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그럼 언제쯤 다시 영업을 재개하실 건지….”
“매년 이 시기면 조금 불황이긴 했어. 아마도 한두 달 후에는 조금 괜찮아지겠지. 그리고 사실 요즘 새 가게 하나를 오픈할 준비로 신경 쓸 게 많아.”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제가 거기서 일할 수 있을까요?”
“아냐, 너도 나이가 적지 않은데 더 좋은 곳 가서 일했으면 좋겠어. 이번 금요일에 마감하고, 열쇠는 경비실에다 반납하면 돼.”
“그래요, 아쉽네요. 일단 알겠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그렇게 대화가 끝났고, 시은 누나는 이내 옷장에서 핸드백을 챙겨 가게를 나섰다. 내 가게는 아니지만, 그동안 많은 정이 들었는데, 경영난 때문에 폐업을 맞이하게 된다면 꽤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나는 지금은 직원으로 일하지만,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언젠가는 손님으로 올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미래에 유명한 가수가 된다면 여기서 가장 비싼 술인 ‘조니 워커 킹 조지’를 시켜 마시고 멋지게 현금 결제를 할 생각이었는데….

- 21쪽


교회의 목사보다는 더 부와 명예가 따르는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다니엘의 꿈은 존경하는 아버지와 같은 목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꿈을 위해 꾸준히 정진하고 노력한 끝에 마침내 서울의 한 신학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무렵, 언제나 화목하고 부족함 없던 그의 가세는 급격히 기울게 되었다. 매우 사람이 좋았고 남을 잘 믿었던 그의 아버지가 더욱 큰 뜻을 품고 목포의 신도시에 새롭게 교회를 개척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애초 약한 심장 탓으로 쓰러져 투병 생활을 시작한 어머니에 대한 병원비까지 2년째 지출되는 반면, 교인 수가 적었던 아버지의 교회에서는 생계에 충분할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게 되면서 원래 제법 부유했던 그의 가정형편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니엘 역시 학비는 물론, 집에서 생활비까지 지원받을 형편이 되지 못해 잠시 학업을 중단하게 되었고 어린 시절과는 모든 게 달라졌다는 것을 깊이 체감하였지만 그는 날마다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며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레온에서 처음 근무한 그날도 밤늦게 대방동의 하숙집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씻고 기도를 드린 후, 잠자리에 들었다.

-139쪽


“휴, 이놈의 조선족, 이게 무슨 전과기록인 건지….”
앙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남자는 그의 표정을 위아래로 힐끗 훑어보고는 다시 말했다.
“그건 그렇고 거길 뭐하러 다시 가냐? 그런 술집에서 일하는 년들이야 남자를 돈으로만 보는데 박봉으로 굴려 먹던 새끼가 손님으로 오는 게, 그게 뭐가 좋겠냐고?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 발걸음이 거기를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그냥 잊어. 쓸데없는 집착이야. 네가 참, 첫인상이나 말하는 걸 들어보면 심성은 착하고 순한 애 같은데…, 너 혹시 여기서 나가면 네게 그런 말을 한 그 여자들 다시 또 찾아갈 거냐? 진짜 칼로 싹 다 죽여 버리기라도 할래?”
“아저씨도 조선족에 대한 인식은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군요.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아요. 설령 제가 그렇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제가 조선족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 조선족이 또 조선족 같은 짓을 했다고 하겠지요.”
앙진은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왠지 모를 비장한 살의가 느껴져 왔다. 그것을 본 남자는 그가 한심하고 답답한 듯, 바닥에 벌렁 드러누우며 말했다.

- 176쪽


“야, 최주하! 너 제법 센스 있다? 어이구, 요 기특한 것!”
“히히, 언니. 1번 오면 기본 3병은 빼고 가는 오빠인데 그대로 보낼 수야 있나요? 어떻게든 잡아야죠. 안주는 과일로 해 주세요.”
주하는 그렇게 방긋 웃으면서 남직원들에게도 안주를 주문하고 손님이 있는 5번 테이블로 갔다. 같이 있던 혜영도 옷을 갈아입기 위해 라커룸으로 들어갔고, 효성 역시 과일안주를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카운터에 남은 다니엘이 약간 불쾌한 표정을 하고 옆에 있던 경호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니, 참. 듣자 하니 기가 막히네요. 정말….”
“응? 뭐가 말이야?”
“주하 씨 말입니다. 하영열 장로님께서는 여기가 그냥 음식점인 줄 알고 식사나 하실 생각으로 오셨다가 그냥 가시기도 뭐해서 결국 술을 시켰던 거지, 처음부터 이런 술집인 줄 알면서 오신 게 아니잖아요. 함께 있다 나와서 한 얘기를 들으니까 자기도 그걸 알고 있던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가 있는 거죠?”
주하의 그런 말은 단지 손님을 상대하기 위한 상술에 지나지 않았고, 함께 있던 모든 직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천성이 워낙 정직하고 곧은 다니엘만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던 것이었다. 경호가 답답한 듯 핀잔을 주며 말했다.
“야, 그냥 말이 그렇지, 뜻이 그래? 그분 듣는 데서 한 말도 아니고…. 신경 쓰지 마.”
“그래도 저는 정말 불편하네요. 제가 정말 존경하는 장로님을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니.”
잠시 분을 삭이며 주먹을 불끈 쥔 다니엘의 모습을 보고 경호는 또 한 번 불안에 떨었다. 눈치가 빠른 경호는 바로 그 무렵부터 다니엘을 조금씩 경계하기 시작했고, 잠시 자리를 피하고 싶어 담배를 핑계로 밖으로 나갔다. 라커룸 안에는 아직 혜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225쪽


그 말을 들은 앙진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다니엘 그는 앙진이 자신의 계획을 진행하는 데에 유용하게 쓸 최상의 카드였는데, 여기서 그가 빠져버린다면 자신은 애써 공들인 계획을 취소해 버리고 새로운 기회를 노려야만 했다. 또 다른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고, 그때까지 든든한 조력자인 경호가 레온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다니엘을 레온에 잡아두어야만 했던 그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끌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다니엘 씨, 잠깐 조용한 곳에서 저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저 또한 다니엘 씨보다 인생 선배이자, 예전에 거기서 일을 했던 유경험자로서 조언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네, 그러면 지금 비어있는 초등부 예배당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옆 동의 2층으로 가면 되는데 괜찮겠지요?”
그들은 주일의 모든 예배가 끝나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초등부 예배당으로 가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머리를 굴려 적당한 꾀를 생각해낸 앙진은 이렇게 말했다.
“일을 그만두신다면 앞으로는 무엇을 하실 건가요?”
“아직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복학하기 전까지는 그런 술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겠죠.”

- 265쪽

“그럼 언제쯤 다시 영업을 재개하실 건지….”
“매년 이 시기면 조금 불황이긴 했어. 아마도 한두 달 후에는 조금 괜찮아지겠지. 그리고 사실 요즘 새 가게 하나를 오픈할 준비로 신경 쓸 게 많아.”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제가 거기서 일할 수 있을까요?”
“아냐, 너도 나이가 적지 않은데 더 좋은 곳 가서 일했으면 좋겠어. 이번 금요일에 마감하고, 열쇠는 경비실에다 반납하면 돼.”
“그래요, 아쉽네요. 일단 알겠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그렇게 대화가 끝났고, 시은 누나는 이내 옷장에서 핸드백을 챙겨 가게를 나섰다. 내 가게는 아니지만, 그동안 많은 정이 들었는데, 경영난 때문에 폐업을 맞이하게 된다면 꽤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나는 지금은 직원으로 일하지만,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언젠가는 손님으로 올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미래에 유명한 가수가 된다면 여기서 가장 비싼 술인 ‘조니 워커 킹 조지’를 시켜 마시고 멋지게 현금 결제를 할 생각이었는데….

- 21쪽

교회의 목사보다는 더 부와 명예가 따르는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다니엘의 꿈은 존경하는 아버지와 같은 목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꿈을 위해 꾸준히 정진하고 노력한 끝에 마침내 서울의 한 신학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무렵, 언제나 화목하고 부족함 없던 그의 가세는 급격히 기울게 되었다. 매우 사람이 좋았고 남을 잘 믿었던 그의 아버지가 더욱 큰 뜻을 품고 목포의 신도시에 새롭게 교회를 개척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애초 약한 심장 탓으로 쓰러져 투병 생활을 시작한 어머니에 대한 병원비까지 2년째 지출되는 반면, 교인 수가 적었던 아버지의 교회에서는 생계에 충분할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게 되면서 원래 제법 부유했던 그의 가정형편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니엘 역시 학비는 물론, 집에서 생활비까지 지원받을 형편이 되지 못해 잠시 학업을 중단하게 되었고 어린 시절과는 모든 게 달라졌다는 것을 깊이 체감하였지만 그는 날마다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며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레온에서 처음 근무한 그날도 밤늦게 대방동의 하숙집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씻고 기도를 드린 후, 잠자리에 들었다.

-139쪽

“휴, 이놈의 조선족, 이게 무슨 전과기록인 건지….”
앙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남자는 그의 표정을 위아래로 힐끗 훑어보고는 다시 말했다.
“그건 그렇고 거길 뭐하러 다시 가냐? 그런 술집에서 일하는 년들이야 남자를 돈으로만 보는데 박봉으로 굴려 먹던 새끼가 손님으로 오는 게, 그게 뭐가 좋겠냐고?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 발걸음이 거기를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그냥 잊어. 쓸데없는 집착이야. 네가 참, 첫인상이나 말하는 걸 들어보면 심성은 착하고 순한 애 같은데…, 너 혹시 여기서 나가면 네게 그런 말을 한 그 여자들 다시 또 찾아갈 거냐? 진짜 칼로 싹 다 죽여 버리기라도 할래?”
“아저씨도 조선족에 대한 인식은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군요.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아요. 설령 제가 그렇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제가 조선족이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 조선족이 또 조선족 같은 짓을 했다고 하겠지요.”
앙진은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왠지 모를 비장한 살의가 느껴져 왔다. 그것을 본 남자는 그가 한심하고 답답한 듯, 바닥에 벌렁 드러누우며 말했다.

- 176쪽

“야, 최주하! 너 제법 센스 있다? 어이구, 요 기특한 것!”
“히히, 언니. 1번 오면 기본 3병은 빼고 가는 오빠인데 그대로 보낼 수야 있나요? 어떻게든 잡아야죠. 안주는 과일로 해 주세요.”
주하는 그렇게 방긋 웃으면서 남직원들에게도 안주를 주문하고 손님이 있는 5번 테이블로 갔다. 같이 있던 혜영도 옷을 갈아입기 위해 라커룸으로 들어갔고, 효성 역시 과일안주를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카운터에 남은 다니엘이 약간 불쾌한 표정을 하고 옆에 있던 경호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니, 참. 듣자 하니 기가 막히네요. 정말….”
“응? 뭐가 말이야?”
“주하 씨 말입니다. 하영열 장로님께서는 여기가 그냥 음식점인 줄 알고 식사나 하실 생각으로 오셨다가 그냥 가시기도 뭐해서 결국 술을 시켰던 거지, 처음부터 이런 술집인 줄 알면서 오신 게 아니잖아요. 함께 있다 나와서 한 얘기를 들으니까 자기도 그걸 알고 있던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가 있는 거죠?”
주하의 그런 말은 단지 손님을 상대하기 위한 상술에 지나지 않았고, 함께 있던 모든 직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천성이 워낙 정직하고 곧은 다니엘만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던 것이었다. 경호가 답답한 듯 핀잔을 주며 말했다.
“야, 그냥 말이 그렇지, 뜻이 그래? 그분 듣는 데서 한 말도 아니고…. 신경 쓰지 마.”
“그래도 저는 정말 불편하네요. 제가 정말 존경하는 장로님을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니.”
잠시 분을 삭이며 주먹을 불끈 쥔 다니엘의 모습을 보고 경호는 또 한 번 불안에 떨었다. 눈치가 빠른 경호는 바로 그 무렵부터 다니엘을 조금씩 경계하기 시작했고, 잠시 자리를 피하고 싶어 담배를 핑계로 밖으로 나갔다. 라커룸 안에는 아직 혜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225쪽

그 말을 들은 앙진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다니엘 그는 앙진이 자신의 계획을 진행하는 데에 유용하게 쓸 최상의 카드였는데, 여기서 그가 빠져버린다면 자신은 애써 공들인 계획을 취소해 버리고 새로운 기회를 노려야만 했다. 또 다른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고, 그때까지 든든한 조력자인 경호가 레온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다니엘을 레온에 잡아두어야만 했던 그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끌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다니엘 씨, 잠깐 조용한 곳에서 저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저 또한 다니엘 씨보다 인생 선배이자, 예전에 거기서 일을 했던 유경험자로서 조언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네, 그러면 지금 비어있는 초등부 예배당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옆 동의 2층으로 가면 되는데 괜찮겠지요?”
그들은 주일의 모든 예배가 끝나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초등부 예배당으로 가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머리를 굴려 적당한 꾀를 생각해낸 앙진은 이렇게 말했다.
“일을 그만두신다면 앞으로는 무엇을 하실 건가요?”
“아직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복학하기 전까지는 그런 술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겠죠.”

- 265쪽

 

登場人物(등장인물)

1부
나는 조선족이다
은밀한 파벌
모럴 해저드
뉴 페이스
철의 백조
준비되는 숙청
환대받지 못한 손님
화류계의 이방인
퍼펙트 맨
원귀직원

2부
죄가 부르는 것
성자와 간웅
연환계
유흥회
두 개의 퍼즐
흔들리는 마음
악마의 기도
유혹에 끌리는 이유
모사재인 성사재천
빛과 그림자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