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키네시스트 터틀, 어둠의 매혹자 포추나토,
꼭두각시 조종자 퍼핏맨, 모든 욕망의 구현자 서큐버스,
공포와 황홀감, 비참한 변이와 경이로운 변화의 세계

그리고 어니의 뇌 깊숙한 곳에 잠복해 있던 와일드카드 바이러스가 뇌를 감싸고 있는 농후하고 풍성한 내분비액의 자극을 받고 어떤 세포 위에서 부유하다가 정지했고, 그것에 내재된 외계의 메시지를 쏟아낸 다음 죽었다. 그런 연유로 그 유산은 계속 전달되었고, 몇 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공포와 황홀감, 훼손과 경이로운 변화를 약속하는 이중나선을 따라 빙글빙글 돌며 내려갔다……. _435쪽

1946년 9월 15일 이후 수십 년이 흐른 시점에 이르러서도 다양한 에이스들과 조커들이 새롭게 계속 등장한다. 감염자들의 증상이 그야말로 제각각이며 ‘내트’라 불리는 일반인들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운명의 와일드카드 데이를 겪은 이들에게 잠복해 있던 유전적 정보가 후세에 전달되는 까닭이다.

“난 둥둥 떠 있었어. (…) 저기 천장 근처에서. (…) 우리 두 사람을 볼 수 있었어. 모든 것이 빛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어. 이 방은 새하얗고, 무한하게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어. 모든 곳이 선과 파문투성이였어.” _99쪽

그는 최후의 인간은 아니었다. 그는 뭔가 새로운 인류, 인류를 능가하는 존재가 될 잠재력을 가진 최초의 인간들 중 하나였다. _126쪽

유례없이 강력한 텔레키네시스 능력자 ‘터틀(Turtle)’이나 성적 에너지를 폭발시켜 아스트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어둠의 매혹자 포추나토, 왜곡되고 병든 마음의 소유자들의 끔찍한 욕망을 조종하는 퍼핏맨 등 능동적인 에이스들이 있는가 하면, 분노나 고통, 성적 욕망 등으로 자극받을 때에만 엄청난 근육질의 거한이나 거대한 악어,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의 대상으로 변신하는 수동적인 에이스들도 존재한다. 조지 R. R. 마틴이 집필한 〈막간 3〉은 ‘에이스 하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시크’ 저녁 행사에 참여한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로맨틱하고 비극적이며 멋지고 화려한 에이스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펀하우스 클럽의 지배인으로, 코끼리 코를 가진 데즈먼드, 크리스털팰리스의 오너로, 투명한 피부 아래 근육과 장기들이 그대로 보이는 크리설리스 같은 유명한 조커들이 거주하는 반면, “허약한 장애인 (…) 바이러스로 인해 뒤틀리고 기형화한” 조커들이 비참하게 살아가는 ‘조커타운’은 마약과 폭력, 매춘으로 얼룩진, 현대의 게토나 다름없다. 조커타운 담당 경찰들은 “조커를 주기적으로 체포하고 괴롭히고 폭행”하며, 한 경찰 간부는 “조커 여성을 강간하는 건 범죄라기보다는 악취미에 가깝다고 발언”하기도 한다.

“너희들은 짓밟혔고, 공공연한 경멸의 대상이 되어왔어. 인류 역사상 유례를 볼 수 없을 정도의 지독한 박해를 받았던 거야! (…) 조커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깜둥이고, 새로운 노예계급이야. 너희들이 빠져나오고 싶어 하는 이 질곡은 흑인 노예와 다를 바가 없어. 이 도시에서 너희들은 깜둥이, 유대인, 공산주의자를 합친 것과도 같은 존재인 거야.” _305쪽

《와일드카드 1》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는 에이스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SF적 상상력과 대체역사의 결합을 구현해냈다면, 《와일드카드 2》에서는 베트남전쟁에 징집당한다든지 게토나 다름없는 조커타운에서 최하층계급의 삶을 살아가는, 박해받는 소수자로서의 조커들을 중심으로 영리한 디스토피아 대체역사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친 탓인지 능력은 거의 쉽게 발현했다. 그녀의 몸 전체가 반투명하게 변했다. 자신의 몸이 유체화하면서, 고체 상태의 벽들이 세찬 바람처럼 그녀 주위를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손에 쥔 돈 봉투조차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림자를 쥐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_383쪽

2010년 확장판에 새롭게 등장한 인물로는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스톱워치’, 자신의 신체를 마음대로 유체화시킬 수 있는 ‘고스트걸’, 일반인 내트로서 악당 에이스와 대결하는 궁수인 ‘사냥꾼’이 있다. 특히 ‘스톱워치’는 마블 엑스맨의 퀵실버를, ‘사냥꾼’은 마블 어벤져스의 호크아이를 연상케 하는데, 이런 식으로 현대적인 인물들을 보강해 그 상상적 기반을 넓히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34년간 40여 명의 작가, 29권 출간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는 방대한 〈와일드카드〉 세계는 앞으로도 무한히 성장하고 확장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셸게임 조지 R. R. 마틴 · 7
막간 2 조지 R. R. 마틴 · 89
포추나토의 길고 어두운 밤 루이스 샤이너 · 92
변신 빅터 밀란 · 127
막간 3 조지 R. R. 마틴 · 178
땅속 깊은 곳에서 에드워드 브라이언트 & 리앤 C. 하퍼 · 187
막간 4 조지 R. R. 마틴 · 257
꼭두각시 스티븐 리 · 265
막간 5 조지 R. R. 마틴 · 333
고스트걸, 맨해튼을 습격하다 캐리 본 · 337
사냥꾼이 왔다 존 J. 밀러 · 394
에필로그: 제3세대 루이스 샤이너 · 433

부록 빅터 밀란 · 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