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이재인의 장편소설 『뱀삿골 오디세이』은 그 동안『악어새』 『제물포』 『소설 정중부』 등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던 소설가 이재인의 또 다른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주인공 승구가‘고향찾?기’를 통해 잊고 싶었던 개인사적 아픔과 적나라하게 대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개인사와 관계된 또 다른 타자들과의 밀고 당기기를 통해 곤계맺기, 소통의 과정, 화해의 방식 등을 보여준다. 소설가 이재인이 보여주는 ‘고향찾기’는 단순한 ‘귀향’의 의미를 벗어나서 ‘문제적 개인’을 둘러싼(그 개인은 이 시대...
이재인의 장편소설 『뱀삿골 오디세이』은 그 동안『악어새』 『제물포』 『소설 정중부』 등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던 소설가 이재인의 또 다른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주인공 승구가‘고향찾기’를 통해 잊고 싶었던 개인사적 아픔과 적나라하게 대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개인사와 관계된 또 다른 타자들과의 밀고 당기기를 통해 곤계맺기, 소통의 과정, 화해의 방식 등을 보여준다. 소설가 이재인이 보여주는 ‘고향찾기’는 단순한 ‘귀향’의 의미를 벗어나서 ‘문제적 개인’을 둘러싼(그 개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혹은 살았던 수많은 ‘개인’을 가리킬 수도 있다) 오랜 항해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는 고통, 대립, 욕망, 치욕, 회복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 작품의 중요한 중심축은 승구의 아버지 춘삼이 전쟁 때 저질렀던 만행에 대한 장노인 가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대립에 있다. 달리 보면 ‘이데올로기’와 ‘용서와 화해’라는 휴머니즘의 대립이기도 하다.
소설가 이재인은 특히 이 책을 통해 토속어와 문체의 미학적 구조를 잘 드러내고 있다. 리얼리즘의 서사와 실제 언어의 대담한 차용을 통해 다채롭게 펼쳐지는 문체의 힘은 소설을 단숨에 읽어버리게 한다. 또한 농촌의 풍습과 정서를 반영한, 서정적인 묘사 역시 이 소설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도시 생활에 실패한 승구는 그의 아내와 함께 고향을 찾아 간다. 오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을 결심한 것이다. 그가 도착한 고향 뱀삿골은 찾아가는 길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다. 귀향 첫날부터 뿌리내리고 살아야 할 고향에서 펼쳐질 수많은 문제들을 예감하는 사건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승구와 그의 아내는 귀향을 결심하고 고향에 정착했지만, 정착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통을 잃어버린, 혹은 인정이 메말라버린 수많은 이기적 타자들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승구를 끊임없이 괴롭게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장노인이다.
장노인은 승구의 아버지와 악연의 고리에 묶여있는 사이다. 그는 아들 덕만에게 승구와는 절대 가까이 하지 말라는 다짐을 받고자 하지만, 아들 덕만은 고향을 찾아 내려온 승구에게 애정의 시선을 보내는 선량한 인물로 그려진다. 오래전 전쟁 때의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기억하고 있는 장노인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은 용서와 화해의 길을 고집하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대립에서 소박한 농촌의 정서를 지향하는 주인공은 때로는 세상에 대한 무지와 도피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농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종산에 있는 소나무를 솎아내 팔고 밤나무를 심기 위해 고심하는 주인공은 그럼에도 그가 끝내 지향하는 사라진 농촌의 ‘순박함’을 찾아나가려 하지만 서울 다방 미스 박 추행 사건에 휩싸여서 돈을 빼앗겨야 하는 상황에 빠지고, 그가 상담을 청하는 법무사, 이발사 등도 정의와는 상관없이 타협만을 권한다. 또한 이중 매매 사기죄로 고발을 당하는 등 그야말로 수난시대를 겪어나간다.
그럼에도 용서와 화해의 정서가 실종되어 버린 고향에서 승구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덕만과 교회 목사의 지원, 곁을 지켜주는 아내, 승구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안성댁 등이 그런 희망의 증거들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은 승구 자신에게 있다. 자신이 떠나온 도회지보다도 더 삭막하고 각박한 삶의 현장에서 그가 지향하는 것은 사라진 순박한 농촌적 정서로의 회귀이며, 화해의 몸짓인데, 이 소설의 결말에 펼쳐져 있는 장노인의 승구의 용서와 화해의 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차
1. 외나무다리에서
2. 법은 멀고
3. 원수를 사랑하면
4. 세상을 읽는 문법
5. 기러기 떼 저 몸짓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