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는 나라마다 특정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보편적인 의미를 갖고 있을까?
저자 조영수 교수는 1970년대 초 미국 대학원에 재학하던 당시,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시에 쓰인 동사가(Valenz)를 분석하는 수업에서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한다. 담당 교수가 시에서 표현된 ‘회색’의 의미를 묻고 학생들이 대답하던 순간이었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 나타난 바 있는 회색에 대한 한국인의 일률적인 감각, 즉 ‘애매한’, ‘회색분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등과 같은 답은 한 명도 없었던 것...
색채는 나라마다 특정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보편적인 의미를 갖고 있을까?
저자 조영수 교수는 1970년대 초 미국 대학원에 재학하던 당시,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시에 쓰인 동사가(Valenz)를 분석하는 수업에서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한다. 담당 교수가 시에서 표현된 ‘회색’의 의미를 묻고 학생들이 대답하던 순간이었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 나타난 바 있는 회색에 대한 한국인의 일률적인 감각, 즉 ‘애매한’, ‘회색분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등과 같은 답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 대신 동료 대학원생들은 ‘세련된’, ‘우울한’, ‘도회적인’ 등으로 회색을 표현했다. 색채를 명확하게 느낀다고 여겼던 저자에게는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음악을 감상하며 느끼는 감동이 나라마다 비슷하듯, 색채에 대한 학생들의 느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그렇게 깨졌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이 사건은 외국 문학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더불어 색채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나 다른데 어떻게 문학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전공을 독어학으로 바꾸며, 본격적으로 미국인, 독일인, 한국인이 느끼는 색채 감각을 밝히는 연구에 임했다. 각 나라 언어가 다르듯, 색채 감각의 표현이 어떻게 차이 나는지 언어 표현과 연관하여 비교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된 그의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물로, 한국에서는 불모지처럼 남겨졌던 색채와 언어?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관찰하고 있다.
무의식을 지배하는 색채의 강력한 영향력!
반드시 알아야 할 색의 비밀이 풀린다.
우리는 분명 일상에서 색의 영향을 받는다. 프랑스 남브르타뉴대학 연구팀이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에게 각기 다른 색의 티셔츠를 입히고 실험을 진행한 결과, 빨간색 티를 입은 종업원은 평균 30%가량 팁을 더 받았다. 운동 경기에서 빨간색 옷을 입으면 심판의 판정에 유리하다는 연구도 있다. 독일 뮌스터대학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42명의 심판을 불러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 옷을 입은 선수 간의 태권도 시합을 보여주고 화면을 조작했다. 옷 색깔만 바꿨을 뿐인데 동일한 경기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선수는 평균 13% 이상 추가점을 받았다. 물론 심판들은 옷 색깔이 판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처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색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주변에 우리가 모르고 지나친,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색의 비밀이 많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검은색은 왜 악을 의미하고, 흰색은 선을 의미할까?
- 프랑스에서는 왜 초록색 옷은 팔리지 않는가?
- 분홍색은 어떻게 여성의 상징이 되었을까?
- 힐러리 클린턴은 왜 빨간색 재킷 대신 파란색 재킷을 선택했을까?
- 붉은 악마의 응원을 보며 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위험’을 연상했을까?
저자는 이 밖에도 색채에 얽힌 수많은 문화적 스토리와 각 색채의 의미를 설문조사와 연구를 통해 밝혀, 우리의 무뎌진 색채 감각을 일깨워 주고 있다.
문화와 언어의 렌즈를 통해 본 색채의 세계!
왜 세계인은 붉은 악마에 깜짝 놀랐을까?
저자는 서문에서 2002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붉은 악마’의 응원이 우리에게는 열정과 환호로 다가온 반면, 독일인들은 ‘위험’으로, 미국인들은 ‘분노’로 느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언급한다. 즉 ‘왜 같은 색을 보며 나라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연구는 색채가 문화와 언어로부터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받는지를 다양한 실험과 현실 사례로 검증해주고 있다.
1장에서는 일찍이 색채 현상을 설명한 괴테, 뉴턴 등 고전적 학자들의 주장에서부터 뇌과학·심리학·생리학 분야의 최근 연구결과에 이르기까지 색과 관련한 매우 흥미로운 과학적 정보를 소개한다.
2장부터 9장까지는 빨강, 파랑, 초록, 노랑, 회색, 분홍, 하양, 검정 등 총 여덟 가지 색채별로 시간과 공간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 상징체계와 관념적 현실을 살펴본다. 각 색채가 어떤 의미와 상징이 지니는지, 나라별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한다.
저자가 실제 설문조사를 통해 본 색의 호감도를 보면 미국인은 파랑, 빨강, 초록 순으로, 독일인은 파랑, 빨강, 검정 순으로, 한국인은 파랑, 빨강, 하양 순으로 좋아한다고 나타났다. 세 나라 모두 1순위는 파랑, 2순위는 빨강인 점은 동일하지만, 3순위는 초록(미국), 검정(독일), 하양(한국)으로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색깔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설문자료를 부록으로 실어 독자들에게 나라별 선호도 특징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나라와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른 색의 개념과 의미를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상자에 어떤 색을 칠했는지에 따라 무게를 다르게 느끼며(하양은 실제 무게인 3.0파운드, 노랑은 3.5 파운드, 검정은 두 배에 가까운 5.8파운드로 느낀다), 색은 의식의 지배를받지 않은 채 생화학적,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켜 심장박동, 맥박, 혈압을 올리거나 내리는 작용을 한다. 또한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병원에서 색을 치료요법으로 사용한다.
- 27쪽, 우리는 같은 색깔을 보고 있는가?

프랑스에서 빨강은 자유를 상징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자코뱅 당원들이 붉은색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1917년 레닌의 10월 혁명 성공 이후 사회주의 혁명과 공산주의를 뜻한다. 이념전쟁을 치른 한국에서도 공산주의자를 ‘빨갱이’라고 한다. 한국의 신문에서 다뤘던 ‘색깔논쟁’도 공산주의를 의미하는 빨강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모두 붉은색을 공산주의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 53쪽, 빨강

초록색은 영국에서도 냉대를 받았다. 1600~1630년대까지 독성이 있는 녹청에서 얻은 안료를 무대장식에 썼다. 많은 배우가 의상에 쓰인 초록색 안료에 중독되어 죽음을 맞았지만, 그것이 죽음의 원인임을 아는 사람은 없었고 단지 죽음을 불러오는 저주받은 색이라는 소문만 무성히 퍼졌다. 이로써 초록색은 연극무대에서 추방됐다. 1860년대부터는 초록색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이 공포수준에 이르렀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초록색을 혐오한 나머지 버킹엄궁에서 초록색을 추방하고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 정도였다.
- 122쪽, 초록

‘검정’은 또한 영어에서 ‘악’과 ‘죽음’의 색이다. 다른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애석함을 나타내기 위하여 검은 옷을 입는다. 독일어에서 검정은 ‘슬픔’의 색이다. 검은 상복으로 검은 악령을 쫓아 상복을 입은 사람을 데려가지 못하도록 한다. 검은 고양이(특히 왼쪽에서 나와 앞을 질러 가면 나쁜 일이 생긴다고 믿음), 새까만 까마귀, 검은 암소는 불행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검정띠(유도와 태권도)는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 199쪽, 검정

저자의 글
CHAPTER 01 우리는 같은 색깔을 보고 있는가?
여전한 드레스 색상 논란 | 색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 | 색의 의미와 연상 | 한국인의 색의 개념 | 한국어의 색채용어 | 한자에서 유래한 색채명 | 색채명의 근원
CHAPTER 02 빨강 Red
빨강의 어원 |국가별 빨강의 의미 |관용어에 나타나는 빨강의 의미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빨강의 의미
CHAPTER 03 파랑 Blue
파랑의 어원 |국가별 파랑의 의미 |일상 속의 파랑 | 관용어에 나타난 파랑의 의미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파랑의 의미
CHAPTER 04 초록 Green
초록의 어원 | 관용어에 나타난 초록의 의미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초록의 의미
CHAPTER 05 노랑 Yellow
노랑의 어원 |국가별 노랑의 의미 | 관용어에 나타난 노랑의 의미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노랑의 의미
CHAPTER 06 회색 Gray
회색의어원 | 국가별 회색의 의미 |관용어에 나타난 회색의 의미 |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회색의 의미

CHAPTER 07 분홍 Pink
분홍의 어원 | 관용어에 나타난 분홍의 의미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분홍의 의미
CHAPTER 08 하양 White
하양의 어원 | 국가별 하양의 의미 |관용어에 나타난 하양의 의미 |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하양의 의미
CHAPTER 09 검정 Black
검정의 어원 | 국가별 검정의 의미 | 관용어에 나타난 검정의 의미 | 흑백대조 |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검정의 의미
맺는 말
부록 1 색깔에 대한 선호도 조사
부록 2 좋음과 나쁨을 의미하는 색깔
부록 3 제일 잘 알려진 색채어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