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AI 시대에 요구되는 개발자의 능력은 기본기에 있다. 프로그램이 컴퓨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수월하게 해결한다. 이 책은 메모리에 로딩된 기계어 명령을 CPU가 해석하고 실행하는 과정, 즉 프로그램이 컴퓨터에서 움직이는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가 2진수를 이용하는 방식과 이유, 메모리와 디스크의 상호작용, 소스 코드가 실행 파일로 변환되는 컴파일과 링크 단계, 프로그램의 작동 환경과 주변장치 제어 등을 알아본다. 프로그래밍 입문자나 자기 실력에 깊이를 더하려는 초급 개발자가 컴퓨터 시스템의 본질을 이해하고 응용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본질을 이해해야 응용할 수 있다!
AI 시대에도 경쟁력을 잃지 않는 개발자의 힘

인공지능의 부상으로 개발자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개발자는 앞으로 불필요한 존재가 될까? 기업들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개발자를 더욱더 찾고 있다. 프로젝트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숨어 있는 오류를 바로잡으며,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대처하는 실력을 갖춘 개발자 말이다. 그렇다면 진짜 실력은 어디서 올까.

만사가 그렇지만 탄탄한 실력은 본질, 즉 기본기를 제대로 닦는 데에서 나온다. 본질을 이해해야 응용을 할 수 있으며, 어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거나 신기술을 익히는 일도 비교적 수월해진다. 따라서 개발자라면 프로그래밍 기술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은 프로그램 작동 원리를 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즉 데이터와 명령의 집합체인 프로그램이 컴퓨터에서 어떻게 입력 · 연산 · 출력 · 저장되는지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코딩 기술과 요령을 넘어
프로그램의 원리를 파악하다

이런 의미에서 《프로그램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개발자 지망생 또는 신입 개발자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C 언어나 파이썬으로 작성한 소스 코드가 어떻게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기계어로 번역되고(컴파일), 메모리에 올라가며(로딩), 최종적으로 CPU에서 어떻게 해석 및 실행이 되는지를 낱낱이 파헤치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프로그래머에게 CPU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시작으로 우리는 a=1+2;와 같은 간단한 코드 한 줄이 CPU 내부에서 얼마나 역동적인 과정을 거치는지를 목격한다.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듯 개발자가 모든 하드웨어 지식을 익힐 필요는 없다. 단지 개발자에게 필요한 CPU 지식이란 CPU에 있는 수많은 트랜지스터가 명령과 데이터를 잠시 보관하는 ‘레지스터’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카운터가 다음 실행할 명령의 주소를 가리키고, 누산기가 연산 결과를 담으며, 플래그 레지스터의 상태에 따라 프로그램 흐름이 바뀌는 모습을 이해하는 것. 개발자에게 필요한 CPU의 본질은 이뿐이다. 이 지점에서 컴퓨터가 계산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결국 컴퓨터는 0과 1을 가지고 계산하는 기계다.

2진수 다루는 법을 이해하면
프로그램 작동 원리의 본질이 보인다

개발자는 따라서 컴퓨터가 세상을 인식하는 유일한 방식인 ‘2진수’의 세계를 조금 깊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기본과 본질을 다루는 책답게 저자는 컴퓨터가 왜 하필 2진수로 계산하는지부터 설명한다. IC 칩은 핀 하나가 0V와 +5V라는 두 가지 상태밖에 표현할 수 없고, 이런 물리적 한계가 0과 1이라는 디지털 세계를 탄생시켰다. 저자는 이 같은 설명에서 더 나아가 컴퓨터가 2진수를 어떻게 다루는지, 우리가 이런 컴퓨터의 특징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소개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음수를 표현하기 위해 ‘2의 보수’라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왜 필요한지, 왜 그토록 정확해 보이는 컴퓨터가 0.1을 100번 더해도 10이라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는지(부동 소수점)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얻게 된다.

내 맘대로 메모리를 다루는
개발자가 진짜 실력자

CPU와 2진수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마쳤다면, 이제 프로그램의 주 무대인 ‘메모리’로 시선을 옮길 차례다. 개발자라면 메모리의 물리적 구조가 주소 핀과 데이터 핀으로 구성된 IC 칩에 불과해도, 논리적 구조를 변경하면 얼마든지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책에서는 배열이라는 기본적인 자료구조가 스택, 큐, 링 버퍼와 같은 고차원적인 자료구조로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시각 자료를 동원해 설명한다. 데이터를 넣고 빼는 순서의 차이가 전혀 다른 쓰임새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프로그래밍의 묘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자료구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C 언어 학습의 장벽으로 불리는 ‘포인터’의 개념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도 인상적이다. 포인터는 ‘데이터가 저장된 주소’를 기억하는 변수이며, 이를 이해하는 핵심은 데이터형이라는 개념에 있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아마 많은 이가 포인터 개념에 품은 막연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어셈블리어와 C 언어의 비교
프로그램이 움직이는 진짜 모습을 마주하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백미는 어셈블리어와 C 언어를 비교하는 부분이다. 기계어와 일대일로 대응하는 어셈블리어의 특성상, 어셈블리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면 프로그램이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진짜 모습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C 언어로 작성된 함수 호출, 반복문(for), 조건 분기(if)가 컴파일을 거치면 어떤 어셈블리어 코드로 변환되는지를 직접 살펴보면서, 독자는 마침내 프로그램의 실체를 마주한다.

고급 언어로 작성한 코드가 실제로는 movl, addl, cmpl, jmp와 같은 명령의 복잡한 조합으로 실행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경험은 개발 실력을 극적으로 올려줄지도 모른다. 선명하게 보이지 않던 ‘컴퓨터의 실제 작동’을 이해한 순간, 코드가 어떻게 메모리와 CPU를 움직이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저자 또한 어셈블리어와 C 언어 코드를 비교하는 경험을 통해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구조가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이 경험은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상위 1% 개발자가 추천하는
프로그래밍 입문의 필독서

AI 시대로 접어들수록 원리 중심의 학습은 더욱 중요해졌다. 반복적인 코딩 작업을 AI가 대체하는 현실에서 개발자는 이제 단순 코딩을 벗어나 업무의 방향을 설정하고, 미묘한 오류를 잡아내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역량의 바탕에는 원리, 즉 본질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어야 한다.

결국 AI 시대에 살아남을 개발자는 스스로 질문하고 사태를 파악해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변화무쌍한 현실 문제에서 답을 찾는 지성과 통찰력을 어떻게 하면 갈고닦을 수 있는지를 말한다. 이 책으로 프로그래밍 코드의 실체와 작동 원리를 제대로 경험해 보자.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개발자의 깜냥을 한 단계 올리는 데 소중한 디딤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