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담은 충격의 논픽션

1999년 로마 교황청은 400여 년 만에 구마 예식서(exorcism rituals, 악령을 쫓는 기도문)를 개정했다. 2008년에는 로마 교황청이 악마와의 정면 승부를 선언하며 사제 수백 명을 엑소시스트(퇴마사)로 양성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바티칸 최고위 엑소시스트인 가브리엘 아모스(Gabriele Amorth) 신부는 악마주의와 신비주의 현상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져가는 현실에 대해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지난 2005년에는 로마 교황청이 운영하는 ‘사도들의 모후’ 대학(Athenaeum Pontificium Regina Apostolorum)에서 사제들과 신학도들을 대상으로 엑소시즘 강의를 정식으로 개설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4월 말 가톨릭 퇴마 의식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더 라이트:악마는 있다>
가 개봉되었다. 1973년 공포 영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관람객 중 일부는 졸도하는 사태까지 빚었던 영화
<엑소시스트(윌리엄 프레드킨 감독)>
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구마(驅魔) 또는 퇴마(退魔)로 번역되는 엑소시즘(exorcism)은 영화를 포함한 대중매체에서 이미 여러 차례 다루어진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판타지 소설 《퇴마록》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케이블 방송에선 엑소시즘을 다룬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엑소시즘’은 ‘악령에게 다시는 사람을 못살게 굴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낸다’는 뜻이 담긴 고대 그리스의 ‘엑소우시아’란 단어에서 파생되었다. 초자연적 작용 또는 종교적 의식으로 사람, 동물 또는 장소에서 악마, 유령, 귀신 따위를 축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엑소시즘은 3세기 말에 처음 사용되었고, A.D. 341년에 교회 문서에 언급되었다. 특히 엑소시즘을 행하는 성직자의 제정된 관례가 실질적으로 만들어져 있고, 그 절차는 오늘날 로마 가톨릭 교회에 의해 여전히 실천되고 있다.



부마(付魔), 마귀들림, 귀신들림, 악령들림, 악마들림, 빙의(憑依) 등으로 표현되는 현상을 다루는 퇴마 의식은 기독교의 ‘안수 기도’, 천주교의 ‘구마 의식’, 불교의 ‘천도제’, 의학계의 ‘최면 치료’ 등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있는 가운데, 찬반양론이 여전히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1962년 10월에 개회되어 1965년 12월에 폐회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잠잠해졌던 악마 추방 의식이 다시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인 오컬트(occult)와 연관지어 그냥 무시해도 좋을 것인가?



《리얼 엑소시즘》은 종교 서적 출판사인 하퍼샌프란시스코에서 출간된 《악마의 볼모(Hostage to the Devil)》를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저자 말라치 마틴(Malachi Martin, 1921~1999) 신부는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뛰어난 신학자이자 60여 권의 책을 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예수회원이자 로마 교황청 직속 성서대학(pontifical biblical institute)의 전(前) 교수로서, 빙의와 엑소시즘에 관한 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리얼 엑소시즘》은 말라치 마틴이 오랜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엑소시즘과 엑소시스트의 실체에 접근한 결과물이다. 사탄이 실존하며 또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입장인 말라치 마틴은 이 책에서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엑소시즘과 엑소시스트에 대한 진실을 섬뜩할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문을 통해 그는 이 책의 집필 의도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악마주의는 대부분 블록버스터 영화나 소일거리 소설쯤으로 치부되었다. 사실 《리얼 엑소시즘》을 출간한 이유도 확실한 경고를 위해서였다. 귀신들림이 귀신과의 암울한 싸움과 궁극적인 해피엔딩을 소재로 한 섬뜩한 판타지가 아님을 알리자는 뜻이었다.

《리얼 엑소시즘》에 기록된 다섯 개의 엑소시즘 사례는, 예수님께서 루시퍼이자 사탄으로 명명하신, 바로 그 육신도 성도 없는 피조물을 다룬다. “거짓말의 아버지이자 태초의 살인자”라는 이름도 있다.

태초의 대천사 루시퍼는 하느님께 불복하고 반란을 이끌었다. 그의 동료 천사들도 하느님의 저주에 따라 지옥으로 떨어졌다. 창조주로부터 영원히 추방된 이 피조물들이 이른바 우리가 악마들이라고 부르는 존재들이다.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루시퍼에게 그가 일찍이 누려보지 못한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한다. 그건 궁극적인 기만전술이다. 악마를 믿지 않는 건, 악마에 대한 무장해제와도 같다. 불신은 방심이다.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악마에 대한 저항력이 사라지며, 저항력이 없는 자가 악마들림의 가장 대표적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서문 : 1990년 미국에서의 귀신들림과 엑소시즘

엑소시스트의 운명
마이클 스트롱-1부
엑소시즘 소고

사례
지오의 친구와 스마일러
본즈 신부와 미스터 내치
처녀와 걸픽서
폰토 삼촌과 버섯수프
수탉과 거북이

빙의 교본
선, 악, 그리고 현대인의 정신
인간의 영혼과 루시퍼
인간의 영혼과 예수님
빙의의 과정

엑소시스트의 종말
마이클 스트롱-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