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명이 사는 나라에 백명이 모두 임금님이라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될까? 이 책은 두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백 명의 임금님>과 <멋대로 임금님>이다. 작가는 이 백명의 임금님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진심을 외면한 채 잘난 척하고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꼬집는다.
임금님의 나라에서 들려오는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마음속 울림! 유쾌한 발상과 간명한 그림으로 빚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절대 권위와 체면치레, 그리고 탐욕의 끝…….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임금님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바보 같은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지금보다 더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다독여줄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준다. 세상에 태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교류 없이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신하와 백성이 단 한 명도 없는 나라의 임금님들이나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임금님은 자기 스스로 마음의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마음의 성문을 여는 열쇠는 특별하지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단 한마디의 말로, 아주 짧은 순간의 체험만으로도 스스로 깨우치면 그때까지 맛보지 못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고 더 큰 세계로 자신을 인도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건들, 특히 범죄와 폭력, 부정과 비리, 의혹과 부조리 등은 하나같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와 탐욕의 결과들이다. 이 책은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베풀 줄 아는 마음, 남의 잘못을 기꺼이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얼마나 절실하며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아들을 위해 이야기를 쓰고 그림까지 직접 그린 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묻어나는 이 책의 임금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받아들여질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순수함의 세계를 잠시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신하나 백성은 한 명도 없고 오직 임금님들만 사는 나라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이 벌어지고 거만한 헛기침소리만 요란한 백 명의 임금님 나라에 어느 날 한 나그네가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오랜 여행으로 배고픔에 지친 나그네는 빵과 물을 구하기 위해 백 명의 임금님 집을 찾아가지만 홀대만 받을 뿐, 누구 하나 따뜻하게 받아주지 않는다. 아흔아홉 번째 집까지 찾아간 나그네는 결국 온몸의 기운이 빠져 백 번째 집 앞에서 정신을 잃어버린다. 그 집의 주인은 ‘바보 임금님’. 쓰러진 나그네를 본 바보 임금님은 드디어 자신에게 신하가 생겼다는 기쁨에 들떠 나그네를 집 안으로 들이고 나그네를 위해 따뜻한 수프를 만든다. 그로부터 이틀 후 잠에서 깨어난 나그네는 식탁 위에 놓인 물과 빵과 수프를 정신없이 먹어대고,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바보 임금님은 어이없어한다. 그것도 잠시,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운 나그네가 와락 달려들어 껴안으며 바보 임금님의 귓가에 어떤 말을 속삭이자 갑자기 바보 임금님의 마음속에서 따뜻함이 솟아나는 게 아닌가. 그것은 지금까지 바보 임금님이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신비한 말, 백 명의 임금님 나라의 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은 말이었다! 이어 나그네는 다시 길을 떠났지만, 그가 남기고 간 신비한 말은 백 명의 임금님이 살고 있는 나라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그 나라의 임금님들은 더 이상 거드름을 피우지 않게 되고 입가에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서로서로 도와주며 평화롭게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나그네가 남기고 간 그 한마디는 무엇일까? 하나에서 열까지 자기 마음대로 하는 임금님의 나라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을 만큼 멋대로 행동하고 욕심이 많은 임금님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만들어 순식간에 전 세계를 정복한다. 그렇게 막상 모든 나라를 자기 손안에 넣자 더 이상 갖고 싶은 것이 없어져 임금님은 인생이 시시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임금님은 자신이 지배할 새로운 것을 찾다가, 급기야 하늘과 태양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사람들은 태양이 떠 있는 동안에는 밖에 나가지 못하고, 밤이 되어 밖에 나가더라도 하늘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발코니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임금님의 귀에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은 소녀 장님이었는데, 자기 앞에서 노래를 부르라는 명령을 소녀가 거역하자 임금님은 노래까지 자신의 것이라는 포고문을 내건다. 이제 빛과 노래를 잃어버린 세계는 꿈과 희망마저 잃어버리고 병마와 굶주림의 고통을 극복하고 힘들게 살아남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까지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런데도 임금님의 머릿속에서는 자나 깨나 소녀의 노랫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감옥에 갇힌 소녀를 설득하지 못한 대신들의 목이 하나둘 날아가고, 이윽고 성 안에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분노에 휩싸인 임금님이 직접 찾아가 노래 대신 숨을 거둔 소녀의 입술을 빼앗는 순간, 임금님의 입 안으로 신의 노랫소리가 뛰어든다. 드디어 노래가 자신의 것이 되었다며 임금님은 기뻐하지만, 그것은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영혼의 노래였다. 나는 지금 임금님이라고 착각하고 있지 않은가? 백 명이 사는 나라에 백 명이 모두 임금님이라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될까? 이 세상을 모두 지배하고 있는 임금님이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 책은 두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백 명의 임금님？과 ？멋대로 임금님？이다. 작가는 왜 두 가지 이야기의 주인공을 모두 임금님으로 했을까?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임금님의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라다 무네노리는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그의 첫 번째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독자를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웃음’과 ‘유머’다. 그의 책을 읽노라면 지하철 안에서 혼자 배꼽을 잡고 웃어야 한다. 그의 두 번째 매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독창적인 스토리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게 있어야 하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의 뒷맛. 그래서 그의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다음 책을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그의 세 번째 매력은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허무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멋진 표현력이다. 그런 하라다 무네노리가 이번에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어른동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아이를 위해서 쓴 작품이, 예전에 어린아이였던 어른들을 위한 책이 된 것이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을 ‘임금님’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내 말은 무조건 옳고, 내 행동은 무조건 정당하고, 내 의견은 무조건 통과되어야 한다. 내가 임금님이면 상대도 임금님이란 사실을 왜 잊어버리고 있는 것일까? ？？백 명의 임금님 멋대로 임금님？？을 통해 나 역시 크게 반성했다. 내 안에 있는 ‘멋대로 임금님’을 버려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