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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들은 무언가 다르다. 1학년 동생들이 생겨서일까? 급식 줄도 잘 서고 의젓해진 것 같다. ‘나 이제 학교 좀 안다!’라는 자신감이 들 때쯤, 아이들 앞에 강적이 나타난다. 바로 곱셈구구!
『구 선생 구구』의 주인공 산이에게도 이 강적은 만만하지 않다. 담임 선생님이 산이에게 3단을 외워 보라고 해도, 6단을 시켜도 산이는 2단만 되풀이한다. 2단만 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이는 수학 시간이 하나도 기다려지지 않는다.
그런 산이에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온다. 3년간 수학 학원 창문에서 살아서 구구단쯤은 척척 외우는 이 비둘기는 자신을 곱셈구구 선생님으로 삼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과연 산이는 이 수상한 비둘기와 함께 구구단을 끝까지 외울 수 있을까?
사계절저학년문고의 새 책 『구 선생 구구』는 구구단을 향한 아홉 살의 고민을 유머러스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구구단을 아직 배우지 않은 어린이든, 이미 깨우친 어린이든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이 고난 속에서 산이와 함께 웃고 울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구석에 용기가 자라나 있을 것이다.
▶줄거리
산이는 오늘도 교실에 남았어. 구구단을 외워야 했거든. 이름은 ‘연산’인데, 왜 3단부터 머리가 빙글빙글 돌까? 단짝 유나랑 놀지도 못하고, 함께 남은 티마는 이상한 주문만 중얼중얼. 그때 산이 앞으로 날아온 비둘기 한 마리! 구구단을 줄줄 외우더니 자기가 구구단 선생님이 되어 주겠대. 이 수상한 비둘기…… 믿어 봐도 될까?
“곱셈구구도 어렵구, 친구도 어렵구!”
초등학교 2학년 2학기가 되면 아이들은 ‘곱셈구구’를 만난다. 손가락으로 셀 수 있었던 덧셈, 뺄셈과 달리 구구단은 꼭 외워야만 한다. 『구 선생 구구』의 주인공 산이는 구구단이 도통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유나가 원리를 설명해 줄 때면 숫자 2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백조로 보이고, 3단을 외울 때는 369 게임이 떠오른다. 엄마는 이름이 ‘연산’인데 왜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하는 건지 의아해한다. 산이에게 곱셈구구는 그저 수학 단원이 아니다. 친구들과의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같은 반 아이들이 책가방을 메고 집에 갈 때 산이는 책상 앞에 앉아 구구단을 외워야 한다. 교실에 덩그러니 남아서 구구단을 외우는 시간은 산이에게 너무 길기만 하다.
그런 산이 앞에 나타난 비둘기 ‘구 선생’은 구세주나 다름없다. 비둘기가 사람 말을 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구구단을 완벽하게 깨우쳤다는 사실이 산이는 더 놀랍다. 더구나 쉽게 외울 수 있는 비법이 있다고 자랑까지 하니, 산이는 홀라당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수업료로 빵을 내밀지만 집과 쌀을 요구하는 당돌함도 예사롭지 않다. 구 선생의 황당하지만 묘하게 설득되는 구구단 비법을 들으면, 처음에 어린이 독자들은 산이처럼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새 킥킥 웃으며 따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입에 착착 붙어 버리는 그 주문들! 구구단이 이렇게 재밌을 줄 누가 알았을까?
구구단이 맺어 준 새 친구들
사실 산이를 속상하게 하는 건 따로 있다. 1학년 때부터 꼭 붙어 다니던 유나와 요즘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유나는 구구단을 잘 외운다. 산이가 교실에 남을 때 유나는 자신과 같이 구구단을 잘 외우는 수빈이와 둘이서 집에 간다. 산이는 마치 구구단이 유나와 자신의 사이를 막은 것만 같다. 산이가 구구단을 잘하고 싶은 이유는 혼자만 못 한다는 속상함에서 벗어나고 싶고, 친구들보다 뒤처진다는 부끄러움을 떨쳐 내고 싶어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나와 예전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 서운함이 산이의 마음 한구석을 콕콕 찌른다.
매일 교실에 남는 아이는 산이 말고도 한 명 더 있다. 바로 이티마. 티마는 2학년 가운데 키가 가장 크다. 남자아이들도 티마 앞에서는 꼼짝 못 한다. 무뚝뚝해 보여서일까, 산이는 티마와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 방과 후면 산이와 티마는 나란히 구구단을 외운다. “살라살라 살라쿠 살라리 살라…….” 티마가 구구단을 외우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중얼거릴 때면, 산이는 궁금하다. 저게 무슨 뜻일까? 그리고 무심한 듯하던 티마가 산이를 놀리는 아이들을 대신 말려 준 사건은 산이가 티마를 더욱 궁금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용기 내어 티마에게 말을 붙인 산이는 티마의 아빠가 싱가포르 사람이라는 것도, 티마의 이름 유래까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또 한 명, 아니 또 한 마리. 산이가 매일 만나는 구 선생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비둘기들은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은 구 선생을 이상하게 여긴다. 그래서 구 선생은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없다. 처음에는 잘난 척 대왕인 줄 알았는데, 자꾸 혼자 다니는 모습이 쓸쓸하고 외로워 보여서 산이도 마음이 쓰인다. 산이에게 구구단을 가르쳐 주는 게 즐겁다는 구 선생. 구 선생도 구구단 덕에 만난 소중한 친구다.
박나현 작가는 신인 작가답지 않은 섬세함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짚어 냈다. 단짝 친구가 다른 친구와 더 친해질까 봐 조마조마했던 순간,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서러웠던 순간, 궁금한 친구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거는 순간, 혼자 있는 친구가 괜스레 신경 쓰이는 순간까지. 심보영 작가는 산이의 이런 순간순간을 발랄하고 재치 있는 그림으로 포착해 냈다. 독자들은 산이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너도 그래? 나도 그런 적 있는데!”라고 말하고 싶어질 것이다. 산이의 이런 감정들은 친구 관계로 고민해 본 적 있는 어린이라면 낯설지 않을 테니까.
나도 해낼 수 있어!
산이는 구 선생의 비법에 푹 빠져들며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다 티마가 그림으로 구구단을 암기한다는 걸 알고 문득 깨닫는다. 엄마는 노래로, 유나는 원리로, 선생님은 반복하며 외우라고 했다. 모두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산이도 산이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뿌듯했어. 나도 구구단을 외우는 나만의 방식이 생겼거든.” (91쪽)
『구 선생 구구』는 전한다. 구구단 외우기, 친구 사귀는 것, 줄넘기를 뛰는 일, 심지어 사과하는 데에도 실은 ‘나만의 방법’이 있을 거라고. 남들과 속도가 달라도, 방식이 달라도 된다고. 산이를 응원하다 보면 독자들도 깨닫게 될 것이다. 무언가에 서툴고 서운했던 자신도 괜찮다는 걸. 이 따뜻한 메시지는 웃음과 공감 사이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에 용기를 심어 줄 것이다.

저자 : 박나현
킥킥킥. 에헤헤. 아이들 웃음소리가 떡볶이보다 맛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배부른 이야기를 써 볼까? 고민하며 학교 앞 문방구를 기웃거립니다. 재잘재잘 아이들 소리에 벌써 침이 고이네요. 쩝쩝. 호로록. 202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 지원에 선정돼 「와구와구 이빨 괴물」을 썼습니다.
그림 : 심보영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그림책의 매력에 빠졌다. 지금은 이야기 속에서 이미지를 찾고, 이미지 속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대단한 수염』, 『식당 바캉스』, 『털북숭이 형』, 『토끼행성 은하늑대』 등이 있으며, 「깊은 밤 필통 안에서」 시리즈, 『우다다 꽁냥파크』, 『이상한 우주의 앨리스』, 『쿨쿨』, 『빨간 여우의 북극 바캉스』 등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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