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장애여성 작가 김미선의 장편소설 「버스 드라이버」출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여성과 그 불편함에 날개를 달아주는 버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독창적인 배치를 통해 작가는 한 여성의 몸?에 담긴 의식을 고스라니 드러내고 있다.
이 소설은 애초에 ‘몸에 대한 보고서’라는 가제假題로 시작되어졌다. 장애로 인해 거부되고 동정받아야 했던 몸으로 일어난 일상의 왜곡, 불편, 부당함. 이로 인해 또다시 몸으로 회귀되는 불건강함의 악순환
그러던 그녀가 풍욕과 호흡을 통해 깨어나는 몸을 체험하면서 세계에 대한 새로운 ...
장애여성 작가 김미선의 장편소설 「버스 드라이버」출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여성과 그 불편함에 날개를 달아주는 버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독창적인 배치를 통해 작가는 한 여성의 몸에 담긴 의식을 고스라니 드러내고 있다.
이 소설은 애초에 ‘몸에 대한 보고서’라는 가제假題로 시작되어졌다. 장애로 인해 거부되고 동정받아야 했던 몸으로 일어난 일상의 왜곡, 불편, 부당함. 이로 인해 또다시 몸으로 회귀되는 불건강함의 악순환
그러던 그녀가 풍욕과 호흡을 통해 깨어나는 몸을 체험하면서 세계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욕망을 뿜어내는 몸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외면하고 소외시켰던 몸 저 심연에서 올라오는 강렬한 열기.
그 열기를 촉발시키며 다가온 남자, 버스드라이버.
사실 버스라는 공익의 이기利器는 개인적 둥지를 떠나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모든 사람의 일차적인 관문일 것이다. 그러나 버스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봉애한테는 이기利器이긴커녕 흉기처럼 다가온다. 개인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급제동과 급출발을 일삼는 일방적인 질주의 버스란 근원적인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이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백화점 셔틀버스.
정해진 노선 안에서 천천히 움직일 뿐 아니라 지켜보는 드라이브의 눈 아래 이루어지는 출발과 정차는 그나마 그녀에게 안심을 준다.
어느 날 그가 이렇게 말하기까지 한다.
“봉애씨, 우리 데이트합시다.”
이 일은 그녀에게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린 거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그는 왕년에 모델과 배우를 한 적이 있을 만큼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이기까지 하다.
-책속으로 추가-
사랑을 누리고 싶으면 사랑의 눈빛이 날아오는 순간 그냥 그 순간에 잠겨 있어야 했다. 어떤 확인도 절차도 필요로 하지 말아야 한다. 가슴을 흔들고 요동치면서 한 개체의 눈빛이 우주처럼 커지는 순간, 그것만이 사랑의 징표이자 약속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우주를 몇 바퀴 돌고도 남을 장대한 사랑의 양과 질을 이미 누린 것이다.
그러나 욕망은 영원히 붙잡아 두고자 한다. 자신의 팔 넓이조차 되지 못해서 두 팔을 접어야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품 안에, 그리고 겨우 손 하나 들어가는 호주머니 안에, 그 광대한 사랑을 붙잡아 옴쭉달쑥 못하게 고정시키려 한다.
눈이 동공을 열어 상대의 눈을 어루만지고, 가슴과 가슴이 열리는 순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결국 사랑 밖의 일이다. 여기에는 현실적 이해득실과 개별적인 성향과 취향이 서로를 탐색할 뿐이다. 소유와 안락함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실리 위에 달콤한 당의정만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온통 칠갑되어 있다.
사랑에는 책임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빛과 같이 빠르고 아기의 웃음같이 투명해서 어떤 것을 요구하거나 챙길 새도 없이 사라진다. 이쪽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저쪽 세계에로 단 순간에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사랑에 무지한 자, 그 어떤 가치라도 눈에 보이고 손으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면 언제 어디서고 단호히 부정하고 나서는 인간들, 지극히 편의적이고 수동적인 인간들만이 사랑의 책임을 강조한다.
안락한 침상이 없으면 하룻밤도 잠들지 못하는 자, 허리 높이만큼의 쾌적한 식탁 위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이 없으면 한 끼의 식사도 해내지 못하는 자, 언제 어디를 가나 작은 몸뚱이 하나를 위해 그 몇 십 배가 넘는 짐 보따리를 치렁치렁 달고 다니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 자, 그런 인간들이 만들어낸 스스로의 감옥이었다.
대지의 자유와 빛나는 별빛이 그걸 바라보는 눈에게 책임을 강요했던 적이 있었던가? 흘러가는 강물이 자신의 몸에 담가진 손바닥에게, 그리고 따스한 모래밭이 그 위에서 뒹구는 살결에게 이제부터 날 책임지라고 다그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단 말인가.
-본문 229-231쪽
봉애의 사랑은 타자에 의해 금기되었던 성적 욕망을 자각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욕망을 실현해서 주체로서의 명징한 정체성을 찾아내고 싶었다. 봉애는 그동안 억압되었던 무의식의 욕망을 만났고 당당히 그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려 했다. 장애에 매몰되지 않는 한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만나려 했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의 몰입, 이것은 비단 장애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주체적인 자아의 발견과 ‘진짜’인 자신을 찾기 기대하는 모든 여성의 욕망 서사이기 때문이다.
-본문 259쪽
□ 표지화를 그린 서양화가 김영권씨는 작가의 남편으로 역시 지체장애인이다.
□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하며, 복권위원회와 함께 하는 문화나눔사업’의 일환으로 발행되었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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