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예술작품 보러 아직도 미술관에 가시나요?
-우리 사회 가장 첨예한 현장과 함께하는 미술전
2009년 1월 20일, 서울의 한복판 용산은 한순간 절망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삶의 자리로부터 추방당한 5명의 철거민과 무리한 진압에 투입된 1명의 경찰특공대원이 불에 타 숨졌다. 1년이 훌쩍 지나고 사람들은 떠났지만, 용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개발주의가 잠깐 정체를 드러냈던 추방의 공간은 더욱 넓어졌거나, 혹은 자리를 옮겨갔을 뿐이다.
그 1년 동안 미술인들은 용산 참사 현장에서 ‘미술행동’을 진행했다. 우리 시대의 절망을 응시하...
예술작품 보러 아직도 미술관에 가시나요?
-우리 사회 가장 첨예한 현장과 함께하는 미술전
2009년 1월 20일, 서울의 한복판 용산은 한순간 절망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삶의 자리로부터 추방당한 5명의 철거민과 무리한 진압에 투입된 1명의 경찰특공대원이 불에 타 숨졌다. 1년이 훌쩍 지나고 사람들은 떠났지만, 용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개발주의가 잠깐 정체를 드러냈던 추방의 공간은 더욱 넓어졌거나, 혹은 자리를 옮겨갔을 뿐이다.
그 1년 동안 미술인들은 용산 참사 현장에서 ‘미술행동’을 진행했다. 우리 시대의 절망을 응시하며 미술이라는 형식으로 현실을 담아냈다. 절망의 공간은 소통의 공간, 희망의 싹이 피어나는 공간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용산참사 추모 파견미술 헌정집 『끝나지 않는 전시』는 우리 시대의 가장 첨예한 현실 위에 그린 행동하는 사람들의 몸짓을 담았다. 캔버스가 아니라 무너진 담벼락과 철거되는 건물들, 버려진 것들에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을 담았다. 절망의 기억과 개발주의의 폭력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이며 연대의 끈을 이어가기 위해서이다.
이 책의 1부 “기억하라! 연대하라!”에는 미술인들이 현장에 모여들기 시작한 참사 당일부터 그 후 1년 동안 진행한 현장 미술행동의 모습과 작품들을 담았다. 2부 “또 다른 미술들”에는 서울, 부산, 전주, 대구 울산 등을 돌며 순회전을 가진 과 용산4가 철거 현장에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 만든 용산포차 展의 준비 모습과 작품들을 실었다. 3부 “끝나지 않는 전시”에는 2009년 4월 3일부터 2010년 1월 20일까지 레아미술관에서 진행한 총 22회, 42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회와 작가 노트를 담았다. 4부 “파견미술에 대하여”에는 이들 미술인들의 현실참여가 미술사적,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는가를 조명했다.
끝나지 않은 용산
_ 미술관을 뛰쳐나와
절망의 공간에 예술의 꽃을 피운
파견미술가들의 기록
평범한 사람들의 꿈과 일상의 공간이었던 용산 남일당 상가는 한순간 절망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2009년 1월 20일, 누군가는 서둘러 출근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아직 잠자리에 있었던 시간이었다. 삶의 자리로부터 추방당한 5명의 철거민과 무리한 진압에 투입된 1명의 경찰특공대원이 불에 타 숨졌다. 그 후 그 죽음의 공간에서 공권력의 폭력은 끊임없이 자행되었고, 다시 소외와 추방이 계속되었다. 진실 또한 서둘러 은폐되고 왜곡되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러는 사이 장례식을 치렀고 사람들은 떠났다.
그러나 아직 용산은 끝나지 않았다. 개발주의가 잠깐 정체를 드러냈던 ‘용산’이라는 추방의 공간은 더욱 넓어졌거나, 혹은 자리를 옮겨갔을 뿐이다. 용산에서 참사가 일어난 바로 다음 날부터 2010년 1월 20일까지 1년 동안 수많은 미술인들이 현장 미술행동을 진행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파견미술가’라고 명명했다. 화려한 아틀리에를 나와 세상의 아픈 저자거리로 ‘스스로를 파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 시대의 절망을 응시하며 미술이라는 형식으로 현실을 담아냈다. 절망의 공간은 소통의 공간, 희망의 싹이 피어나는 공간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포장마차 미술관 오픈은 전경들에게 포위되어 본의 아니게 성대하게(?) 치러지기도 했다. 평화박물관에서 시작한 은 부산, 대구, 전주, 광주, 인천 등 전국을 돌았고, 지난 4월에 시작한 ‘레아’ 미술관의 는 5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 책 『끝나지 않는 전시』는 망자들이 생전에 꿈꾸었던 희망의 공간을 재현한 미술인들의 예술행동의 기록이며, 2009년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추방당했던 5명의 철거민에 대한 환기이다. 또한 용산이라는 공간에서 피어난 보통 사람들의 연대의 기억이며, 끊임없이 확산되는 또 다른 용산에 대한 저항 연대의 촉구이다.
그림을 ‘하다’
용산에 모인 미술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가 아니라 그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용산 참사 직후에 나온 이윤엽 판화가의 ‘여기 사람이 있다’는 대형 현수막과 걸개그림, 포스터 등에 사용되며 용산 참사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기자회견과 주말 추모집회의 무대막, 거리행진 등에 쓰였던 조각보 작품은 50여 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림을 받았다.
미술가들이 참사 직후에 꾸린 은 미술평론가 김준기 씨의 말대로 “사적 소유, 재개발, 생존권, 자본과 권력 등의 의제를 다룬 기획전”이었다. 참사의 현장에 버려진, 혹은 추방당한 물건들을 가지고 그 현장을 망각에서 차단하려는 예술행동이며 ‘전쟁’이었다.
“우리에게 재료는 따로 있지 않았다. 버려진 매트리스에, 합판 쪼가리에, 이부자리에, 누구나 할 것 없이 ‘뺑기’를 칠하고 만들었다. 버려야 할 것들은 따로 있다는 무언의 항의였다.”
-「여는 글」 중에서
용산포차 展 역시 용산4구역 포장마차 골목에 버려진 잔해가 미술의 재료가 되었다. “간판, 그릇, 문짝, 밥상, 수저, 술잔, 밥통, 부서진 서랍장, 메뉴판, 화분, 쟁반, 텔레비전, 냉장고……” 들 위에 물감을 바르고 조합하고 설치했다. 이들의 이런 모습들을 보며 “유가족들과 철거민들의 얼굴도, 심지어 매일 함께 살던 경찰들의 얼굴도 잠시 잠깐씩 화사해지곤 했다”고 서울민미협 대표 전미영 씨는 밝히고 있다.
또 는 2009년 4월 3일부터 2010년 1월 20일까지 레아미술관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열렸다. 레아미술관은 故 이상림 씨가 운영하던 레아호프를 미술인들이 개조하여 만들었다. 전시회는 총 22회에 걸쳐 열렸고, 참여 작가는 50여 명이나 된다. 展을 진행했던 성효숙 작가는 참사 이후 심리적 상처로 괴로워하던 철거민들과 미술치료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이 현실을 이겨내며 희망의 나무를 만들었듯이 우리는 ‘용산참사역’과 그 다음 정류장에도 희망의 나무를 심을 것이다.”
용산을 잊지 않기,
절망의 기억과 개발주의의 폭력을 망각하지 않기
이들의 현실 참여는 용산참사가 처음은 아니었다. 대추리, 이랜드, 기륭전자, 콜트·콜텍 등 우리 사회의 아픔이 있는 곳을 찾아 온몸으로 그 현실과 마주해왔다. 그러다 다시 용산에서 1년의 시간을 함께했다.
『끝나지 않는 전시』는 우리 시대의 가장 첨예한 현실 위에 그린 행동하는 사람들의 몸짓을 담았다. 캔버스가 아니라 무너진 담벼락과 철거되는 건물들, 버려진 것들에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을 담았다. 절망의 기억과 개발주의의 폭력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 시대의 낮은 곳을 가고자 하는 진정한 삶의 예술이 다시 지금 여기에 태동하기를 바란다.
[추천하는 글]
2009년 2월 초 어느 날, 젊은 후배 예술가 몇이 찾아왔다. 용산에서 다섯 사람이 죽었다고 했다. 무어라도 해야지 않겠냐고 묻는 눈빛들이 어둔 밤길에 반딧불 모양으로 초롱초롱했다. 내게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런 아름다운 젊은 날이 있었다. 그들은 미술관에 걸리는 작품을 꿈꾸기 이전에, 동시대 사회적 영혼과 사람들의 가슴에 새기는 진정한 미술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이든 내놓아야 했지만,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리고 1년. 보라, 이 경이로운 책을. 미술이 액자를 넘어 꿈틀꿈틀 살아 춤추며 노래하는 이 환희와 전율을. 다시 새로운 미술이 다가오고 있다.
-신학철(미술가)
장례 날을 잡았다. 열사들은 우울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혼자 앉아 울고 있다. 장례를 마치는 순간 포클레인 굉음 소리가 가동될 것 아닌가. 용산 참사! 나는

목차
여는 글
용산참사와 함께하는 미술인 | 용산철거민 열사 유가족 | 008
1부 기억하라! 연대하라!
달리는 그림들 | 014 | 절망의 터를 희망의 터로 | 022 | 수많은 얼굴들로 되살아난 열사들 | 030 | 그림 밖이 모두 물 | 038 | 가난한 화가들 돈을 모으다 | 046 | 현장 행위 미술행동 | 052 | 140인의 예술행동 | 058 | 낙지도서관 만들기 | 066 | 재밌는 1인 시위 | 072 | 금요 문화행동의 날 | 078 | 2009년 12월 32일 | 084 | 떠나가는 사람들 | 090
2부 또 다른 미술들

김종길 | 리얼 디스토피아, ‘멋진 신세계’는 없다! | 103 | 진창윤 | 섬 | 136
용산포차 展
전진경 | 기억을 파는 포장마차 | 139 | 안태호 | 용산포차, 문래동에 떴다! | 144
3부 끝나지 않는 전시
1회 | 展 | 173 | 2회 | 김성건 | 수묵그림 展 | 178 | 3회 | 김재석 | 展 | 182 | 4회 | 이철재 | | 186 | 5회 | 배인석 | 展 | 190 | 6회 | 김종도 | 展 | 194 | 7회 | 이영학 | 展 | 198 | 8회 | 성효숙 | 展 | 202 | 9회 | 권윤덕 김병하 김종도 김환영 이광익 이상권 이승현 이억배 장호 조은영 조혜란 홍기한 | 展 | 206 | 10회 | 성낙중 | 조각 展 | 210 | 11회 | 박건웅 | 展 | 214 | 12회 | 엎어컷(권오준 김동범 남동윤 박태성 서성관 여누 유재영 최덕현 현상규) | 展 | 218 | 13회 | 구본주 서포터즈 | 展 | 222 | 14회 | 나규환 전진경 이윤엽 | 展 | 226 | 15회 | 곽영화 | 展 | 230 | 16회 | 이윤정 | 展 | 234 | 17회 | 나카니시 레몽 | 展 | 238 | 18회 | 이원석 | 展 | 242 | 19회 | 김기호 천호석 신주욱 | 展 | 246 | 20회 | 나종희 | 展 | 250 | 21회 | 용산참사와 함께하는 모든 예술가들 | 展 | 254 | 22회 | 신유아 정윤희 박정신 | | 258
4부 파견미술에 대하여
임정희 | 용산에서 다시 만난 행동주의 미술, 그 잠재력과 가능성 | 264 | 안태호 | 이제, 끝나지 않는 질문을 던지자 | 274 | 김준기 | 여기 예술이 있다 | 279
부록
용산참사와 함께한 미술인 활동 일지 | 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