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간 남재일이 수행해온 '문화 읽기'의 날카롭고 풍성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글들로 묶여 있다. 대상이 된 텍스트는 영화가 다수이지만, 한국 근대성의 그늘과 상처에 비판적 촉수를 드리운 글들도 들어 있다. 그리고 함께 수록된 한대수, 최민식, 임상수, 김훈 등과 나눈 인터뷰는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출판사 서평
‘문화 읽기’의 날카롭고 풍성한 면모
저널비평의 영역 안에서 심미적 감성과 비판적 사유를 종합하며 한국 문화의 행간을 반성적으로 맥락화하는 남재일의 문화비평적 글쓰기는 일찍이 신문사 문화부? 기자 시절부터 호가 난 바 있다. 특히 텍스트를 평자 고유의 실존적 체험의 자리에서 충분히 곱씹은 뒤 그로부터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다양한 공준(公準)의 척도를 뽑아내는 남재일 문화비평의 균형감은 그의 촌철살인적인 레토릭의 문장과 함께 이제 썩 근사한 하나의 스타일에 이르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그간 남재일이 수행해온 ‘문화 ...
‘문화 읽기’의 날카롭고 풍성한 면모
저널비평의 영역 안에서 심미적 감성과 비판적 사유를 종합하며 한국 문화의 행간을 반성적으로 맥락화하는 남재일의 문화비평적 글쓰기는 일찍이 신문사 문화부 기자 시절부터 호가 난 바 있다. 특히 텍스트를 평자 고유의 실존적 체험의 자리에서 충분히 곱씹은 뒤 그로부터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다양한 공준(公準)의 척도를 뽑아내는 남재일 문화비평의 균형감은 그의 촌철살인적인 레토릭의 문장과 함께 이제 썩 근사한 하나의 스타일에 이르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그간 남재일이 수행해온 ‘문화 읽기’의 날카롭고 풍성한 면모를 맛볼 수 있는 글들로 묶여 있다. 대상이 된 텍스트는 영화가 다수이지만, ?성형미인과 줄기세포?나 ?386세대와 인권 감수성?처럼 한국 근대성의 그늘과 상처에 곧바로 비판적 촉수를 드리운 글들도 들어 있다. ?어떤 선의(善意)―故 남용석에게?에서는 가족사의 내밀한 아픔을 흔들리는 문장으로 전하고 있다. 함께 수록된 한대수, 최민식, 임상수, 김훈 등과 나눈 인터뷰는 대상이 된 인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즐거움말고도 뛰어난 인터뷰어로서 저자의 능력과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다양한 소재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책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저자의 목소리는 자못 무겁다.
모은 글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딱 하나의 목소리만 도드라진다. 집단에 대한 불신과 개인에 대한 희망! 사람 사이의 관계가 온전한 개인의 관계이기를 바라는 것은 일종의 몽상이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모든 집단은 불온하고, 집단 속의 개인은 불구이기 때문이다.(‘책머리에’에서)
그로테스크한 현대적 스펙터클과 마주친 개인의 초상
남재일의 시선은 영화의 내러티브와 한국 사회의 집단적 행동에 잠재된 ‘그로테스크한 현대적 스펙터클’에 맞추어져 있다. 한국 사회의 경제와 문화가 발전할수록 악도 진화하는 법, 집요해지는 제도의 포박 속에서 개인은 무력하다.
그들은 어떤 제도와 관계된 부분으로 연루돼 있어서 그중 누구도 한 인간을 자살로 몰고 갈 만큼의 악행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경우 원한의 대상은 콘크리트 벽과 같은 요지부동의 제도, 혹은 제도라는 트릭을 이용한 익명의 다수이다.
이처럼 빌딩 투신의 퍼포먼스에는 극도의 분노와 극도의 절망이 공존한다. 무력한 개인이 익명의 다수에 대해 퍼붓는 분노의 메시지를 자신의 몸으로 삼켜 내파시키는 사도마조히즘으로 살의가 가장 강한 자살의 유형이다.(?안락사이거나 사회적 타살이거나―한국의 근대성과 자살의 유형학?에서)
저자는 현대 사회의 자살 유형을 분석하면서 우리가 ‘누군가의 자살을 몇 개의 항목으로 범주화’해서 설명하는 습관 속에서 살고 있으며 실제 ‘빌딩 투신의 퍼포먼스’와 같은 극단적인 죽음의 유형은 익명의 다수, 즉 ‘제도’가 그 원인에 한몫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이와 같은 저자의 비판적인 시선은 영화 읽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회적 괴물과 대면’하는 데 능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그가 지적한 바를 잘 드러내고 있다.
김기덕의 영화는 불편해도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학 취미가 있는 유능한 애인 같다. (……) 그의 영화는 한번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지 못한 계층의 육성을 다룬다. 휴머니즘의 필터로 걸러진 얌전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핏발 선 눈으로 카메라 렌즈를 째려보는 재현의 주체로 소외 계층을 다룬다. 이들의 존재는 폭력과 더러움과 야비함의 이물감으로 화면 속에 들이밀어진다. “너희들 이런 삶도 있는 거 알어?” 하고 묻는 것이다. 그러고는, 제도적인 먹이사슬의 계보학을 통해 그런 삶의 막장까지 그들을 밀어 넣은 것은 다름 아닌 타인들의 일상적 삶의 질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 내가 담장 너머로 무심코 던진 빈 소주병에 옆집 아줌마의 머리가 깨지고 있었다니! ?사마리아?의 먹이사슬이 그렇다.(?모든 전사(戰士)는 마마보이다―사마리아?에서)
저자는 한국형 블록버스트의 이면에서 집단 서사의 위험한 휴머니즘을 읽기도 한다.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 역시 ‘방어적 집단주의’라는 역사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국인의 의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근대사의 동원체제를 통한 이러한 집단 경험은 ‘방어적 집단주의’라는 형태로 내면화돼 한국 사회의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 아비투스로 자리잡은 듯하다. 방어적 집단주의는 집단을 만드는 분명한 목적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사람 많은 편에 남으려는 습성을 말한다.(?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위험한 휴머니즘? 중에서)

여러 글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한국형 집단주의에 대한 이러한 저자의 집요한 성찰은 한국 사회에서 개인을 포박하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현대적 스펙터클’을 제거하려는 노력이며, 사람 사이의 관계를 온전한 개인의 관계로 꿈꾸는 저자의 소망이 여기에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온전한 개인의 관계, 포기할 수 없는 꿈을 위해

저자는 ‘사랑은 인간의 관계를 조직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자 인간 조건의 심연을 복개하는 강력한 판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배 이데올로기’에 걸맞게 요리된 ‘휴머니즘, 가족주의, 낭만적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판타지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저자는 사랑의 판타지가 존재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사랑을 통해 한 개인이 ‘그로테스크한 현대적 스펙터클’에 대항하는, 그리하여 진정한 개인과의 만남을 존속시키는 형태의 영화를 옹호한다.
왜냐하면 연애는 어차피 집단적 현실에서 탈주하고 싶다는 욕구, 개인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 돌아가서는 나 아닌 다른 그 무엇이 되어보고 싶다는 욕구, 바로 집단적 정체성과 자기동일성에 대한 파괴 욕구니까. 영화는 그 욕구에 대해 판타지를 제공해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좋은 연애영화는 집단의 현실로 들어가 개인의 꿈으로 나오는 영화, 집단적으로 인식하고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연애의 유일한 목적은 마스터베이션―연애의 목적?에서)
저자는 인용된 영화에서 ‘수컷의 즉물적 욕망’과 ‘그 손에 쥐어진 사회권력의 뻔뻔스러움’에 상처받은 여성이 ‘가부장의 사회권력에 대한 환멸의 힘’을 통해 온전한 여성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한 개인은 이러한 사회적 압력에 상처받지만 동시에 그 압력과 환부를 끌어안고 싸움으로써 온전한 개인으로 재탄생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목차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 그리고 개인
아무것도 아닌 인간의 대단한 이야기「선택」
'떼'속에는 진심이 없다
선영한 피해자 모호한 가해자「송환」
절박해지면 기발해진다「굿바이 레닌」
창녀의 육체보다 더 위험한 것「몬스터」
삶은 진화한다, 악도 진화한다「미스틱 리버」
확인은 더러 자신도 속인다「영웅」
말 많은 이발사를 경계하라「효자동 이발사」
모든 전사(戰士)는 마마보이다「사마리아」
악행보다 더 큰 죄가 남루함이라니!「똥개」
기억의 주특기는 배신이다「애마부인」
진지한 인격의 세 가지 요건
근대성의 그늘과 상처
채워지지 않는 아버지의 빈자리「태극기 휘날리며」
안락사이거나 사회적 타살이거나 한국의 근대성과 자살의 유형학
박정희 귀신을 내쫓는 한판의 굿「그때 그 사람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위험한 휴머니즘
성형미인과 줄기세포
연쇄살인의 문제는 살의가 없다는 것「살인의 추억」
'절대고독' 깊어지는 고령화 시대
골 때리는 노통 때리기
386세대와 인권 감수성
낭만적 사랑과 결혼, 그리고 성
결혼은 낭만적 사랑의 무덤이다
남자의 욕망은 진화하지 않는다「권태」
연애의 유일한 목적은 마스터베이션「연애의 목적」
아내의 정부도 더러 친구가 된다「러브 액츄얼리」
애인의 두 종류: 피곤하거나 심심하거나「오 브라더스」
가족이 바람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바람 든 가족을 만드는 것「바람난 가족」
섹스하라! 그리고 사랑하라「베터 댄 섹스」
가장 도덕성이 결여된 바람둥이는 누구?「누구나 비밀은 있다」
판타지도 과식하면 독이 된다「싱글즈」
성(性)을 보는 시선의 기회주의
성(性)은 사유재산이다「스캔들」
엄청 비싼 붕어빵, 쭉쭉빵빵
이중간첩, 몸꽝 삼순이
나의 혼탕 출입기
입을 닫고 몸만 열어라!
소통,관계,혹은 상처
정직하면 낯설어진다「피아니스트」
여자가 더 유능한 잡식이다「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제도는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어바웃 슈미트」
사랑하면 '살'로 다가가라「그녀에게」
육ㅊ는 무구하다「인 더 컷」
천사는 새대가리다「아는 여자」
용서도 실은 애착이다「아들」
불우하고 정직하면 천재가 된다「캐치 미 이프 유 캔」
단 한 명의 관중을 갖고 싶은 선수「프라다」
'내복'에 얽힌 공존의 미학
국가,인종,그리고 영웅
위생학은 자기 부정의 산물「나의 그리스식 웨딩」
총은 칼보다 비열하다「라스트 사무라이」
영웅은 시선 아래에만 있다「스파이더맨2」
권력자는 자족을 질투한다「트로이」
착한 여자가 옳은 건 아니다「파 프롬 헤븐」
영혼의 유일한 양식은 고통「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최고의 재료로 만든 기막힌 비빔밥「화씨9/11」
예술 혹은 거짓말_무구한 직설에 대한 그리움
개와 대화할 땐 개소리를!「도그빌」
노예처럼 사고하면 지사처럼 행동한다「돌이킬 수 없는」
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고해도 때로는 자기 현시가 된다「어댑테이션」
말의 거짓과 노래의 진실「쟈니 잉글리쉬」
포즈만 있고 액션은 없다「올드 보이」
주인 없는 말의 존재 양식:굴종과 폭력_황우석 보도와 언론의 어법
어떤 선의(善意) 故남용석에게
짧은 밤, 긴이야기_그들과의 인터뷰
기나긴 상처의 오케스트라 │한대수
마음에 깊은 우물을 간직한 남자 │최민식
'정신적인 귀족'의 불안과 고독 │임상수
몽당연필을 든 무사 │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