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따뜻한 학교』 『소백의 품에 살고 지고』, 역사인물전 『세종대왕 납시오』를 낸 바 있는 김옥주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공학3동』 (인간과자연사 간)이 출간되었다.
책 제목으로 쓰인 ‘공학3동’은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가 들어서 있는 ‘제3공학관’을 포항공대 학생들이 흔히 일컫는 말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포항공대 제3공학관 아니 포항공대 학생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갈등, 그리고 이 나라와 인류를 위해 기여하고, 헌신하는 삶에 대한 고민들을 사실적이고 현장감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포항공대 제3공학관 학생들의 꿈과 열정, 좌절과 도전, 사랑과 갈등!
얼마전 우리 대학세계를 안타깝게 바라보게 했던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소식이 있었다. 대학의 건학 이념 아래 카이스트 학생들은 밤을 새워도 해결하지 못할 방대한 과제물과 매주 이어지는 시험에 이 악물고 맞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손꼽히는 수재들이었다 한들 그들 안에서는 또 짓밟고 짓밟히는 경쟁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면 영락없이 낙오자가 생기는 법. 그러나 이때껏 낙오라는 걸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까닭인지, 자살이라는 방식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이어 뒤따른 것은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비난하는 시중의 거칠은 목소리였을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 포항공대 학생들의 순수한 꿈과 열정, 그에 따른 좌절과 끊임없는 도전, 뭇 청춘들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과 갈등을 현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 공학3동』이다.

”나조차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나라와 인류를 위해 헌신한단 말인가…….\"
『공학3동』은 포항공대 물리학과에 재학 중인 준환, 동은, 백산 등을 중심으로 포스테키안들의 학교생활과 갈등과 고민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어릴 적 부모를 사고로 여의고 소백산 자락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자라온 세직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 사학자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과학자의 길을 걸을 것인가 갈등하던 끝에 과학을 택하고 포항공대에 들어갔다. 한편, 젊은 시절 ‘빨간 완장’을 찼던 탓에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는 할아버지는 아들과 손자를 지키기 위해 한평생을 살아온 것 같다고 세직에게 고백한다. 아울러 “나라를 원망하지 마라” 고 당부하면서, “모든 악업은 내가 가져가겠다. 부디 성군이 되어라”는 조선의 걸출한 임금 태종의 말을 상기시킨다.
할아버지의 말을 마치 유언처럼 받아들인 세직은 ‘국가와 인류를 위한 헌신’에의 포부로 꽉 찼던 신입생 시절과, “자신조차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인류를 위해 헌신한단 말인가”(87쪽)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현재의 자신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마음의 갈등을 겪는다.
사실 세직의 고민은 세직만의 것이 아니다. “소수의 영재를 모아 질 높은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과학 기술을 개발”한다는 대학의 건학 이념이 무색하리만치 포항공대 학생들이라면 통과의례처럼 겪게 마련인 것이었다. 아래와 같은 준환의 고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내 거는 주로 얼치기 내 생활이야. 위대한 과학자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울 학교에 왔는데, 와 보니 학문은 어디 가고, 숙제에 매달려 강의 진도만 쫓아가고 있더라구. 수도권에서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자주 초조하고 불안해. 지금 나를 보면 내신 성적이나 수능 점수에 따라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는 고3 수험생 같아. 다시 인서울을 해, 말아? 이러구 있는 꼴이다.” _본문 108쪽

“한결같이 해서 안 될 일이 있을까 시험해보는 재미로 죽을 때까지 자기 하고픈 일에 푹 파묻혀 살아가는 거야.”
세직과 준환뿐만 아니라 저마다 한가득씩 고민을 싸안고 짊어지고 다니는 포항공대 학생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고민과 갈등마저도 꿈과 열정을 위한 에너지로 활용할 줄 안다. ‘헥터메트르 백(?)’의 힘으로 태백산보다 우뚝 서라는 뜻의 이름을 갖고 있는 태씨 성의 백산, 포스텍의 몇 안 되는 여학생이면서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학우들 사이에 인기 많은 동은, 자신보다 세직에게 마음이 향해 있는 동은으로 인해 가슴앓이하는 준환, 그리고 동은과 준환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직…….

“이것 봐. 밝은 대낮에 길을 가고 있으면 졸졸 따라다니는 게 있지 왜? 자기 그림자야. 실패, 좌절, 후회, 분노, 회한, 원한 등등의 불행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악착같이 졸졸 따라다닌다 이거야. 그게 싫다고 단절하는 방법은 빛이 없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길뿐이잖은가? 피하여 달아나는 게 곧 불행이지.” _본문 129쪽
어느 날 동은의 제의로 함께 식물원을 찾아간 세직과 그의 친구들은 위와 같은 식물원장의 말을 듣는다. 세직은 이 말을 통해, 그리고 거듭된 식물원 방문과 원장과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모호하게 붙들고 있던 고민의 실체를 깨달아간다. 또, ‘아름다운 교실’에서 중학생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 곧 교육받는
목적이란 뜻도 되지. 한결같이 실천을 해서 안 될 일이 있는지 시험해보는 재미로, 죽을 때까지 자기 하고픈 일에 푹 파묻혀서 살아가는 거야.

웰컴 투 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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