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김유정 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자두>를 비롯하여 총 7편의 중단편 소설을 수록한 소설집. 자살 중독자, 사할린 귀환 동포 등 버림받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의 그늘을 깊고 진지하게 파고든다. 출구를 찾지 못하는 절망 그러나 숨쉬고 있는 희망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사회성을 획득하고 있다. 또한 농촌이 황폐화되어 가는 과정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출판사 서평
소설집 『 자두 』에 실린 7편의 소설들은 10년이라는 칩거(?)의 세월을 고스란히 드러내듯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통해 작가의 관심이 우리 사회의 폭넓은 영역에 걸쳐 있음을 보여 준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가의 변화된 관심사와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가 강단지게 탐구하고 있는 것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배신당하거나 버려진 인물들과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초기작에 해당하는 「떠도는 혼」 「못밭집」 등은 90년대 후반에 등단한 여성 작가들이 거리를 두어 온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그 고통의 시간을 살아 낸 사람들의 내밀한 ...
소설집 『 자두 』에 실린 7편의 소설들은 10년이라는 칩거(?)의 세월을 고스란히 드러내듯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통해 작가의 관심이 우리 사회의 폭넓은 영역에 걸쳐 있음을 보여 준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가의 변화된 관심사와 시각에도 불구하고 그가 강단지게 탐구하고 있는 것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배신당하거나 버려진 인물들과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초기작에 해당하는 「떠도는 혼」 「못밭집」 등은 90년대 후반에 등단한 여성 작가들이 거리를 두어 온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그 고통의 시간을 살아 낸 사람들의 내밀한 상처에 대한 홍양순의 각별한 애정이 엿보이며, 우리 소설의 커다란 흐름인 ‘리얼리즘’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다. 「자두」 「동거인」 「팬츠는 집을 버렸는가」는 중국 조선족 불법 체류자, 남녀 대학생의 동거, 성적 일탈로 인한 가정 파탄과 같은 우리 사회의 치부와 세태를 다양하게 재구성한 작품들로서 어둡고 무거운 전작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시속의 흐름과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하여 간결하고 경쾌하게 세태를 묘사해 낸 점이 돋보인다.

표제작인 「자두」는 물질과 향락의 소비 풍조에 휘말려 점차 불모의 공간으로 변해 가는 오늘날 도시 주변의 농촌 풍경을 ‘모근리’와 샘뜰네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작가는 빼어난 경관의 모근리가 ‘전원주택단지’로 황폐화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샘뜰네에 한꺼번에 몰아닥친 불행을 차분하고도 냉정한 필치로 그려 내면서 세태의 변화를 예리하게 풍자한다.
「동거인」은 엘리트인 화자가 3년째 반자발적인 백수로 생활하다가 느닷없이 조선족 불법 체류자를 동거인으로 맞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중국 조선족을 ‘불법 체류자’로 규정하면서 그들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끌어안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냉담함을 통렬하게 질타하고 있다. 「팬츠는 집을 버렸는가」에 등장하는 화자의 가족들은 과잉된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불륜을 저지르거나 심지어 애완견인 ‘팬츠’조차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고, 가출을 일삼는다. 성적 일탈로 인한 한 가정의 극단적 붕괴를 통해 무관심과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불러온 현대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낱낱이 보여 준다.
「떠도는 혼」은 사할린 동포의 현실을 밀도 있게 그려 낸 작품으로서 사할린 동포인 ‘강 노인’이 고국에 들어와 양로원에 머물다가 가족이 있는 사할린으로 되돌아가는 사건을 핵서사로 하고, 사할린 동포에 관심을 갖게 된 중학교 역사 선생인 화자의 가족사를 위성서사로 배치하여 입체적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조국과 가족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사할린 동포 문제를 민족이나 국가적 차원의 거시적 관점에서 분석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개인 혹은 가족사적인 차원으로 끌어옴으로써 사할린 동포의 고통과 비극이 개인과 가족 이기주의 때문임을 아프게 상기시킨다.
「못밭집」은 좌익 활동을 한 남편 때문에 어린 아들과 여동생을 잃어야 했던 ‘못밭집’ 노친과 그를 바라보는 딸을 화자로 풀어간 이야기다. 모녀는 고향을 떠나 못밭집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채 살아간다. 딸은 피해의식 때문에 끔찍했던 과거와 결별하고 안온한 삶을 지키려 애쓰지만 노친은 자기를 쫓아낸 못밭집으로 다시 돌아가 과거와 화해하려고 애쓴다. ‘결자해지’의 전통적 사고에 바탕한 이러한 설정은 과거 좌익 계열 소설의 정형적인 플롯을 뒤집는 경쾌한 결말을 보여 준다.

목차
작가의 말
자두
동거인
길목
팬츠는 집을 버렸는가
달을 쫓아간 아버지
떠도는 혼
못밭집
해설 : 고아 의식과 세태 풍자 / 장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