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이슈는 그 속성상 대단히 정치적인 것이다. 그런데 세금 부과의 대상과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은 더욱더 정치적이다. 평등과 분배를 강조한다면 가진 자들로부터 많이 거두어들여야 할 것이고, 효율과 성장을 강조한다면 경쟁력을 가지도록 덜 거두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세금 정책은 형평과 효율, 좌와 우의 정치를 가르는 핵심적 의제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 정치집단이 선거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재산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많은 국가의 선거에서 세금 이슈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
출판사 서평
“모든 사람이 절대로 피해 갈 수 없는 두 가지는 바로 죽음과 세금”이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세금의 강제성을 빗댄 말이다.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는 옛말도 있다. 세금을 내는 것보다 사람? 잡아먹는 호랑이가 있는 산 속에서 사는 것이 낫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처럼 세금은 누구나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어하지만 국민들에게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해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고도 당연한 일이다.
“Read my lips : No new taxes(나를 믿으세요. 절대로 새로운...
“모든 사람이 절대로 피해 갈 수 없는 두 가지는 바로 죽음과 세금”이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세금의 강제성을 빗댄 말이다.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는 옛말도 있다. 세금을 내는 것보다 사람 잡아먹는 호랑이가 있는 산 속에서 사는 것이 낫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처럼 세금은 누구나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어하지만 국민들에게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해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고도 당연한 일이다.
“Read my lips : No new taxes(나를 믿으세요. 절대로 새로운 세금은 없습니다)”
198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부시가 한 말이다. 부시는 이 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당선되었다.
세금은 매우 민감한 이슈이다. 국민들, 즉 유권자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금 이슈가 정치적으로도 흥미로운 것은 누구도 돈을 내고 싶어하지 않지만 정부로부터는 보다 나은 복지, 공공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세금이 정치인들의 주요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이 책에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 다른 나라의 선거에서 세금 이슈는 정치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어 왔다. 일본의 자민당은 매상세 도입 시도로 인해 1987년 지방 선거에서 참패하였고, 10년 동안 집권하던 영국의 대처 총리는 지방세 문제로 정권에서 물러났다. 캐나다의 멀로니 총리도 부가세로 인해 선거에서 대패하였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세금 이슈가 투표 선택의 기준이 된 적이 없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역’이 승부를 갈랐고,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념’과 ‘세대’가 주요 변수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세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리알 지갑’이라는 표현처럼 과거에 비해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세금 문제에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적 양극화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함을 강조한 이후, 정치권에서 이른바 ‘증세 대 감세’ 논쟁이 벌어지면서 세금 정책이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되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등의 대응책을 내놓게 되면서, 세금 이슈는 더욱 국민의 관심을 끄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세금 이슈 - 유권자들의 선택
그렇다면 세금과 같은 실용적인 문제가 2007년 대통령 선거의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지역감정이나 이념 갈등에 의존하던 과거 선거와는 달리 이제는 대다수 유권자의 관심이 경제, 취업, 교육 등 실용적인 문제에 쏠려 있기 때문에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세금 이슈와 같은 실용적인 이슈가 보다 큰 정치적 중요성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이러한 우리나라 정치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면서 선거에서 세금 이슈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또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비교정치적인 시각에서 살펴본 것이다. 제1부에서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앵글로 색슨 계통 세 나라의 사례를 분석하였으며, 제2부에서는 복지국가인 독일, 스웨덴, 그리고 우리에게 발전 모델이 되는 일본의 사례를 분석하였다. 제3부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금과 관련된 이슈를 다룬 3편의 논문을 실었다. 이 책에서의 논의는 세금 이슈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제가 아니며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선거에서 세금과 같은 실용적인 문제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의 기준에서 거의 제외되어 왔던 만큼 세금과 선거의 관련성에 대한 책들도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세금이 갖는 정치적이고 민주적인 의미에 대해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정치가 실생활과 관련된 보다 실용적인 정책 중심의 경쟁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 이 책이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기를 기대한다.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의 선거와 세금 이슈
1장 미국 선거에서 조세 논쟁의 영향력 : 효율성과 공평성의 문제 [이현우]
2장 영국 선거와 세금 : 합의 정치 혹은 무책임? [강원택]
3장 캐나다 선거와 세금의 경제정치 [임성학]
>2부 독일, 스웨덴, 일본에서의 선거와 세금 이슈
4장 독일의 세제 개혁과 정당 경쟁 [김영태]
5장 스웨덴의 과세 정치：타협과 협의에 바탕한 안정성과 효율성 [김욱]
6장 일본 세제 개혁의 정치 과정과 선거 [하세헌]
3부 한국 정치와 선거
7장 한국의 선거와 세금 [김재한]
8장 한국 선거에서의 정치경제학 : 선거, 선거압력, 그리고 거시경제 정책 [안용흔]
9장 조세 법안에 대한 한국 국회의원의 투표 행태 분석 [전진영]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