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그들의 사랑은 소수자의 사랑이지
소외되어야 할 사랑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석사 출신의 실제 동성애 저자가
가감 없이 써 내려간 남자들의 진짜 사랑 이야기
우리는 흔히들 성적 소수자, 즉 동성애자들을 대할 때면 사회적 금기를 어긴 경우로 치부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차별이 외국에 비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은 실은 이성애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인간애의 감정과 사랑의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천적 요인 등에 의해 남성이 남성을...
그들의 사랑은 소수자의 사랑이지
소외되어야 할 사랑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석사 출신의 실제 동성애 저자가
가감 없이 써 내려간 남자들의 진짜 사랑 이야기
우리는 흔히들 성적 소수자, 즉 동성애자들을 대할 때면 사회적 금기를 어긴 경우로 치부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차별이 외국에 비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은 실은 이성애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인간애의 감정과 사랑의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천적 요인 등에 의해 남성이 남성을, 여성이 여성을 좋아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는 곧 일탈’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편견으로 인해 이성애자가 주류인 사회에서 그들은 끝없이 외롭고 고독할 수밖에 없다. 즉 그들은 주류와 다수자들만이 진실이고 진리라고 강요당하는 사회적인 모순 안에서, 이성애자들보다 운명적으로, 본질적으로 더 외로울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단편소설『하트 비팅』은 차별받고 있는 사회 속에서 동성애자들의 사랑과 아픔을 경쾌하게, 때로는 잔잔히 이야기하고 있다. 소수자들의 삶과 사랑을 통해 상대의 선택 문제는 그들의 내적 단련의 문제와는 관계없으며, 오히려 이성애자들과 마찬가지로 각각 고유한 개성의 문제임을 보여 주고 있다.
동성애자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드러난 작품
단편소설집 『하트 비팅』은 동성애자들의 사랑과 삶의 에피소드를 담은 단편소설 총 9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단편소설집은 실제 동성애자인 작가가 그간 베일에만 싸여 있던, 아니 은닉되어야만 했던 그들의 삶과 사랑을 독특한 문체로 그려 내고 있어, 독자들을 정통 퀴어 장르 소설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퀴어 장르 소설 분야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말
동성애자들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다. 하지만 사회 주류로서의 섹슈얼리티가 아니라 해도 동성애자들의 삶은 이성애자들의 삶과 비슷한 맥락 속에 있다. 이성애자들이 자신만의 인생을 가지고 싶어 하듯이, 동성애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과 인생에도 애정과 존경과 믿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거기에는 이성애자들과 똑같이 인생을 통해 성취하고 싶은 꿈과 목표, 그리고 행복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그들은 소수자일 뿐 소외되어야 할 사람들이 아니다. 만일 당신에게 누군가 이런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당신은 그의 신뢰를 얻은 것이고, 그는 당신에게 엄청난 용기와 진실을 보여 준 것이기 때문이다.

● …… 산들바람처럼 너울거리던 선율이, 감미로운 아르페지오의 가락에 실려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곡은 이미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격렬한 옥타브와 아르페지오가 뒤섞이면서, 조금씩 고조되던 화음이, 어느새 육중하면서도 폭발적인 4중 화음으로 변해, 가슴이 터질 듯한 사랑의 꿈을 노래하고 있었다.
선일은 온 힘을 다해 절정부로 달려갔다. 방금 전 모차르트를 칠 때, 마음껏 발산하지 못한 힘과 열정을 모두 쏟아붓고 싶었다. 그리고 온몸에서 모아진 힘이 손가락 끝의 4중 화음에 실려 최절정에 올랐을 때, 마치 유리가 깨지듯 날카로운 하강 아르페지오가 건반 위에 흩어졌다. 절정에 오른 사랑의 꿈에서 소스라치며 깨어나는 것만 같았다. 선일은 자신도 모르게 진저리를 치고 말았다. 그의 눈앞으로 섹스의 절정에 올라 격렬하게 몸을 떨며 신음 소리를 내던 창식의 얼굴이 스쳐갔다. 그것은 음악이 가져다준 희열과는 완전히 다른 관능의 희열이었다.
“요즘 선일의 소리가 많이 변했어. 예전보다 훨씬 강력해지고 깊어졌거든. 흔히 말하듯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단 말이지. 선일이 너, 혹시 요즘 여자 친구 사귀는 것 아냐?”
며칠 전 선일이 치고 있던 쇼팽을 듣던 선배가 그에게 넌지시 건넨 말이었다. 그 선배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교수님들이나 친구들도 요즘 그런 말을 자주 선일에게 던졌다. 확실히 선일의 소리는 변하고 있었다. 선일 역시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깊은 사랑이나 육체의 쾌락을 맛본 후에 음악가의 소리가 변한다는 것은 음악계의 정설이었다. 그것은 사유의 깊이나 형이상학적인 고찰만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삶의 원초적인 감각이었고, 모든 예술을 갖가지 색으로 다채롭게 물들여 주는 깊이와 창의성의 원천이었다.……
_「모래와 진주」 중에서

 

● …… 그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담배를 빼어 물었다. 불을 붙여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이자, 담배 연기의 나른함과 몽롱함이 몸 전체로 스며들었다. 그는 담배 연기에 실어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곁을 맴돌던 후회와 허탈함이 맥주 향기에 실려 날아가는 것 같았다.
“어서 오십시오.”
누군가 새로운 손님이 들어오면 손님들의 얼굴은 일제히 문 쪽으로 향했다. 그 역시 한 모금의 맥주와 담배 연기가 가져다준 안이함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30대 초반의 사내 바텐더에게 눈인사를 던지며 들어섰다. 침울하고 어색한 표정이었다. 그는 사내의 표정에서, 조금 전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자신이 느꼈던 후회와 배반감을 보았다.
사내는 그보다 서너 살 젊어 보였지만,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였고 몸에 살이 오른 타입이었다. 2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듯, 팽팽하게 비어져 나오는 군살을 청바지와 하얀색 티셔츠로 감추고 있었지만, 그의 몸에 달라붙은 시간의 흔적을 지우기엔 무리였다. 그에게 그런 옷차림은 아마 10년 전에나 어울렸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필사적인 그의 노력 때문에 몸에 착 달라붙은 청바지와 티셔츠에서 소리 없는 안타까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 부류의 사내들은 바에 드나드는 손님들 중에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타입이었다. 그는 그런 사내들을 항상 짧게 정의했다. 20대로 돌아가기엔 너무 나이가 많고,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기엔 용기가 없는 30대 중반, 그들은 한마디로 자신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지 못한 부류였다. 항상 산뜻한 헤어스타일과 스마트한 옷차림으로 자신과 타인을 속여 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은 더욱더 끈질기게 그들의 곁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것을 떼어내려는 몸부림만이 그네들의 곁에서 깃발처럼 펄럭거렸다.
적응력이 있는 부류들은 그들과 달랐다. 그들은 자신의 주위를 조금씩 할퀴고 가는 시간의 흔적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켜 갈 줄 알았다. 그들은 중후하면서도 넉넉한 옷으로 비어져 나오는 군살을 가리고, 거기에 맞는 헤어스타일과 걸음걸이로 자신들을 가꾸었다. 그들은 시간의 잔인한 흔적을 친근한 동지처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두 부류의 결론은 너무나 뻔했다. 전자의 부류들은 항상 사람들의 시선과 어긋났다. 중년의 여인처럼 중후해져 가는 살집에, 억지로 소녀 같은 태도를 가져다 붙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후자의 부류들은 시선의 대상이 되었다. 넉넉하고 호인다운 인상에, 여유 있고 느긋한 태도 덕분이었다.……
_「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목차
◆ 프롤로그
◆ 어머니의 외출 / ◆ 봄, 신림동 / ◆ 별이 빛나는 밤에
◆ 모래와 진주 / ◆ 그리움의 이름으로 / ◆ 오마지 아 요재지이
◆ 고도를 기다리며 / ◆ 또다시 고도를 찾아서/ ◆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