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로 살기에는 타고난 끼가 몸을 들쑤시고, 딴따라로 살기에는 이미 먹물이 많이 든 이 아가씨는 두 세계의 경계에서 독특한 자기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김삼순과 <증여론>을, 앤소니 기든스와 <프렌즈>를, 김광석과 추억을, 체 게바라와 욕망을 뒤섞어 빛나는 통찰을 빚어낸다. <김형경. 소설가>
출판사 서평
사나운 새끼 호랑이의 기발한 ‘미디어 소통기(疏通記)’
“현재 국문학 연구자이기도 하고 문학비평을 일삼기도 하며 서평을 핑계 삼아 신기한 책들을 읽기도 한”다고 서문에서 스스로를 밝히고 있?는 정여울은 다양한 매체에서 꾸준히 글을 발표하며 전방위 문화비평가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젊은 인문학도이다. 그녀를 일컬어 한대수는 “사나운 새끼호랑이”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대중문화의 숲을 종횡무진 헤치고 다니는 문체의 활달함에서 그녀의 명민하면서도 도전적인 기질을 다분히 엿볼 수 있다.
소설가 김형경은 “김삼순과 『증여론』을...
사나운 새끼 호랑이의 기발한 ‘미디어 소통기(疏通記)’
“현재 국문학 연구자이기도 하고 문학비평을 일삼기도 하며 서평을 핑계 삼아 신기한 책들을 읽기도 한”다고 서문에서 스스로를 밝히고 있는 정여울은 다양한 매체에서 꾸준히 글을 발표하며 전방위 문화비평가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젊은 인문학도이다. 그녀를 일컬어 한대수는 “사나운 새끼호랑이”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대중문화의 숲을 종횡무진 헤치고 다니는 문체의 활달함에서 그녀의 명민하면서도 도전적인 기질을 다분히 엿볼 수 있다.
소설가 김형경은 “김삼순과 『증여론』을, 앤소니 기든스와 「프렌즈」”를 함께 읽으며 미디어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그 의미의 진폭을 배가시키는 그녀 특유의 글쓰기를 “발랄한 구어체와 정련된 문어체를 뒤섞어 서술하면서 문화를 해체하고 재통합”하고 있다고 평한다.
마치 영화관을 함께 간 친구와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읽으며 ‘진지하고 발랄하며 유쾌한 수다’를 한바탕 떠들고 나온 듯, 뿌듯한 포만감이 밀려오는 그 기분! 그녀의 글쓰기는 그와 같은 즐거운 소통에 주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간 발표해온 글을 묶은 이 책은 미디어 읽기에 주력해온 정여울의 첫번째 ‘미디어’이다. 평균 다섯에서 여섯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 속에는 미디어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 영화와 문학을, 고전 교양과 드라마를, 외국 시트콤과 인문서를 다양한 맥락 속에 연접시키는 그녀의 글은 단순한 리뷰에 그치지 않고 텍스트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풍부한 문화비평서의 형태를 띠고 있어 문화 매니어와 인문학도, 두 가지 입장에 선 정여울의 이중적 복화술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토피아 - 미디어 없이도 행복한 시간의 창조를 위하여
정여울은 책의 서문에서 역설적이게도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미디어 자체가 아니라 미디어 너머 존재하는 “어떤 미디어도 포착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 미디어가 차마 담아내지 못하는 그 무엇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녀는 “미디어의 한계와 위험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매 순간 성찰”함으로써 미디어를 올바르게 수용하고 미디어의 탈주적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텍스트에 대한 탐구는 곧 일상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하루 24시간 뒤에 깃든 숨은 그림 찾기」에서는 자본에 저당 잡힌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디지털 유목민의 탄생」에서는 규칙을 깨어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규칙을 창조하고자 하는 인간의 일면을, 「이 사회에서 먹물로 산다는 것은」에서는 “학문이라는 일만대군”과 홀로 대치한 인문학도로서의 성찰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씨네21』에 연재되었던 영화 칼럼에는 캐릭터들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이 담겨 있기도 하다. “노동해방과 성적 차이화로부터의 해방을 한 큐에 쟁취하”는 캐릭터로 홍반장을 읽기도 하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성현아를 생의 열정에 가득 찬 팜므 파탈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시트콤 「프렌즈」와 엔소니 기든슨의 『현대사회의 성·사랑·에로티시즘』을 비교하며 인류의 사랑 풍속도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며 “상징적 가부장으로서 화폐”가 성과 사랑, 에로티시즘을 총괄하는 무소불위의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진단하면서 현대 사회의 단면을 읽어낸다. 큰 인기를 끌었던 「파리의 연인」의 총천연색 판타지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그늘을 응시하기도 하고 「이런 아줌마를 보고 싶다」에서는 TV 드라마 속에 그려진 아줌마의 유형을 분석하며 얼핏 향상되어 보이는 권리 뒤편에 도사린 낡은 질서를 읽어내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자신을 둘러싼 시공간의 늪”인 미디어를 철저히 탐사함으로써 저자는 현대인들의 실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시대의 숙명을 직시하지 못하는” 허약함에 빠진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단순한 소비재로서의 미디어가 아니라 새로운 소통 창구이자 시대를 바라보는 거울로서 미디어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목차
책머리에
일상 & 철학 l 가장 가까운 타인의 목소리
하루 24시간 뒤에 깃든 숨은 그림 찾기 -
선물의 철학 '내 이름은 김삼순' vs
디지털 유목민의 탄생
이 사회에서 먹물로 산다는 것
사랑과 혁명과? 예술의 삼각관계
칸트 : 난해한 그림 같은, 난폭한 연인 같은
베스트셀러 뒤집어 보기
동화 : 잃어버린 내 안의 어린 나를 찾아서
'발 없는 새'의 길 찾기 '아비정전' vs '인 더 컷'
연애의 테크놀로지 l 그녀들은 왜 그들에게 매혹되었는가
백수건달 노마드의 사랑학 개론 - '홍반장'
새로운 팜므 파탈의 탄생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사랑, 소유가 아닌 향유를 위해 - '러브 액츄얼리'
타인의 내면을 투시하는 카메라 옵스큐라 - '진주 귀고리 소녀'
원본보다 훌륭한 복제품의 변론 - '마르탱 게르의 귀향'
연애에 숨겨진 모스 부호 해독법 -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상처 l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갑옷
너에게 비친 나 vs 나에게 비친 나 -
미인보다 아름다운 괴물의 서사시 '슈렉 2'
경계에 핀 들꽃 - '트로이'
영원히 죽지 않는 길 위의 소년, 리버 피닉스
'프렌즈'로 보는 사랑의 기술 - '프렌즈'
원한 없는 복수의 드라마 - '미스틱 리버'
'나'를 구성하는 '나' 아닌 것들의 풍경
산책자 l 뉴 밀레니엄의 도시를 배회하다
어느 광대의 삶, 사랑, 철학 -
이런 아줌마를 보고 싶다 - TV 드라마 속 아줌마 변천사
기록되는 판타지, 기록되지 않는 현실
지구에서 띄우는 편지 -
래미안 아파트 vs 선유도 공원
집으로 돌아오는 먼 길 - 수연산방 기행
노동 \u003d 놀이 \u003d 예술의 공간 -
한국 현대미술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
소통 임파서블 l 우리는 어떻게 침묵으로 대화하는가
공유할 수 없는 고통을 아파하는 법 - '아는 여자'와 김선일 씨의 죽음
쓰디쓴 충고의 향연 -
행복한 관음증, 우울한 백과사전 - 핸드폰에 대한 에세이
침묵하는 욕망들의 영매가 되다
엔터테이너로서의 예수를 꿈꾸다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어떤 소설가의 베트남 기행 -
Imagine there's no countries! -
안녕, 휴머니즘 l 비인간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다
인간중심주의라는 무서운 확신을 넘어 - '곰이 되고 싶어요'
모성의 해방을 허하라 - '인어공주'
호모 심비우스(공생인간)을 꿈꾸다 -
동물의 눈빛으로 인간을 바라보기 - , ,
자유로운 인간들의 공동체를 꿈꾸다 - '붉은 돼지'
사기의 미학 - '범죄의 재구성'
거짓말의 유토피아
불수의근의 미학 - 의지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한 에세이
To be continued... l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는 축제 - '허공에의 질주'
나는 더더욱, 살고 싶다 - '프리다'
사랑의 기회비용 계산법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벗에게 -
21세기에 학생운동을 하는 친구들에게
살아남은 우상의 슬픔 - 김광석의 죽음을 기억하며
여자가 사랑하고 싶은 여자 - '안녕! 프란체스카'
따뜻한 금속성, 장필순의 '어느새'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첫번째 '번개탕' - 도정일 & 최재천의
태워버려야 할, 그러나 영원히 태우지 못할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