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이나 범죄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롬브로조(Cesare Lombroso)와 그의 저서인 『범죄인』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롬브로조는 고전학파의 선구자인 베까리아(Cesare Beccaria)와 함께 근대 형사법과 범죄학의 기틀을 다진 학자로서 이들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형사법이나 범죄학의 서두에서 쓸 것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소개된 바는 생래적 범죄인, 격세유전, 이탈리아학파 정도 외에 그리 많지 않다. 그 까닭은 그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나 『범죄인』을 비롯한 수많은 그의 문헌들이 우리에게 직접 전해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간접적으로, 그나마 극히 일부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원문을 확인하고 연구하고자 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극심한 학문적 갈증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역자는 이 번역본이 그러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번역을 결심했다. 특히 롬브로조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찰스 다윈의 탄생 200주년, 그리고 그의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막 지난 시점에서 『범죄인』을 번역한다는 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2008년 여름, 습관처럼 인터넷 책방을 뒤지다가 롬브로조의 『범죄인』이 영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것을 알고 내심 뛸 듯이 기뻤다. 말로만 듣고 책에서만 보던 그 책을 당장 주문하였고, (다른 유능한 학자들이 선수를 칠까 두려워!) 바로 편역자 두 분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어 번역의 동의를 구했다. 회신이 올까 초조해 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답장이 도착했다. 편역자 두 분은 한국어 번역에 대하여 흔쾌히 동의해 주었고, 친절하게도 한국어 번역서 출간을 위하여 영역본을 출간한 듀크 대학(Duke University) 출판부의 담당자를 소개해 주었다. 이들과의 접촉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한국어 번역서의 출간이었다.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고 상업성이 없어 출판하기 어렵다는 일반 출판사들은 물론, 관행적으로 번역서의 출간을 기피하는 법학 전문 출판사들은 이 번역서의 출판 제의에 냉담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심한 좌절을 맛보고 있을 때 기댈 곳이라곤 형사정책과 범죄학 전문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뿐이었다. 다행히도, 학교에 오기 전 7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을 보낸 친정 같은 이곳에서 이 책을 출간해 주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연구원장 직을 맡고 계신 박상기 원장님의 결단이 없었다면 아마 이 책은 아직도 어두운 컴퓨터 안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여 헤매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동안 롬브로조와 그의 『범죄인』에 대하여 알고 있는 바가 그저 빙산의 일각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거의 편집광일 정도로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여 철저하게 조사·분석한 롬브로조의 실증주의 연구방법은 학자로서 아무리 강조하고 본받아도 모자랄 것이다. 어찌 보면 범죄나 범죄자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부분까지도 이와 연관지어 생각한 그의 탐구심은 학문적인 열정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오늘날에는 상식이 된 지문 조회, 혈액 검사, 유전자 감식 같은 과학적인 조사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19세기 말엽에 이런 위대한 저서를 쓸 수 있었다는 데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전문적이고 난해한 사항으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설이나 수필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꾸며져 있어 범죄전문가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아마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 분들께 한두 가지 일러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 이 책에는 오늘날 잘 쓰지 않는 용어들 - 예컨대 감옥, 죄수, 간수, 매춘, 매춘부 등 - 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러한 용어들을 오늘날의 용어로 바꾸어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이 책이 출간된 19세기 후반의 용어사용이나 일반 관념을 반영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독자 분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둘째, 이 책에는 저자인 롬브로조와 편역자 그리고 옮긴이의 주석이 달려 있는데 원본에 따라 롬브로조의 주석은 각주로, 편역자의 주석은 미주(尾註)로 실었으며, 더 보충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은 본문에 괄호로 역자주를 넣었다.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독자는 반드시 각주와 미주를 참조하기 바란다. 본문의 내용을 더 풍부하게 해 주는 도우미가 되어 줄 것이다. 이제 폭넓은 연구범위와 다양한 연구대상을 바탕으로 한 그의 저서를 통하여 생생한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바란다. 번역서를 출간해 본 사람은 누구라도 느끼는 바이지만 생경한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그야말로 지극히어렵고 고단하며 지루한 작업이다. 게다가 이 번역서는 이탈리아어로 된 원문을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중역(重譯)한 것이기에 본래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했는지 스스로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특히 수없이 많이 등장하는 의학용어를 일일이 찾아보면서 적절한 우리말로 옮기는 일이 이 분야의 문외한으로서 지난(至難)한 일이었다. 혹 독자 제위께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주신다면 앞으로의 공부를 위하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제1판(1876)
1 66개의 범죄자 두개골
2 범죄자 832명의 신체측정과 인상학
3 문　신
4 범죄자들의 감정
5 범죄자와 종교
6 범죄자의 지능과 교육
7 범죄자들의 은어
8 범죄자들의 문학
9 정신이상과 범죄
10 조직범죄
11 격세유전과 형벌
제2판(1878)
12 범죄자들의 자살
13 격정범
14 상습범, 도덕성과 양심의 가책
15 범죄자의 필체
16 범죄원인 - 기후와 인종
17 범죄원인 - 문명, 술, 유전
18 범죄원인 - 연령, 성, 도덕교육, 성기, 모방
19 범죄예방
20 형벌정책
제3판(1884)
21 범죄와 하등생물
22 야만인들의 범죄와 성생활
23 형벌의 기원
24 아동의 도덕적 정신이상과 범죄
25 두뇌와 내장의 비정상성
26 생래적 범죄인의 사진
27 범죄자의 감각과 얼굴의 홍조
28 도덕적 정신이상과 생래적 범죄인
29 제3판 요약
제4판(1889)
30 신진대사, 월경, 출산력
31 범죄자들의 의사소통
32 범죄자들의 예술작품과 일
33 간질병 범죄자
34 간질환자와 생래적 범죄인
35 간질병의 생리현상과 원인
36 정신이상 범죄인
37 정신이상 범죄인의 신체와 정신
38 알코올중독 범죄자
39 히스테리 범죄자
40 기인들
41 기회범죄인
제5판(1896-97)
42 범죄자의 두개골(689개)
43 범죄자 6,608명의 인체측정과 인상
44 정치범
45 범죄원인 - 도시 과밀화, 알코올중독, 재산, 종교
46 범죄원인 - 유전, 성, 정치
47 범죄예방
48 결론 및 형벌의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