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 김태영의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

1974년 단편 로 한국문학 제1회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저자의 두 번째 중?단편 소설집인 《가면 벗기기》는? 저자의 작품 중에서도 , , 등 작가의 대표적인 중편 및 단편 1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40년에 걸친 지금까지의 작품 활동을 정리하고 작품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해방과 한국전쟁 등 격동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저자의 조국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
▶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 김태영의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

1974년 단편 로 한국문학 제1회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저자의 두 번째 중?단편 소설집인 《가면 벗기기》는 저자의 작품 중에서도 , , 등 작가의 대표적인 중편 및 단편 1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40년에 걸친 지금까지의 작품 활동을 정리하고 작품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해방과 한국전쟁 등 격동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저자의 조국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을 잘 느낄 수 있을 뿐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인간의 욕망이 현실세계와 부딪쳤을 때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격변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잘 그려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해결방법까지도 제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체험한 작가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가의 성숙하고도 폭넓은 문학적 작품세계를 느낄 수 있다.
▶ 격동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작가의 피끓는 부르짖음
작가 김태영의 이력은 어느 작가들과 다른 점이 있다. 19세 때 6.25에 인민군으로 참전해 포로가 되었다가 1953년 반공포로로 석방된 후 육군에 입대, 1963년까지 포병 장교로 근무하였다. 작가는 자신이 겪은 비극적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 속에서 뒤틀린 인간의 모습과 관련된 자전적 소설을 끊임없이 발표해 왔으며, 군을 예편한 후 23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일상과 사회에서 드러나는 부조리를 포착해 작품화하여 왔는데 이 책 《가면 벗기기》에서도 그러한 작가 특유의 작품적 세계가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의 처음을 장식하는 에서는 6.25 당시 일어났던 국군과 인민군, 그리고 미군 병사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를 통하여 민족의 강한 동질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맨 마지막에 실려 있는 표제작 에서는 소설가 J선생의 장례식에 참석한 소설가 강원식과 그 친구 박창국의 입을 빌어 일본의 식민지사관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자주적인 민족사관 및 민족적 자부심을 찾을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전 작품을 통틀어 관통하고 있는 작가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 김태영의 작품은 잊혀져 가는 민족적 동질성을 상기시키고 있다
_평론가 ?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이선영 추천사
은 잊혀져 가는 민족적 동질성을 상기시키고 있으며, 그 바탕 위에서 동족상잔의 의미를 새롭게 추구하고 있다. 전쟁의 참혹함과 비정함을 박진하게 묘사한 점도 좋거니와 죽은 전우를 생각하며 엉엉 우는 국군과 본의 아닌 싸움으로 인한 죽을 고생이 서러워 우는 인민군 포로를 대비시킨 점, 승자와 패자의 만남에서 빚어진 그 살벌한 분위기를 포로의 나체를 내보임으로써 누그러뜨린 코믹한 끝장면의 설정은 멋진 착상이다.
▶ 본문 중에서…
▶ “흥 자꾸만 꽁무니만 빼지 말아 이놈아. 네놈들 때문에 우리 전우들이 얼마나 죽어갔는 줄 아니? 이놈아, 38선에서 무참히 죽어간 전우들을 생각하면 네놈들 간을 내어 씹어도 시원치 않겠다. 이 놈들아.”
하고 갑자기 외치면서 주먹코 사병은 개머리판으로 영우를 내리 찍으려고 덤벼들었다. 역시 장교가 만류했다. 그러자 그 사병은 실성한 사람 모양 곡을 놓고 엉엉 울어대는 것이었다. 전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대면서 그는 몸부림쳤다. 그러자 경상도 사병의 눈에서도 어느덧 닭 똥 같은 눈들이 뚝뚝 땅바닥에 떨어져 튀기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눈물이란 그리고 울음이란 어떠한 경우이든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이다. 장교의 눈에도 이슬이 번득였다. 영우와 구섭과 제일 먼저 잡혀온 또 하나의 동료도 엉거주춤한 채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하나하나 고개를 떨구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심스레 흑흑 흐느끼기만 하던 포로들도 국군들이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자 어느덧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국군들은 그들 사정대로 자기들의 전우들을 생각하고 울었고, 인민군 포로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똥줄이 빠지게 2개월 동안이나 허기진 배를 안고 숱한 사선을 넘으면서 끌려다니던 끝에 이렇게 잡히자마자 억울하게 몰매까지 맞는 게 서러워서 목을 놓아 울어대는 것이었다.
“ROK officer, what's the matter with you? why?(한국군 장교님, 어떻게 된 겁니까?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하고 물어왔다. 그러나 장교는 침통한 표정인 채 아무 대꾸도 없었다. 이것만은 남의 집안 문제이니 너희들이 관여할만한 일이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미군은,
“Are they your old Friends or blood?(그러면 그 포로들이 당신의 옛 친구요, 아니면 친척이라도 된단 말이요?)”
하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장교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퍼뜩 꿈속에서라도 깨어난 듯이 표정을 가다듬고
“No, nothing. you'll never Know what sadness we have.(아무 일도 아니오. 당신들은 우리의 슬픔을 이해 못할 거요.)”
하고 나서 생각난 듯이,
“야 이젠 가자. 너희들은 모두 손을 머리 위에 얹고. 자 빨리 가자.”
하고 나서 미군들을 보고 “오우 케이 레츠고우.(자 갑시다.)” 했다.
-p.35
▶ 어느 날 갑자기 도둑들이 쳐들어 왔다. 아버지와 그의 형제들은 쳐들어오는 적을 먼저 막을 생각은 않고 저희들끼리 의견이 엇갈려 다투기만 하다가 그만 도둑들에게 그 좋은 전토를 다 빼앗기고 말았다. 도둑들은 전답만 빼앗은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주인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고 부녀자들과 아이들에게는 노예의 탈을 씌웠다. 몇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도둑들 역시 내분으로 멸망해 버리고 그들은 주인 없는 노예로 방치되었다. 이 노예의 탈만 벗어 던지면 당장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들었다. 그러나 몇십 년 동안 쓰고 자라온 무쇠탈은 살 속까지 깊이 파고들어서 이제는 그들의 얼굴 아닌 얼굴로 탈바꿈 되었다. 그래서 그 탈을 벗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살 속 깊이 파고든 무쇠탈을 완전히 벗어던지려면 살을 찢는 고통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이 치욕의 탈을 쓰고 지낼 수는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무슨 수를 쓰든지 이 노예의 무쇠탈만은 벗어 던지자고 그는 동료들에게 호소했다.
“동지들이여. 이 무쇠탈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우리일 수가 없고 나는 진정한 의미의 나일 수가 없습니다. 진정한 우리와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도 우리는 이 무쇠탈을 벗어 던져야만 하겠습니다.” 그는 목청이 터져라 하고 외쳤다. 그러나 누구도 무쇠탈을 벗어 던질 수 없었다. 마음은 원이로되 각자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벗어 던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탈을 벗어 던지고 이 땅의 주인이 되어 그에게 치욕을 안겨준 도둑의 무리를 응징하는 것이 자신에게 맡겨진 하늘의 소명이라는 자각을 갖고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이 무쇠탈 벗어 던지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다짐한다.
동료 중의 하나가 말했다.
“강형, 이 무쇠탈은 그렇게 간단히 벗어 던질 수 없을 거요. 이 무쇠는 보통 쇠가 아니란 말요. 그 도둑의 무리에게 아첨하는 쓸개 빠진 우리 쪽 사람들이 숱하게 가담했으니까. 순전히 도둑의 힘만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쉽사리 부술 수 있지만 우리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아는 그 사람들이 그 작업에 가담했기 때문에 깨부술 수 없게 아주 견고하게 만들었단 말요.”
“그렇다고 너는 이 일을 단념하고 영원히 남의 노예로 만족하겠단 말이냐. 안된다 안돼. 나는 무슨 일이 있든지 이 무쇠탈을, 노예의 탈을 벗어 던지고야 말 테야. 자아, 동지들 내 뜻에 동조하는 사람은 다 내 뒤를

▶ “아니, 안내양이 어디 갔지?” 하고 내리려던 중년 부인이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이에 응대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녀의 말을 들은 다른 승객들도 그제서야 안내양이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아차린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안내양 비슷하게 생긴 아가씨는 눈에 띄지 않았다.
“어 참 별일이 다 있구만. 안내양이 안 탔지 않아.”
마침 내리려던 부인 뒤에 서서 그 여자가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청년이 말했다.
“여보시오, 기사 양반, 안내양 어디다 팔아먹었소?” 하고 늙수그레한 중년 남자가 다소 농담기 섞인 말로 언성을 높이자 왁자하니 웃음이 터졌다. 그제서야 운전기사도 안내양이 정말 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낭패한 얼굴이 된다.

차 안은 갑자기 벌집을 쑤셔놓은 듯 웅성대기 시작했다.
“아니, 안내양을 태우지 않고 떠나다니, 불알 떼어놓고 장가가는 격이군.” 하고 초로의 장사꾼 행색의 사나이가 말하자 또 왁자하니 웃음판이 벌어진다.
“누가 아니래요. 아까운 휘발유 없애고 이번 한탕은 허탕쳤네.” 하고 생선 장수 차림의 중년 여인이 말을 받아넘겼다.
그렇다. 이 순간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을 일순 사로잡은 생각은 바로 이번 한탕은 깡그리 허탕이라는 것이었다. 만원 버스의 차창 바로 밑을 휙휙 신바람 나게 지나가는 승용차 안에서 점잖게 뒤로 몸을 젖히고 거드름을 피우는 자가용족을 늘 부러워만 해오던 이들 버스족들은 한결같이, 살다보니 별 희한한 일도 다 있군. 이 참에 오늘 버스요금 80원은 굳어버렸군, 하고 생각하면서도, 허지만 이렇게 되면 혼란이 일어날 텐데, 하고 생각했다. -p.9 <차장 놓친 버스> 중에서

목차
포로되던 날
경고판
옛 친구
짧은 해후
장가 못 드는 사나이
행복한 상주
눈사태
쥐잡기
가게 딸린 집
재회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서
도피이민
액땜
가면 벗기기
후기
김태영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