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는 스물다섯 개 일간지 기사를 분석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 기자를 심층 분석하여 엠바고 시스템 내부의 작동 원리는 무엇인지, 엠바고가 보통 사람들의 뉴스 수용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오늘날 엠바고 시스템은 기자가 정보원의 발표를 ‘받아쓰게 ’하고, 언론 간의 경쟁을 감소시켜 언론을 병들게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출판사 서평
→ 엠바고(embargo)란? ←
시한時限을 두고 보도를 유예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로, 취재원과 취재자가 맺는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특정 시점까지 뉴스 보도를 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에서는 1)진행 경과과 복잡한 사안 또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기사에 대해 보충 취재가 필요한 경우, 2)특정 사건 또는 상황의 발생은 예견되나 그 시점을 예측하기 힘든 경우, 3)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특정 정보를 보도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 4)외교 관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미 정보를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 엠바고(embargo)란? ←
시한時限을 두고 보도를 유예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로, 취재원과 취재자가 맺는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특정 시점까지 뉴스 보도를 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에서는 1)진행 경과과 복잡한 사안 또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기사에 대해 보충 취재가 필요한 경우, 2)특정 사건 또는 상황의 발생은 예견되나 그 시점을 예측하기 힘든 경우, 3)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특정 정보를 보도하지 않아야 하는 경우, 4)외교 관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미 정보를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발표’ 또는 두 나라 이상의 동시 발표를 기다리는 경우에 엠바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정당하게 설정된 엠바고에는 지나친 속보 경쟁이 야기할 수 있는 오보를 줄이는 기능, 인명을 보호하는 기능 들이 있다. 하지만 취재원이 취재자를 통제하고 있거나, 취재자가 취재원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있거나, 취재원과 취재자가 다른 의도로 담합하고 있다면 엠바고는 정보를 왜곡하고 소통을 가로막는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문성,’ 단 한마디가 엠바고의 절대 이유가 될 수 있는 과학 의학 부문의 엠바고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 분야의 엠바고 시스템이 태어난 시기는 겨우 1920년대이다. 언론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나중에 생긴 제도 가운데 하나인 셈이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과학 의학 정보 치고 엠바고에 걸리지 않는 정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은이는 과학 정보가 미디어를 거쳐 보통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실제 과정’ 속에서 엠바고 시스템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정 정보원이 언론 보도를 좌우하고 있는 현실을 파헤침으로써 ‘언론의 공공성’ 문제를 그 뿌리에서부터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하여
이 책은 엠바고 시스템을 통해 과학 정보가 미디어를 거쳐 보통 사람에게 전해지는 ‘실제 과정’과 오늘의 현실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한정된 취재원 또는 정보원이 언론 보도를 좌우하고 있는 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예컨대 권위가 있다는 학술지는 논문 초고나 보도 자료를 세계 곳곳, 수백 수천 명의 기자들에게 배포한다. 단 기자들은 며칠 뒤로 정해진 시각까지 기사를 내지 않겠다는 조건을 지켜야 한다. 이때 통제의 근거는 ‘전문성’이다. 그리고 엠바고가 해제되면 텔레비전 화면과 신문 지면은 정보 제공자인 특정 학술지 최근호에 대한 기사로 넘친다. 키어넌이 주목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그는 네이처 사이언스 란셋 등 과학 의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의 보도 자료 배포 및 언론 대응의 역사와 오늘의 행동을 개관하고, 스물다섯 개 미국 일간지의 기사를 분석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 기자를 심층 인터뷰하여 엠바고 시스템 내부의 작동 원리는 무엇인지, 엠바고가 보통 사람들의 뉴스 수용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엠바고 시스템은 기자가 정보원의 발표를 ‘받아쓰게’ 하고, 언론 간의 경쟁을 감소시켜 언론을 병들게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몇몇 핵심 정보원이 엠바고 시스템을 지배하게 되면 무비판적인 뉴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비판 없는 뉴스’ 다음에는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났다. 1980년대 이후 몇몇 전문가, 미디어 관계자, 투자자들이 엠바고 시스템 틈새의 ‘이용 가치’에 눈을 떴다. 그리하여 일부 제약회사․생명공학 기업․기관 투자자․애널리스트․비양심적인 과학자(이른바 전문가라는) 들은 엠바고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선점하고, 그 정보를 사익을 챙기는 데 이용하기에 이른다.
‘공익’(정확한 사실 전달을 통한)을 이유로 시작된 엠바고 시스템이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키어넌은 전문가 집단과 미디어가 엠바고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순응하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늘 ‘새로운’ ‘대단한’ 발견과 발명에 목마른 과학 의학 부문 보도에서 엠바고 시스템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움’을 손쉽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나 단체는 연구에 필요한 돈과 인력을 끌어오기 위해 이미 몇 년간이나 연구해왔고, 연구 진행 과정에서 널리 유통․공유되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도 ‘새롭다’는 수식어를 붙여 취재 기자 앞에 내놓는다. 한편 경쟁 언론에서 다루는 주제를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끝없이 새로운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는 심층적인 탐사보다는 전문가가 보증한 ‘보도 자료에 기반한 기사’ 쓰기에 이끌리게 된다.
이런 구조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전문가 집단이고, 피해는 대중에게 돌아간다. 유명 학술지는 언론 보도를 통제함으로써 임팩트 팩터(영향력 지수, 인용 지수)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미디어와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과학자의 취직과 승진에 필요한 논문 기고의 공간을 마련한다. 언론은 엠바고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이미 그렇게 진화했으므로 무의식적으로) 특종도 낙종도 없는 안전한 보도, 그렇지만 ‘새롭다’는 꼬리표만큼은 안심하고 붙일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한다. 그러는 사이에 대중은 파편화된 과학 정보 안에서 정보를 오해하여 불안에 떨거나, 잘못된 결론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대중에게는 그저 놀라거나 오해할 기회만 있을 뿐, 과학 정보를 음미하고 비판할 기회는 없는 것이다.
본래 뜻을 잃은 지 오래인 엠바고 앞에서 지은이는 다음과 같이, 조금은 과격하고 급진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과학 의학 기관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이 과학 의학 기자들의 최고 관심사, 나아가 과학 의학 기관의 최고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엠바고는 사라져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적 탐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고독한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오랫동안 비밀스럽게 연구하여 마침내 거대한 발견을 해내고 이를 팡파르와 함께 세계에 알린다는 대중적인 관념은 사실 낭만 소설이다. 과학자들은 연구 과정 동안 지속적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연구비를 신청하는 단계에서부터 방법론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논문과 다른 연구 보고서를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교류한다. 과학자 개인이 연구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적어둔 기록은 그 과학자가 대학의 종신교수직을 받을지 혹은 연구비를 받을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DNA 구조의 공동 발견자인 분자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은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저널리즘은 무한 경쟁이라는 얘기가 대대로 전해 내려오지만, 흔히 협력적인 행동이 훨씬 많다. 경쟁은 기자들이 동의한 날카로운 한계 아래서 일어난다. 파멜라 슈메이커와 스티븐 리스는 ‘언론사는 경쟁적으로 특종을 쫓기보다는 남들과 비슷하게 보도하고 싶어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 한 가지 이유는 특종이 독자나 시청자를 늘리는 데 별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종은 보도 기술의 수준을 보여주지만, 그때에도 기자들은 경쟁의 맨 앞에 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슈메이커와 리스는 말한다.”

“팩 저널리즘(pack journalism, 특정한 주제에 집중되고 유사해진 언론의 보도를 경멸적으로 부르는 말)은 ‘다른 사람들이 기사를 원한다는 사실이 그 가치를 높여준다 인식’에서 비롯된다.”

“엠바고 시스템을 이용해 학술지가 기자 위에 군림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자들은 엠바고 시스템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그것이 잘 작동하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요컨대 기자들이 목 조르기를 당하고 있다면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학술지 출판사와 과학 분야 학회는, 어떤 기자가 엠바고 접근권을 가질지, 그 접근권이 어떤 규정을 통해 행사될지, 엠바고 규정을 어길 시에는 어떤 처벌을 내릴지를 결정함으로써, 과학 정보에 대한 엠바고의 운용을 독점한다. 그러나 이런 상태는 매우 다른 출발점에서 진화해온 것이다. 과학 정보의 제공자들은 차츰 엠바고가 과학 의학 기자들을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권력을 행사하는 데 조심스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반면, 대체로 기자들은 계속해서 열광적으로 엠바고를 받아들였다. 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엠바고 규정으로 인해 텔레비전 기자들이 신문기자들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언론 보도 과정의 많은 부분은 기사나 방송 보도가 엠바고된 정보에 근거하는지의 여부에 상관 없이 똑같이 작동하고, 따라서 엠바고는 보도 과정의 정확성 측면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예를 들어 신문이 엠바고가 걸린 학술지에 대한 속보를 내보내는 경우, 기자가 연구하여 그 기사를 쓰는 데 며칠을 썼던 간에 뉴스 기사는 신문이 나오기 전날 오후나 저녁에 편집되기 쉽다. 그 기사는 (어쩌면 여러 명의) 편집자들에 의해 편집되는데, 편집자는 모두 작성자의 검토나 동의 없이 기사를 수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목차
감사의 글
제1장 과학 의학 뉴스 간단히 살펴보기
과학 의학 저널리즘 | 과학 커뮤니케이션 | 인젤핑거 규칙 | 엠바고 | 과학 기사의 내용 | 구성 | 결론
제2장 엠바고와 과학 저널리즘의 역사
아이디어의 탄생: 1920년대 | 기자들의 로비: 1930~1940년대 | 과학 협회들의 반응: 1950년대 | 새로운 갈등: 1960년대 | 벌어지는 간극: 1970년대와 1980년대 | 늘어나는 논쟁 속의 새로운 기술: 1990년대와 그 이후| 결론
제3장 과학 저널리즘의 정확성
정확해야 할 책무 | 정확성은 무엇인가? | 정확성을 측정하기 | 엠바고의 정확성 | 결론
제4장 엠바고의 대가
엠바고가 보도에 미치는 영향 |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 | 과학과 의학에 미치는 영향 |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 결론
제5장 엠바고는 사라져야 한다
과학 저널리즘과 공익 | 정확함 | 인터넷의 영향 | 엠바고 없는 세상
부록: 방법론에 대한 메모
옮긴이 말 |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