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간에 대한 오늘날의 정의가 최근에 고안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어떤 존재가 인간이고 어떤 존재가 인간이 아닌가 하는 문제에는 인종과 민족성, 인류의 기원에 대한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이 책은 포스트휴먼 시대를 눈앞에 둔 오늘날, 인간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출판사 서평
인간이란 무엇인가? 아르메스토의 시선으로 인간을 보다
웰스(H. G. Wells)의 소설로 만든 영화 「모로 박사의 섬」(1996)에서 모로 박사는 갖가지 유전 접합 실험으로 짐승도 사람도 아닌 끔직한 모?습의 수인을 만들어낸다. 박사는 동물과 사람의 DNA를 합성해 완벽한 인류를 창조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는데, 오늘날 유전공학, 인공지능 연구 방향의 위험성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그만큼 인간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문제는 눈앞에 다가와 있지만,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인간만이 가진 본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아르메스토의 시선으로 인간을 보다
웰스(H. G. Wells)의 소설로 만든 영화 「모로 박사의 섬」(1996)에서 모로 박사는 갖가지 유전 접합 실험으로 짐승도 사람도 아닌 끔직한 모습의 수인을 만들어낸다. 박사는 동물과 사람의 DNA를 합성해 완벽한 인류를 창조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는데, 오늘날 유전공학, 인공지능 연구 방향의 위험성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그만큼 인간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문제는 눈앞에 다가와 있지만,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인간만이 가진 본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바가 없으며, 그러한 개념은 최신 연구 성과가 나올수록 더욱 모호해지기만 하기 때문이다.

절대 불변의 인간 범주의 신화가 무너지다.
이 책은 인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정의되어 왔는지를 되돌아봄으로써 이러한 문제들에 맞서고 있다.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위해 나왔던 수많은 논의들과 그 실패의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 작업이다.
언뜻 보면, 겉모습만으로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확실히 구별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인간임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은 도구, 언어, 예술 등의 문화나 이성을 기준으로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를 구분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절대 불변의 인간 범주라는 신화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지난 30-40년 동안 영장류 동물학, 동물 보호 운동, 고고인류학, 생물학, 인공지능 연구, 유전학 연구는 이 신화를 뿌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저자는 시의적절하게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를 외양으로, 문화로 구분하고자 했던 시도들을 역사 속에서 하나하나 파헤쳐 보인다. 유사인간이나 괴물(늑대인간, 몽마, 수인, 수간으로 태어난 존재)과 인간을 구분하게 된 것이 그리 오래전의 일도 아니고 편견의 산물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 범주의 설정 과정에서 피부색은 어떻게 고려되었는가 등이 다루어진다. 그리고 ‘인간들만이 이성적이고 지능이 발달했고 정신적이고 자기 인식이 있고 창조적이고 양심적이고 도덕적이고 존엄하다는 믿음’ 또한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을 통해 우리는 인간에 대한 오늘날의 정의가 최근에 고안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어떤 존재가 인간이고 어떤 존재가 인간이 아닌가 하는 문제에는 인종과 민족성, 인류의 기원에 대한 문제가 얽혀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
이 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바로 이런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스스로를 다른 동물들과 구별 지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보다 더 우월한 존재임을 필사적으로 밝히고 싶어하는 것일까? 왜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욕으로 느끼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역사학자로서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다. 인간이라는 자격에 이미 너무도 많은 특권을 부여해 놓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 특권이란, 박테리아에서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로 이어지는 진화 계보의 가장 위쪽에, 그것도 다른 것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특별한 위치에 인간을 올려놓았을 때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 특권은 지구의 탄생과 생물 발생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수많은 생물들의 뛰어난 능력을 폄하하고 모든 생물을 한 줄로 세워 등급을 부여하는 전통에서 비롯하며, 그러한 전통을 기반으로 삼아 인간은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늦게 출현하였고 진화의 계보에서 아주 일부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가장 우수한 존재로 자리 잡는다. 물론 인간은 그 특권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데, 이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정의가 역사적으로 인종이라는 신화에 이용되었던 것과 마찬가지 이유에서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모든 것이 ‘신화’에 불과하다는 게 밝혀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신화를 엎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거나, “스스로 인간이라는 것을 계속 믿고 스스로에게 부여한 특수한 지위를 정당화하고자 한다면, 또 변화를 겪으면서도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그 신화를 무시하지 않고 그것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 논의로 인간 개념의 설정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 오늘날,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위해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특히 기존의 논의와 달리 철학, 생물학 등이 아니라 역사학의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시야를 새롭게 넓혀 주고 있다.

목차
서문
1장 인간과 동물의 경계 : 인간의 자기 정의 문제
2장 외견상의 인상 : 인간의 몸 묘사하기
3장 인간으로 태어나기 혹은 인간 되기 : 문화적 해답 찾기
4장 진화론의 궁지 : 호미니드와의 만남
5장 인간의 미래 : 유전학과 로봇 공학 시대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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