학은 내 친구≫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위기철의 첫 단편소설집으로 지난 20년 동안 쓴 단편들 가운데 8편을 골라 실었다. 작품들은 모두 첨예한 시대 상황을 배경에 깔고 있지만, 작가는 인물과 사건들을 상상으로 가공함으로써 시대 상황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표제작 [껌]은 껌 멀리 뱉기 훈련에 몰두하는 사내를 통해 무엇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인가를 짚어보고 있다.
　
　
2. 이 책의 특징
　
＿출간 의의
≪아홉살 인생≫이 작가가 20대에 바라본 인생 이야기이고 ≪고슴도치≫가 30대에 바라본 인생 이야기라면, ≪껌≫은 청년, 장년, 노년 각각의 자리에서 바라본 인생을 두루 아울러 이야기한다.
특히 ‘MBC 느낌표’에 선정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아홉살 인생≫은 아홉 살 소년의 눈을 통해 삶을 성찰한 소설로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애독되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아홉살 인생≫이 아홉 살 소년의 시점에서 동화적 분위기의 잔잔한 감동을 준다면, ≪껌≫은 좀더 직설적으로 삶의 고단함과 힘겨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단편소설집 ≪껌≫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상흔처럼 달고 있던 포기의 흔적마저 사라지고, 나는 해묵은 흔적들을 모아 책을 낸다.’는 작가의 말처럼 1986년에 쓴 작품을 시작으로 90년대를 거쳐 2004년 근작까지, 8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따라서 변모되는 시대상과 작가의 다양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위기철의 ≪껌≫에 실린 이야기들은 여유로우면서도 농밀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아프고,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하며, 진지하면서도 웃음을 품게 한다. 즉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작품들이니만큼 작가의 손길과 애정은 물론 20여 년 작가 인생의 역량이 함뿍 담겨 있다.
이 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정신적 외상을 입은 가난하고 소외받은 인물들을 위기철 작가 특유의 인간애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적 외상을 입은 인물들
이 책 속에서 정신적인 외상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80년대의 치열함을 비껴가지 못한 사람들이다. 인간이 인간을 너무나 쉽게 죽여 버리는 것을 목격한 후 그 충격으로 ‘미친놈’으로 낙인찍힌 채 가족들에게서도 격리되어 살아가는 ‘형’, ‘시대와 간음했던 자’들을 응징하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사내’, 노동운동을 하다가 경찰의 발길질에 뱃속의 아이를 잃어버린 향미와 노동조합에서 일하다 해고당한 완호 부부. 이들은 모두 아픈 시절을 보낸 아픈 사람들이다.
이들이 겪었던 부침들은 결국 이들이 남은 평생 동안 정신적인 외상을 입은 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시대가 인간에게 저지른 만행을 우리는 너무 쉽게, 빨리 망각했다. 이 책은 이젠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그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보고 미흡하나마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이 책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세공장 노동자인 갑수, 호떡장사를 해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고 있는 정복향 씨, 등록금을 위해 자신의 자존심을 잘라내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대학생 강범태 군 등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삶이 잘 드러나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풍요와 사치에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라의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져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난한 삶을 따뜻하게 보듬는 이 소설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줄 것이다.
　
＿기지와 풍자
이 소설들은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다루고 있지만 어둡지 않다. 가끔은 우습고 명랑하기까지 하다. 작가는 자칫 무겁고 칙칙한 얘기가 될 수 있는 소재들을 기지와 재치로 어둡지 않게, 무겁지 않게 풀어간다.
‘껌 멀리 뱉기’를 연마 중인 인물, 술에 취해 다른 사람의 집을 자신의 집이라 우겨대는 인물, 효율적인 노동 관리를 위해 직원들에게 유서를 쓰고 관 속에 30분 들어가게 하는 모의 장례식을 거행하는 대기업 등 우스운 상황은 모두 현실의 어렵고 힘겨운 생활을 강하게 풍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 속의 풍자는 페이소스를 진하게 품은 슬픈 풍자이다.
여기서 작가 위기철은 그의 ‘재담꾼’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애써서’ ‘티를 내며’ 힘들다고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고 침착하게 ‘정말 힘든 것’이 독자들에게도 와 닿게 써내는 것, 이것이 작가의 내공이 아닐까 싶다.
　
＿삶과 인생에 대한 성찰
인간은 살기 위해 먹는 것일까? 먹기 위해 사는 것일까? 혹은 먹고살기 위해 사는 것일까?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끈끈한 거미줄에 걸려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손바닥만 한 거미줄을 이리저리 옮겨 타고 다니며 살아야 하는 운명. 거미와 다른 것이 있다면 거미는 접착력이 있는 줄과 없는 줄을 구분할 줄 알아 자신이 짠 거미줄에 제 스스로 걸려드는 일이 없지만 인간은 자신이 짠 거미줄에 옭아매여 꼼짝달싹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일 뿐.
《껌》은 전체적으로 인생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저변에 깔고 있다. 과거의 아픔이든 현재의 고단함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 원인이든 간에 인간은 끊임없이 거미줄을 내뿜어 짜면서 엉키기도 하고 빠져나가기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이러한 운명을 상징하는 대변자들로서 작가의 의식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제가 짠 거미줄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인지를 조용하지만 당찬 어조로 이야기한다.

<껌>
사내는 신탁회사의 투자 상담원이다. 고객의 돈을 세고, 채권이 유리한지 주식이 더 유리한지 열심히 설명하고, 지금이 매도시점인지 매수시점인지 눈이 침침해지도록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내키지도 않는 회식 자리에 끼어 뻔한 농담들을 주고받으며 몇 푼의 급여에 목메고 살아가는 평범한 봉급생활자이다.
하지만 그를 절대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한 가지 일에 편집증적으로 몰두하기 때문이다. 그가 몰두하는 일은 껌을 멀리 뱉는 것이다. 기록갱신을 위해 밤낮을 안 가리고 입운동과 호흡운동을 하고 체력을 단련한다. 껌뱉기는 그가 자기 존재감을 느끼는 유일한 수단이다. 35개월 이상을 투자해 8미터의 벽을 넘은 그의 목표는 9미터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4년 5개월째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 벽을 깨기 위해 입술 근육을 단련하고 혀에 회전력을 주는 훈련을 해서 입술과 혀가 퉁퉁 부어 먹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곤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막대기로 공을 쳐서 조그만 구멍 안으로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골프나, 껌 멀리 뱉기나 마찬가지의 것이다. 다만 전자에는 그럴듯한 명분과 사회적 인정과 상금이 걸려 있고 껌 뱉기에는 그런 것들이 없을 뿐이다.
사내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길은 껌을 뱉는 일이며 껌이 날아간 길이만큼 사내의 존재 영역도 확장된다. 그런 의미에서 항상 저 너머의 또 다른 자신을 찾아가는 사내의 자기 확인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목차
껌
잊음이 쉬운 머리를 위하여
돌
봄나들이
죽음의 굿판
거미
희망
코
　
작가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