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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구판 정보
어떤 아이가 송미경 저 | 시공주니어 | 2020년 06월 [절판]
우리 어린이문학에 처음 보는 무늬를 그려 온 작가 송미경의
대표작과 최신작이 나란히 담긴 단편집 『오렌지 먹는 법』
2008년 등단 이후로 지금까지, 작가 송미경은 한계 없이 넓어지고 또 높아지면서 우리 어린이문학을 읽고 말하는 모든 이들에게 어떤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송미경이라는 이름은 오래된 도구로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비정형의 에너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와 서사를 통해 전달되는 환상성, 흉내낼 수 없는 개성적인 문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신작 『오렌지 먹는 법』은 그 새로움과 가능성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초기 대표작 세 편과 최신의 작품 세 편을 나란히 실은 단편집이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두고 쓰인 이 동화들 속에 한결같이 힘차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어린 존재들의 목소리는, 커다란 사랑을 받고 있는 단편집 『돌 씹어 먹는 아이』와 더불어 우리가 어린이문학을 경유해 함께 공명할 수 있는 세계의 크기를 가늠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문재야, 네 점퍼 오른쪽 주머니에 구멍이 뚫려서 내가 꿰맸는데
실수로 겉감과 안감 사이에 동전 하나가 갇혔어.
시간이 될 때 네가 다시 꿰매라, 미안.
첫머리에 실린 작품 「어떤 아이가」는 다섯 식구가 사는 문재네 집에 어느 날 아침 나붙은 노란 쪽지로부터 시작된다. 마지막 인사를 남긴 ‘어떤 아이’가 문재의 초콜릿을 몰래 먹고, 정재 형의 방을 환기하고, 아빠의 물 심부름을 하며 머무는 동안 정작 이 집의 주인인 가족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내내 부재한다. 터진 주머니를 꿰매다 실수로 겉감과 안감 사이에 갇혀 버린 동전을 보며 우리가 채 인식하지 못한 중요한 것들이 분명히 더 있을 것만 같은 불편한 감각과 갑갑한 뒷맛을 곱씹게 된다.
「어른동생」은 다섯 살의 몸을 하고 있지만 실은 서른네 살인 동생과, 그런 사정으로 살아가는 여럿의 삶을 다룬다. “펭귄이 가득 그려진 내복에 토실토실하고 작은 뒷모습”을 한 동생이 은밀한 통화를 하는 모습을 목격한 나는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없는 나」는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서술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믿을 때, 무언가를 믿지 않기로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상상하게 한다. 이 세 편은 동화집 『어떤 아이가』(시공주니어, 2013, 절판)에 실렸던 단편들로 “인생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질문을 대단히 전복적인 상상력에 담아내고 있다.” “모든 작품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기묘한 환상성에는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한다.”(김서정)는 평을 받으며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빠, 이 오렌지 작은데 묵직해.”
물방울들이 내 얼굴에 분무기를 뿌렸다.
누구세요? 하는 물음에 이국의 언어로 돌아온 대답의 말, 아무것도 내보이지 않으며 닫혀 버린 할머니 방의 문, 따뜻하고 포근한 아기의 냄새와 작은 옹알이 소리, 빡빡하게 손톱을 파고드는 오렌지 속껍질의 느낌, 툭 하고 터지는 향기와 물방울. 표제작 「오렌지 먹는 법」이 쉴 틈 없이 일깨우는 감각의 연쇄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세계, 하나의 관계가 어렵사리 열리는 순간의 감동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진짜 마술사가 아니니까」가 다루는 유랑하는 삶의 근원적인 불안감은 그만큼 무수하게 빛나는 연대들로 인해 상쇄된다. 아빠와 마라 형, 노고 캐릭터가 이루는 삼각형은 잘 굴러가는 모양은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탄탄하게 거기 있다.
마지막 작품 「사람 만들기」 역시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발견하는 순간의 기적을 그리고 있다. 뙤약볕과 빗방울이, 전학생과 결석생이, 8시 30분과 8시 31분이, 앞구르기와 제자리뛰기를 하는 점토 인형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콩 자루가 은쟁반 위로 쉼 없이 쏟아지”듯 귀를 시원하게 두드린다.
있지만 없었던, 없지만 분명히 있는
존재의 이름을 호명하는 저마다의 목소리
각 작품에 내재된 감정과 색채를 이미지의 언어로 풀어 낸 화가 히히의 그림은 활기차고 과감한 필치로 이야기에 재미를 더했다. 깨질 듯 날카로운 직각과 온기가 서린 노랑을 겹쳐 표현한 「어떤 아이가」, 정지된 시간 속에 율동감을 불어넣고, 화면을 뚫고 나갈 듯 대담한 구도를 사용한 「사람 만들기」 등에서, 일러스트는 물론 영상과 독립출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그의 개성 있는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작가 송미경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내가 상상했던 모든 이야기 중에 가장 작고 작은 이야기”라 말한다. 그러나 그 작고 작은 이야기들은 있지만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존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빼놓지 않고 불러 주는 목소리에 가깝다. “형이 연필을 내려놓자” 깜빡이며 빛나기 시작했던 “밤하늘에 숨어 있던 별빛들”처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보이는 경이로운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오렌지가 하나의 둥근 과일이기도, 몇 조각의 향기이기도, 셀 수 없이 많은 물방울 알갱이이기도 한 것처럼 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도 하나일 리 없다. 여러분만의 방법과 순서로 『오렌지 먹는 법』을 충만히 맛보시기를 권한다.
“이 단편집의 동화들은 내가 지나쳐 온 날들의 이야기예요. 그리고 나와 여러분의 이야기예요. 내가 마치 세상에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닐 때 누군가 나를 믿어 주어 내가 보이게 된 이야기예요. 우리가 보지 못하고 걸어온, 어떤 길가에 분명히 서 있었던 아이의 이야기고요. 우리가 빚어 놓고도 돌보지 않았던 찰흙 인형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라지게 하거나 나타나게 했던 모든 것들의 이야기예요. 눈이 오는 날이었거나 햇살이 펑펑 쏟아졌거나 혹은 조금 남은 달빛이 복숭아나무 가지에 걸리지 않으려고 간신히 버티고 있던 어느 밤에, 그 달빛을 보며 문득 상상했던 모든 이야기 중에 가장 작고 작은 이야기예요.” _송미경

저자 : 송미경
동화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제2회 웅진주니어문학상을, 『어떤 아이가』로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돌 씹어 먹는 아이』로 제5회 창원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 동화 [생쥐 소소 선생] 시리즈, [가정 통신문 소동] 시리즈, 『햄릿과 나』, 『봄날의 곰』, 청소년소설 『광인 수술 보고서』, 『나는 새를 봅니까?』, 그림책 『나는 흐른다』, 『안개 숲을 지날 때』, 소설 『메리 소이 이야기』 등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 그림책 『토끼가 되었어』, 만화 『오늘의 개, 새』 등이 있다.
그림 : 히히
시각 · 영상 디자인을 공부했고 일러스트,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하고 있다. 동시집 『미지의 아이』와 동화 『잠자는 비밀을 얘기해』에 그림을 그렸고, 『도둑 손님』 『녹색 보석』을 쓰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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