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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역사, SF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과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은경 작가의 신작, 『어린이 만세!』가 마루비 어린이문학 23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어린이 만세!』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의 효창원을 중심으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의 슬픔과 고통, 노동과 우정, 그리고 씩씩한 어린이로서의 패기를 그려 낸 아름다운 역사 동화다. 무엇보다 100년 전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은경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통찰력 깊은 역사의식과 정제된 문장으로 풀어낸 서사는 우리 어린이들이 특정 시대를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 선언문 중에서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을 중심으로 시작된 ‘어린이 운동’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세 어린이들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광복 80주년을 맞아 출간되는 은경 작가의 고품격 역사동화!
그동안 역사, SF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한 활동과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은경 작가의 신작, 『어린이 만세!』가 마루비 어린이문학 23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어린이 만세!』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의 효창원을 중심으로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의 슬픔과 고통, 노동과 우정, 그리고 씩씩한 어린이로서의 패기를 그려 낸 아름다운 역사 동화다. 무엇보다 100년 전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은경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통찰력 깊은 역사의식과 정제된 문장으로 풀어낸 서사는 우리 어린이들이 특정 시대를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식민지 시대의 어린이, 근주와 태용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선의 상황은 모든 면에서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조선은 나라를 빼앗긴 이후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선에 사는 일본인의 수가 무려 조선인의 1/3에 달했으며 식민지의 법과 제도도 일본인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졌다. 당연히 식민지 조선은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었고 일본인들은 조선 땅의 1/2을 차지하게 되었다. 조선인들은 그만큼의 땅을 빼앗기고 일자리를 찾아 헤매야만 했다. 이렇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른들은 가족과 떨어져 타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만 했고 식민지 조선에 남겨진 어린이들의 생활은 그만큼 외롭고 궁핍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근주와 태용은 이러한 시대적 아픔 속에서 등장하고 있다. 근주와 태용이 사는 동네는 일본이 조선의 왕실 묘역이었던 곳을 골프장으로 변경해 이용하던 효창원 부근이다. 근주는 부모님 없이 일본인이 운영하는 약방 점원으로 일하는 언니와 단둘이 지낸다. 그래서 장마철마다 지붕에 물이 새도 고쳐 줄 어른이 없다. 태용 역시 아버지가 몇 년째 집을 나가 소식이 없고 병든 할머니와 식모 일을 하는 어머니를 위해 학교도 그만두고 물을 길러 주거나, 인근 효창원 골프장에서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공치는 사람들 시중드는 일을 하며 돈을 벌며 생활한다.
“고마워.”
태용이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시 양철 물통을 물지게에 걸었다.
“또 물 뜨러 가?”
“응, 대추나무 집 할아버지가 가져다 달래셔.”
“힘들겠다.”
“그래도 그 집 거는 바로바로 해다 줘야 해.”
“왜? 또 아저씨가 일 줬어?”
“응. 내일 골프장으로 나오래.”
“그랬구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태용이가 서둘러 나가려 했다. -본문 19쪽
아버지를 찾는 또 다른 어린이, 키코
근주는 장마로 불어난 물 구경을 하러 마을 아래 넝클내로 갔다가 우연히 떠내러온 서양인형을 줍게 되고 이를 계기로 일본인 소녀 키코와 마주친다. 키코는 돈을 벌러 조선으로 떠난 아빠를 만나러 왔지만 엄마는 돌아가시고 이모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러던 중에 골프장에서 아빠를 봤다는 말을 듣고 매일 골프장 인근 공원을 배회한다.
“난 여기에 아버지를 찾으러 왔어.”
“여기에 아버지가 계셔?”
“응. 아버지가 골프를 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식당에서 이모가 친구에게 하는 얘길 들었어. 골프장은 경성에 여기밖에 없다고 했고. 그래서 방학하자마자 이리로 와 본 거야.”
키코는 이미 개썰매를 타고 아버지를 찾으러 나선 거였다. 내가 상상으로만 하고 있던 일을 키코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몸이 떨려 왔다. -본문 57쪽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야만 하는 태용에게 일본인 아이 키코는 반가울 리 없다. 근주가 키코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인정할 수 없는데 키코의 아버지 찾기에 함께 나선 근주가 태용은 못마땅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익에만 함몰된 어른들과 달리 순수한 우정과 아버지의 부재라는 공통된 아픔을 잘 알고 있는 태용도 점점 키코의 처지를 불쌍히 여기며 함께 돕게 된다.
“불쌍한 건 우리야, 이 바보야.”
잠자코 있던 태용이가 말했다. 꼭 고구마를 먹다 막힌 것 같은 목소리였다.
“자꾸만 바보래!”
내가 눈을 홉뜨자 태용이가 못 박듯 말했다.
“정말 바보니까. 나한테 일본인 아이를 도와주라고? 우리 아버지가 왜 집을 떠났는데! 우리 엄마가 왜 일본 사람 집 식모 노릇을 하고, 우리 할머니가 왜 병이 났는데. 내가 학교도 다 못 다니고 일하러 다니는 게 다 뭣 때문인데……!” -본문 60쪽
하얀 셔츠의 선생님
태용이 다니던 야학의 하얀 셔츠 차림의 선생님은 1920년대 ‘어린이 운동’의 중심이었던 방정환 선생의 모습으로 이 작품 속에서 그려지고 있다. 외롭고 고달팠던 태용과 근주의 뒤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던 어른으로, 선생님은 아이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함께 읽고 공부하며 놀이를 만들어 함께 즐기면서 아버지가 사라진 엄혹한 식민지 시절의 조선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잊지 않고 당당한 어린이로서 성장해 가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뭐 하고 살았어요?”
“공부를 했단다.”
“무슨 공부요?”
“우리 조선이 더 밝고 씩씩해질 공부를 했지.”
“그럼, 이제 조선이 밝고 씩씩해지는 거예요?”
“그럼, 그렇게 될 게다.”
선생님은 뭐가 좋은지 나를 보고 환히 웃었다. 선생님이 말하는 거면 확실한 걸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도 힘이 나고 밝아지는 것 같았다. 나도 선생님을 보고 웃었다. -본문 91쪽
돌아온 아버지들, 어린이 만세!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근주의 아버지가 돌아오고 근주는 비로소 안정감을 찾게 된다. 비록 아버지가 자신을 모른척했지만 키코는 당당하게 혼자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태용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를 잘 모시겠다며 아이들과 더불어 할머니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를 준비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인 것을 의심한 일본 순사들이 들이닥치지만 아이들의 순순한 놀이를 보며 오히려 웃음을 짓고 만다. 키코는 우리말로 ‘꼬부랑할머니’를 불러 박수를 받고, 근주와 태용이 꾸민 동극도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사히 마치며 함께 ‘반달’을 노래한다. 어린이들의 잔치에 초대된 어른들은 감격해하며 “어린이 만세!”를 외치고 이 외침은 곧 마을 사람 모두에게로 이어진다.
“어린이 만세! 만만세!”
삑! 삑! 삐익-
“만세 금지! 금지!”
순사들이 튀어나와 호루라기를 불며 사람들을 제지했다. 하지만 온 마음으로 외치는 사람들의 함성이 순사들을 에워싸 버렸다.
“만세! 어린이 만세! 만만세!”
절로 신이 났다. 나도 친구들도 신이 나 팔을 번쩍번쩍 들어 올렸다. -본문 147쪽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친구가 된 지금의 어린이들이 함께 번갈아 가며 횃불을 들고
세 친구들처럼 씩씩하게 꼬부랑꼬부랑 걸어 나가길 바랍니다.
저는 다른 어른들과 함께 여러분이 걸어가는 그 길옆에 서서 힘차게 외칠게요.
“어린이 만세!”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은경
수많은 이야기들이 모여 흐르는 역사를 좋아합니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어린이의 씩씩한 이야기를 발견하면 더 행복하고요. 역사는 지나간 이야기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믿어요. 계속 귀 기울이며 이야기를 찾아나가겠습니다.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을 받으며 동화작가가 되었고, 지은 책으로 『미술관으로 간 백곰』, 『검은 소 깜산』, 『애니캔』, 『우리 반 이봉창』, 『우리 반 허준』, 『기억을 깨우는 햄스터 꼬물이관티』, 『2023봄 우리나라 좋은동화(공저)』가 있습니다.
그림 : 송효정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일상과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상하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어른과 어린이를 모두 응원하고 싶습니다. 최근 그린 책으로 『백제 최후의 날』, 『요괴수호자』, 『귀신도 반한 숲속 라면 가게』 시리즈, 『기량 탐정 사무소』 시리즈, 『소능력자들』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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