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반도 제2의 건국신화에 이를만한 ‘가치와 비전’이 담긴 발군의 시나리오다”

이 책은 아이디어 면에서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발함’, 글의 성격 면에서 ‘분류조차 할 수 없음’ 그 자체다. 시나리오 방식인가 하면 평론 같고, 논설인가 하면 재밌는 이야기 같으니. 그도 그럴 것이 ‘가상의 시국신화’를 계시적으로 써놓고 일일이 해설까지 곁들인 점은 근래 어떤 책에서도 시도하지 못한 창의성이 눈에 확 드러나기 때문이다 (관련본문/ 제6장 박티공주 신화: 한반도의 바루나를 찾아서).

본문의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저자는 대놓고 묻는다. “누구든 이 물음에 답해보라”고.
?김정일은 후계자 김정은의 뒤켠을 과연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남북한의 현실에 비춰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이제 우리사회 중추가 된 386들의 시대적 소명과 ‘공진화(共進化)의 길’은 무엇인가? 지금 한창 논의되고 있는 386에 대한 성격은 뚜렷이 규정될 것인가, 아니면 퇴색될 것인가?
?2012년, 한반도에 정말 바루나(포용) 리더십이 펼쳐질까? 그것을 위한 정의는 무엇인가? 미래권력이라는 박근혜는 과연 이를 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현실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더구나 서로 상반되는 접근방식이기에 어쩌면 그런 발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신화 상상력과 사회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조화시킨 점이 돋보인다. 분석 차원에서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합 차원에서는 신화 상상력으로 접근한 점은 가히 독보적이라 하겠다. 신화 상상력은 창의적인 대안을 그려내기 위해, 사회학적 상상력은 타당성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며, 특히 신화 상상력은 종교사학자 미르치아 일리아데의 논리에 의거 ‘전체성에서 바라보기’를 위해 도입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실의 한반도에 적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감은 물론, 특히 우리나라 무속신화인 ‘바리공주’에서는 영웅의 모범모델 원형을 찾았으며(관련본문/ 162~175쪽), ‘심청전’에서는 소외계층을 돌보는 위대한 여성리더십 원형을 찾았다(관련본문/ 279~285쪽).

서술방식은 스토리텔링기법에 더해 숫제 ‘단막 이야기’를 만들어 설명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서울공원에서 탈출한 말레이 곰을 외갓집 꼬마 이야기로 풀더니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민족 분단 상황을 ‘설탕부족’ 이야기로(관련분문/ 27~31쪽), 지금까지의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 측의 태도를 ‘도루묵 시지포스’ 이야기(관련본문/ 63~68쪽)에 빗대는 등 은유와 상징기법을 많이 사용하였다. 그런 연유로 이 책은 시사적이면서도 교양과 재미를 두루 갖춘 희귀 도서가 아닐 수 없다.

거기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인문학적 지식은 물론 남남과 남북, 현실세계와 상상세계,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은 독특하면서도 계시적이기까지 하다. 가령 죽은 김일성 혼백으로부터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은 자못 비장스럽다 못해 운명적이기까지 하다(관련본문/ 271~275쪽).

“우리 부자(父子)가 천상에 들 수 있는 길도 이것이오, 박티공주의 오마니 아바이가 도솔천에 오르는 길도 이 길입네다. 또 갈라진 남북의 백설탕 흑설탕 부족이 하나로 통일돼 한민족으로 살 수 있는 길도 이 길입메다. 구천으로 떠나올 때 내 혼백이 아들에게 신신당부 해놓고 왔을라무네 이 아바이의 말을 어기지는 않을 겝네다. 기럭하니 박티공주도 내 소청을 헤아려 주시라요.”(본문 275쪽)

또 신화 상상력으로부터 얻은 인적결연 모티프를 차용하여 2012년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에 즈음하여 박근혜를 상대로 김정일이 용단을 내리는 가상통화 장면은 이 책의 아이디어 백미이자 압권이다(관련본문/ 40~42쪽).

“맞슴메다. 북과 남이 한 동포로 살려면 그래야 갔디요. 내레 결딴 내갔시요. 북은 장부장이 뒤편 해주고, 남은 박 당선자가 뒤켠을 봐 주시라요. 세 사람 놓고 모든 조건에 수표 하갔시오.”(본문 41쪽)

가상 시나리오라지만 “시와 음악처럼 신화도 우리에게 환희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명언그대로 저자가 만든 모방신화는 한민족에게 평화연꽃을 피울 수 있는 기대와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저자는 아이디어로서만 제안하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조건 지워진 상황’을 들어 그럴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 하나 저자가 공들인 부분은 바로 386세대에 관해서다. 지금 한창 386의 앞날에 대하여 다방면의 논의도 있지만, 이 책은 386의 등장배경과 성격, 나이진화에 따른 시계열적(時系列的) 사회상황, 386중의 한 사람인 저자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솔직하게 다루었다. 저자는 이를 위해 386의 한편에 306(본문에는 486과 406으로 표기되어 있음)세대의 성격도 아울러 파악하였다. 그리하여 386들이 계속 정치담론 맴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386과 2세들이 정치적 동행인이 되는 과정, 그 결과 6.2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투표성향들을 그려냈다(관련본문/ 220~246쪽).

가장 의외적인 것은 386들이 신화를 이루는 세대가 될 것임을 예견함과 동시에 대다수 사람들이 386세대와는 ‘정치적 성향이 판이하다고 보는’ 박근혜와의 화학적 융합을 통해 남남화해와 남북협력, 평화체제와 선진대국으로 나아가는 ‘두 개의 성공신화’를 그려내고 있다. 실현 여부는 당사자들의 취사선택에 달린 것이나 시대상황과 국가적 대의로 봤을 때 가능하면서도 획기적인 제안사항임은 분명하다.

386세대가 이런 신화를 이루려면, 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면 ‘다시 깨어남’은 물론 ‘화학적 융합’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386 자신들만의 힘으로 시대적 소명을 다 풀어나가기는 어려울 테니까. 그리고 다른 성격의 인물 혹은 집단과 결합한다손 치더라도 물리적 변화보다는 화학적 융합의 위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 화학적 융합의 방정식이 곧 박근혜와 386의 조합이다. 박근혜의 도덕성과 소명의식에 386의 열정과 시대적 책임이 결합한다면 그 가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본문 245쪽)

대권후보자 중에서 선택과 집중원리에 따라 시나리오 대상으로 삼은 박근혜가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지, 또 소명은 무엇인지를 번안가요 ‘백만 송이 장미’ 노랫말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방식을 택하였다(관련본문/ 188~190쪽). 박근혜를 모범모델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면서도 정치 색깔이 별로 나지 않는 이유가, 그렇듯 권력 또는 정치현실과 적정거리를 두고 어디까지나 상상력으로 국가의 앞날을 찾아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클라이맥스는 뭐니 뭐니 해도 박티공주 신화다. 이것은 저자가 바리공주 신화에다 남북의 상황, 그리고 여러 가지 신화 상상력을 동원하여 모방신화 형태로 만든 시나리오다. 이 책의 다른 부분은 이 이야기의 플롯을 짜기 위한 배경이다. 시국신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신화는 상생조화와 미래를 역점을 둔 것이기에 이전의 이야기들과는 좀 색다르다. 예컨대 3김 때와 노무현 후보가 대권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보면 ‘무협지’를 연상케 하는 ‘싸움’ ‘암투’ 등이 주조였다. 그러나 이 책의 신화는 통합과 미래발전을 위한 제2의 한반도 건국신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통합과 홍익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불경과 성경, 물리학이나 문학 등 경계를 무차별 넘나들고 있다. 저자 스스로 말한다, 그게 바로 신화 상상력의 강점이며 저자 자신의 독특한 사고구조라고.

“남방에 바루나 생명수를 뿌리고 환생꽃을 심으면 아버지가 살 것이고, 북방에 바루나를 뿌리고 환생꽃을 심으면 어머니가 살 것인즉, 아버지 어머니가 회생하는 날에 남쪽의 백설탕부족과 북쪽의 흑설탕부족도 다시 하나가 되리라.”(본문 264쪽)


그 피리소리에 산천초목과 386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고, 반목하고 질시했던 사람들도 하나가 됐으며, 산 자도 죽은 자도 모두 달려들어 박티공주를 위해 뗏목을 만들었다. 뗏목이 완성되자 다함께 노를 저어 박티공주가 ‘대선 강’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었다.(본문 267쪽)

저자의 독특한 사고체계와 태도는 책의 본문 외에도 간간히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저자는 집필실 이름을 ‘如如亭(여여정)’이라 짓고는 장자의 ‘逍遙遊(소요유)’를 공간 이미지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대개의 문필가들이 서재 이름이나 당호로 ‘齋(재) ? 堂(당) ? 房(방) ? 室(실)’이란 한자를 쓰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저자는 이에 대하여 그런 한자는 “가옥의 안전보호 및 구조기능에 방점을 둔 것이라 바깥사유(思惟)로 보면 사람이나 물건을 ‘가두는 곳’이 된다”며 그런 개념에서 탈피하였다. 반면에 “‘亭(정)’은 비 막음만 할 뿐 원래 기능이 ‘나를 내놓고 노니는 곳’이므로 집착 없이, 열린 사유를 지향하는 뜻에서 집필실 이름조차 기존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자체만도 하나의 열린 생각을 갖게 해준다.

그뿐 아니다. 참고문헌을 소개하면서도 저자는 “많은 도움 됐습니다.”라는 짧지만 정중한 사례로 기존 문헌의 참고 또는 인용에 대하여 예의를 차렸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참고문헌 저자들도 일면 책의 ‘공저자’로 존중받아야 한다(설혹 참고문헌 저자의 의견이 다를지라도)는 점에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참고문헌을 마치 ‘지적 과시용’(?) 방편으로 나열하는 인식이나 태도로부터 탈피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저자의 실전 경험에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이 책은 독특한 사고를 제공하며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광고기획하면서 카피 쓴 경험을 살려, 비록 패러디 형식이지만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은유적인 개념’을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 생각이 풍부해지고 재밌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더구나 시사 논평 형식의 글을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며 끌어가고 있어 재미와 함께 ‘이야기 상황’에 쏙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은 이야기주제와 서술방식도 남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영감을 주는 책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사료된다.

프롤로그

1장 퀘스트(Quest) 허스토리의 서막
·마야의 예언과 선택시점: 2012년, 에덴의 동쪽에선?
·‘반편’이 된 파리스와 ‘설탕부족’ 이야기
·“박 당선자님, 정은이레 양자로 삼으시라요”
·‘불도깨비’, 파에톤의 ‘태양마차’ 운명을 피할 수 있을까?
·신화는 탄생해도 ‘도루묵 시지포스’ 할 사람은 없다.

2장 2012년 허스토리를 읽는 다섯 개의 키워드
·불확실성
·신화 상상력 혹은 호모 나랜스
·시나리오 기법
·영웅 모티프
·박근혜

3장 신화, 리더십을 말하다.
·캠벨의 ‘내면으로의 탐색여행’ &
가드너의 ‘이야기가 있는 리더십’
·“신화의 힘을 찾을 때, 그 때는 반드시 온다”
·파우스트가 합창하는 ‘여성적인 것’ vs
현대 여성리더십의 ‘이중구속’
·리더십의 I.D.E.A.모델: 아우라(Aura)에 살고지고

4장 ‘백만 송이 장미’는 불멸을 위한 미션
·‘바리공주’ 이야기: 태초의 모범모델의 계시
·‘귀환의 비극성’을 넘어: 오직 소명에 살다
·‘백만 송이 장미’를 피우고 오라는 그 음성!
·신화에서의 협력자가 킹메이커와 다른 점은 ‘의외성’

5장 ‘두 개의 성공신화’, 그 서사시를 쓰기 위한 조건
·맥컬리스처럼, 링컨처럼, 그리고
네눈박이송사리(four-eyed fish)처럼
·386세대에게 한국판 ‘토끼울타리’를 칠 것인가, 아니면?
·‘비옥한 삼각주’를 만들기 위한 이 시대의 정의

6장 [박티공주 신화: 한반도의 바루나(Varuna)를 찾아서]
·[전편]
·[후편]

에필로그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