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에 유엔에 가입한 한국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1년 제56차 유엔총회에 본회의 의장을 배출한 바 있다. 나아가 2006년에는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일천한 가입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유엔에서 가장 핵심적인 직책을 한국인들이 맡게 되면서 유엔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고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과 더불어 많은 학생들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국제공무원이 되기 위한 길을 걷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여기저기에 위치한 국제기구에 한국인 직원들의 수가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미래의 직원을 꿈꾸며 인턴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한국인 학생 수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한편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국가를 대표하여 다자외교를 꿈꾸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모의유엔회의(Model United Nations Conference)와 같은 행사로의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1995년에 유엔창설 50주년을 계기로 하여 시작된 전국대학생모의유엔회의가 전국의 55개 대학이 참가하는 행사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오고 있다. 모의유엔회의에 대한 열기는 대학생에 그치지 않고 중고등학교 학생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중고등학교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모의유엔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러한 열기를 인식하고 일부 대학들이 이들 학생들을 위한 모의유엔회의의 개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부 비정부기구(NGO)도 이러한 대열이 합류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이러한 모의유엔회의를 수익모델로서 비즈니스 차원에서 개최하는 조직이 생겨 성업 중에 있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국제기구와 국제회의를 전공하고 있는 학자로서 국제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열렬한 관심은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전문성이 없는 조직에 의해 개최되고 있는 모의유엔회의에 무분별하게 참가하고 있는 학생들이 유엔회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를 하고 있다.

유엔회의를 포함한 국제회의는 한 마디로 종합예술이라고 부를 만큼 간단하지 않고 다면적이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와 국제회의를 학문적으로 전공하였다고 해도,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국제회의에 참가하여 활동한 경험이 없으면 국제기구 내에서의 역동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모의유엔회의를 위해서는 국제회의에 정통한 전문가의 총체적인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이러한 위기감 속에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모의유엔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돕고 나아가 이러한 회의에 학생들이 제대로 참가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이 책을 쓰고자 한다. 저자는 국제기구와 국제회의를 이론적으로 연구해오고 있을 뿐 아니라 수차에 걸쳐 정부대표단의 자문역(advisor)으로 국제회의에 참가하여 실질적인 경험과 관찰을 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권의 국제기구와 국제회의 관련 책들을 발간해 왔다. 이들 책 가운데 특히 ?유엔회의의 이해?라는 책은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실무자뿐만 아니라 모의유엔회의에 참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도 필독서가 되어 왔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15년째 전국대학생 모의유엔회의를 총괄하여 지도해 오고 있으며, 세계 여러 곳에서 개최되는 모의유엔회의에 한국 대표단의 지도교수와 심사위원 등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본 저서는 실제의 유엔회의의 역동적인 과정과 절차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상세히 기술하여 마치 유엔본부의 회의장에 앉아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결의안이나 수정안과 같은 공식문서뿐 아니라 대표단의 발언문을 작성하는 요령을 소상하게 소개하여 수준 높은 공식문서와 발언문의 작성을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많은 모의유엔회의가 영어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여 의장단(의장, 부의장, 보고관)과 대표단이 어떤 전문적인 회의영어를 구사하여야 할 것인가를 소개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하나의 상황에서 어떤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가를 다양한 예를 통해 소개하고자 했다. 실제의 유엔회의가 모의유엔회의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어렵다. 모의유엔회의는 참여국의 수와 구성을 비롯하여 여러 면에서 실제의 유엔회의를 모방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개최되는 모의유엔회의도 유엔의 의사규칙을 많이 변형하여 적용하고 있다. 너무 많은 변형된 의사규칙을 적용하다 보니 정체성이 사라질 지경에 이른 모의유엔회의도 존재한다. 본 저서는 모의유엔회의라 할지라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실제의 유엔회의의 절차와 과정 그리고 의사규칙을 따를 것을 전제로 작성되었다. 본 저서를 통해 수준 높은 모의유엔회의가 개최되고 여기에 수준 높은 학생들이 참가하여 다자외교의 역동성을 경험함으로써 미래의 한국의 다자외교를 이끌어갈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시간관계상 유엔총회 본회의와 위원회 회의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나 다음에는 안전보장이사회와 경제사회이사회의 회의를 다루는 지침서를 내고자 한다. 또한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의 기능위원회(functional commission)의 경우 경제사회이사회와도 다른 의사규칙을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것도 포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