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젊은 아줌마의 내면 고백

표지나 제목만 보면 자기계발서 같은 소설이다. 소설 내용 역시 평범한 백화점 오피스걸인 주인공이 남자 직원들 틈에서 좌충우돌하고 괴로워하면서 직장생활을 해나가다가 결정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여 최고 전문경영인의 자리까지 오르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줌마렐라의 고뇌와 비애가 펼쳐지지만 특유의 유머와 긍정적인 사고로 헤쳐 나간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소재로 보이지만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필력이다. 역사소설만 주로 쓰던 작가가 이처럼 유쾌하고 상쾌한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이 놀랍다. 하긴 이 소설을 처음 접한 사람들 대부분이 작가가 여자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에서 만만찮은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 친정 부모님이다. 그리고는 두 번째가 대통령님인가. 아니 아니 절대로 아니다. 두 번째는 내 기분에 따라 오락가락하지만 하늘같은 남편이 될 때도 있고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우리 회사 회장님이 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내 기분이 나쁘면 남편은 곰탱이가 되고 회장님은 내 고귀한 피를 빨아먹는 악덕기업주가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출근하는 날 아침에 회장님이 엘리베이터 앞에 떡 버티고 서 있었다.
―본문 중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이렇게 탁월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어려운 직장생활이지만 주인공의 머릿속에서는 긍정적인 사고와 유머가 튀어나온다. 그러면서도 여성들 누구나 갖고 있는 불만도 갖고 있다.

나는 해병대 입소훈련을 받았을 때 M16으로 사격훈련까지 받았었다. 처음에는 총소리에 귀청이 찢어지는 것 같았으나 몇 번 쏘아보자 기분이 야릇했다.
‘흐흐… 이거 하나만 있으면 은행도 털고, 소개팅할 때 졸리 사이즈라고 나에게 물 먹인 사내놈들 벌집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겠군.’
나는 그때 그렇게 생각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늘 M16이 하나 있었으면 싶었다.
―본문 중에서

여성들뿐이 아니라 남성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직장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도 유머로 해소한다.
감칠맛 나는 대사도 기존의 본격문학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소설은 사랑도, 직장생활도 유쾌하면서 통쾌하게 풀어가고 있다.

아무리 취한 놈이라고 해도 그거 달린 사내와 여관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데 잠이 올 까닭이 없었다. 게다가 방음장치가 잘되지 않은 옆방에서 자지러지는 여자의 앓는 소리가 들려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랐다. 이 문둥이 자식 때문에 환장하겠네. 나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아랫도리가 저릿저릿했다.
좋아. 니가 안 따먹으면 내가 따먹는다.
나는 조심스럽게 신랑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후후. 남자만 여자 따먹으라는 법이 있어? 여자가 남자 따먹으면 하늘이 무너지냐.
나는 속으로 헐헐대고 웃었다. 여름철이라 신랑은 T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휴가 나온 놈이 군복 입고 다니는 꼬락서니는 본 일이 없다. 땀 냄새가 물씬 배어 있는 T셔츠를 벗기고 청바지 지퍼를 내리자 삼각형 흰색 팬티 앞이 불끈 솟아 있었다.
우와 이게 뭐야?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눈앞이 몽롱하여 순식간에 숨이 차올랐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손이 떨린다. C컵 사이즈의 커다란 가슴은 쿵쾅쿵쾅 벌렁벌렁 요동을 쳤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눈을 딱 감고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을 놈을 덮쳐버렸다.
나는 그날 눈이 뒤집혀 신랑을 따먹었다. 그러니 걸핏하면 니가 덮쳤네, 내가 덮쳤네, 하고 시비가 붙는 것이다. 아이고 쫀쫀한 인간아. 지가 덮쳤다고 그러지 연약한 여자한테 당했다고 눈에 핏발을 세우고 달려 드냐. 나는 신랑이 나에게 따먹혔다고 대거리를 할 때마다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그 쫀쫀한 심뽀에 부아가 났다.
―본문 중에서

스포츠한국에 연재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

이 소설은 몇 년 전에 스포츠한국에 연재되어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다. 연재될 때 출간 계약을 한 출판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이제야 출간하게 되었다. 신문 서평이 묵직한 책만 다룰 것이 아니라 이런 경쾌한 소설을 다루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제1장 암코양이 전성시대
제2장 남자 따먹는 여자
제3장 평강공주 따라 하기
제4장 내 안의 파이를 키워라
제5장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다.
제6장 남자들 눈을 즐겁게 해주어야 출세한다.
제7장 상류사회로 진출하라
제8장 벨리댄스 추는 여자
제9장 백만장자와 데이트하기
제10장 나는 유부녀입니다.
제11장 파워엘리트를 위하여
제12장 태양을 삼킨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