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병처럼 우울한 서민의 삶을 체험해 그린 자전적 소설집 “공병” 발간 !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는 법을 쓴다. 소설 “공병”은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곧 무리 없이 성공하는 방법이다.
공병!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시절, 자신의 처지가 공병 같아서 애착을 가졌던 정갑용 소설가가 십여 년을 넘게 준비한 “공병”이라는 소설을 냈다.
소설 “공병”이 나온 배경은 특이하다. 학창시절 우수한 모범생으로 주위에 소문이 자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공의 길에서 멀어진 저자는 결국 중, 고 시절 글짓기대회에서 몇 차례 입상한 기억과 벌초기억 때문에 집필대행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안정을 찾는다. 저자는 인생도 가급적 적성에 맞는 쪽으로 굴절하려는 회귀본능이 있다고 한다.

소설 “공병”이 나온 것은 도서출판 큰일터 대표이기도 한 정갑용 소설가가 1997년 장편소설 “정호신전”을 낸 후 14년 만이다. 첫 장편소설이 이상적인 한국인을 가상모델로 세계적 업적을 추구하는 독특한 이상향을 그렸다면, 이번 소설 “공병”은 일반 서민의 생생하고 우울한 삶의 현장을 체험한 소재를 녹여 만들었다.
저자는 어둡던 시절의 생활을 공병에 비유하면서 인생을 바라보았다.
“공병도 술이 차 있을 때만 대접받는다. 사람도 그렇다. 나도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을 때는 그랬다.”(p60 공병, 아래서 여섯째 줄)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이런 걸까. 어떤 때는 공병도 감정이 있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럴수록 나 자신의 처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애정도 생겼다. 공병은 내가 가지런히 정리할 때마다 내 가슴에 이마를 대고 속삭였다.”(p66 공병, 넷째 줄)
소설 “공병”의 주인공은 실제로 화이트칼라의 대명사인 증권회사 생활을 마감한 저자다. 저자는 아이엠에프 직전 증권회사에서 해고되었고, 그 후 십여 년 동안 이십여 차례가 넘는 이직을 경험하면서 중소기업을 드나들었다. 아이엠에프의 어두운 시절을 지나온 저자가 기존 경력과는 180도 다른 집필대행 업무에 적응하기까지의 고단한 삶의 일부를 소재로 한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경험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듯이 이런 경험을 돌이켜보며 저자는 소설 “공병”을 통해 경험으로 얻은 살아있는 교훈을 주고 있다.
“나는 오늘 아침 어지러이 널려 있는 빈 술병을 모아, 틈이 날 때마다 꽃무늬를 만들고 바닥에 깔아 놓았다. 아이들이 딱지를 접어 바닥에 맞추어 놓는 것처럼. 간간이 쏟아지는 빗줄기와 빗방울이 지저분한 공병을 씻어 낼 때마다 기분이 상쾌했다. 유리병을 보면, 그 본래의 반짝임을 찾아내어 아름다워지는 모습을 보면 더욱 기뻤다. 그것은 일종의 조각이요, 미술이요, 예술 행위였다.”(p65 공병 위에서 일곱째 줄)

이 책은 단순히 기억을 되살려 쓴 소설이 아니다. 저자 정갑용은 1970년경부터 일기를 써오고 있어 기록의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따라서 소설 “공병”은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길고 긴 기록을 토대로 이야기로 엮어내 참으로 공감이 가도록 의미 있고 읽기 쉽게 썼다. 좋은 이야기의 창고라고 할 만큼 소중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모두가 주인노릇 하는 게 꿈일 텐데도, 평생을 머슴이 못돼 안달한 모습은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과정으로 끝나야 한다. 가정이 무너지지 않는 시스템은 무엇인가. 올바른 가치관은 어떤 것인가. 아이러니컬하지만 모든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겼다. 우리가 어떤 획기적인 시스템과 가치관을 영원히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들쥐나 햄스터나 곰처럼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p160 소장수의 칼 아래서 넷째 줄)”
지금도 일상을 기록한 수기를 모두 입력하여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저자의 아침 일과다.

1. 고양이는 왜 쥐를 잡지 않을까
2. 아메바 부부
3. 슬픈 조연자
4. 우연한 만남들
5. 어머니의 눈물
6. 공병
7. 미행
8. 하루벌이 일꾼
9. 직업 여행
10. 가출
11. 울지 않는 새
12. 꽃집 사람들
13. 소장수의 칼
14. 소머리 국밥
15. 귀한 직업, 천한 직업
16. 지옥의 문
17. 진드기를 위하여
18. 시스템화 된 가정
19. 아주까리 아저씨와 커피 아줌마
20. 하늘에 흐르는 강
21. 해고
22. 돌배나무
23. 인생 상담
24. 결 심
25. 아빠의 일기

소설 ‘공병’ 을 쓰면서 그 동안 어렴풋이 느껴 오던, 사회 구조와 가정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가정에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 인간으로서 가장의 고통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수입이 한 달만 끊겨도 당장 생활에 주름살이 깊게 패도록 꽉 짜인 생존시스템은 도대체 무언인가. 수십 년 일하고도 단 몇 달 동안의 휴식기간이나 재충전 기간도 용납 안 되는 서민의 생활은 무엇인가. 돈을 향한 끝없는 가치 부여는 어디가 끝인가. 무한대에 가까운 가장의 책임은 얼마나 크고 무거운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생활고 외에 합리적 가치를 뒤흔드는 괴물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허세를 뒤집어쓴 체면유지라는 괴물이었고, 또 하나는 안녕을 뒤집어쓴 욕망이라는 괴물이었다. 이 둘은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인간다운 삶을 송두리째 뽑아 던졌다.
기나긴 시간을 타고,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명멸했다. 지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렀다갔다. 많은 인간들은 ‘체면유지와 욕망’이라는 멍에를 지고 평생을 비틀거리면서 걸어갔다. 힘이 부쳐 쓰러지면 땅 속으로 들어가 벌레의 먹이가 되었다. 체면유지와 욕망은 눈을 멀게 했고, 아옹다옹 살게 했다. 그 모순도 원인도 모른 채 피투성이가 되어도 이를 악물고 웃어야 했다. 그 웃음 뒤에는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이 늘 웅크리고 있었다.
이 소설은 체면유지와 욕망이 만드는 음습한 그늘에서 우울하고 스산한 기분으로 쓴 글이다.
이 소설은 체면 유지와 욕망, 이들에게 발목을 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고민과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태어났다.
나는 체면도 유지하고, 가장으로서 무한에 가까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 몇 년 사이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그런 조각난 경험들이 소설에서 군더더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흥미를 반감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지만, 그보다도 속살이 비칠까 수줍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졸저가 나오도록 도와 준 출판 관계자,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내용을 보아 준 친구 한용규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끝으로, 인생의 의미를 곱씹으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민초들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