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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푸코의 레몽 루셀 (철학의 정원 80)

    미셸 푸코의 레몽 루셀 (철학의 정원 80)

    • 미셸 푸코 저
    • 심세광, 전혜리 역
    • (주)그린비출판사
    • 2026년 09월 28일
    • 정가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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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24949016 328쪽 152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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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몽 루셀』은 푸코가 한 괴짜 작가를 복권하는 책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에는 『광기의 역사』에서 『말과 사물』로 나아가는 초기 푸코의 사유가 응축되어 있는 동시에, 이후 그가 ';저자';와 주체의 문제를 다시 묻게 될 사유의 단초도 자리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인간이 언어를 지배하고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익숙한 믿음을 뒤집는다. 우리가 언어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언어가 우리를 통과하면서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인가. 저자가 사라진 뒤에도 언어는 어떻게 끊임없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내는가.
    푸코가 루셀에게서 발견한 것은 세계에 비해 가난한 언어가 바로 그 결핍 때문에 무한히 풍요로워지는 역설이었다. 이름보다 사물이 많고, 말은 세계를 완전히 붙잡을 수 없다. 그러나 하나의 말이 다른 의미를 품고, 동일한 소리가 낯선 세계로 갈라지는 순간 그 빈곤은 무한한 생성의 가능성으로 뒤집힌다. 『레몽 루셀』은 그 기이한 순간을 끝까지 추적한 책이다.

    출판사 리뷰

    언어, 광기, 죽음, 존재에 대한
    이례적이고 독보적인 미셸 푸코의 저작



    사물이나 주체를 가리키는 일을 멈춘 언어가
    말하고 있는 극한 지점에 대하여

    1963년에 출간된 『레몽 루셀』은 미셸 푸코의 거대한 사상적 연대기 속에서도 가장 이례적이고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책이다. 같은 해 출간된 『임상의학의 탄생』과 나란히 놓이고, 2년 앞서 『광기의 역사』와 3년 뒤 출간될 『말과 사물』 사이에 자리하는 이 책은 푸코가 평생의 연구를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정면으로 탐구한 문학 연구서다. 그러나 『레몽 루셀』은 통상적 작가론이 아니다. 푸코가 루셀이라는 기묘한 작가에게서 발견한 것은 언어가 인간의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이기를 그치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이자 그 순간에 열리는 광기와 죽음, 부재와 반복의 낯선 공간이었다.

    당시는 롤랑 바르트의 기호학,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 등 구조주의가 프랑스 지성계를 휩쓸던 시기였다. 그러나 푸코의 관심은 언어를 지배하는 체계의 내재적 규칙을 밝히는 데 있지 않았다. 그가 주목한 것은, 언어가 사물이나 주체를 가리키는 일을 멈추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말하기 시작하는 극한의 지점이었다. 더욱이 이 책에서 푸코는 훗날 자신의 학문적 표지가 될 ‘고고학’이라는 방법론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특정 텍스트의 특이성 속으로 직접 진입하여 언어와 광기, 죽음과 존재의 문제를 추적한다. 분석자의 언어와 분석 대상의 언어가 서로 뒤섞이는 독특한 문체, 두 목소리가 끝없이 서로를 반박하는 제8장 「유폐된 태양」의 대화 형식은 그러한 실험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세계를 충분히 포괄할 수 없는
    언어가 가진 근원적 결핍!

    그렇다면 왜 ‘레몽 루셀’이었을까. 루셀의 글쓰기에는 언어가 세계를 충분히 포괄할 수 없다는 근원적인 결핍이 누구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세계에는 무수한 사물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지칭할 말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하나의 말은 서로 다른 여러 사물을 가리켜야 하고, 아주 비슷한 소리를 가진 말들이 전혀 다른 의미의 세계를 열기도 한다. 푸코가 주목한 ‘기표의 불안’은 바로 이 간극에서 발생한다. 루셀은 이러한 언어의 빈곤을 결함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무한한 문학적 형상을 만들어 내는 기계로 전환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루셀이 사후에 출간하도록 한 『나는 내 책 몇 권을 어떻게 썼는가』에서 공개한 ‘기법’(procede)이다. “비야르”(billard, 당구대)와 “피야르”(pillard, 약탈자)처럼 음운적으로 극히 가까우면서 의미상 아무런 관계가 없는 두 표현을 출발점과 종착점으로 설정하고, 그 사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한다. 말들의 미세한 차이가 서로 아무 관계도 없던 두 세계를 폭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최초의 힘은 작가의 체험이나 내면이 아니라 언어 자체에 있다. 루셀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대신 언어가 스스로 이야기를 생산하도록 작가 자신을 그 과정에서 지워버린다.


    반복과 이중화!
    극도로 의식적이고 철저하게 통제된 기술이 만들어 낸
    언어의 근원적 우발성, 그 처절한 실패이자 성공의 기록에 대하여

    루셀의 글쓰기는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과 정반대 지점에 놓여 있다. 앙드레 브르통을 비롯한 초현실주의자들은 그의 작품에 넘쳐나는 환각적인 이미지에서 무의식의 자유로운 분출을 발견했지만, 푸코가 본 루셀의 기법은 오히려 극도로 의식적이고 철저하게 통제된 기술이었다. 우연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정한 조건을 엄격하게 따라감으로써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철저한 통제 때문에 역설적으로 언어의 가장 근원적인 우발성이 드러난다. 왜 이 소리가 이 사물을 가리키는가, 왜 언어는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었는가. 루셀은 그 물음에 답하는 대신 언어의 근거 없음 자체를 창작의 동력으로 삼는다.

    루셀의 작품을 지배하는 반복과 이중화 역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의 언어는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완전한 원을 이루려 하지만, 동일한 말로 돌아온 순간 그 말은 이미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한다. 출발과 귀환은 일치하면서도 어긋난다. 『아프리카의 인상』의 기묘한 기계들, 『로쿠스 솔루스』의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는 장치들, 괄호 속에 또 다른 괄호가 끝없이 삽입되는 『새로운 아프리카의 인상』은 모두 이러한 언어의 운동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한다. 언어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결코 완전히 돌아갈 수 없으며, 바로 그 실패에서 또 다른 이미지와 이야기, 또 다른 세계가 태어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루셀의 삶과 죽음 또한 작품 바깥의 전기적 일화에 머물지 않는다. 젊은 시절 자신의 작품이 세계적인 영광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황홀경을 경험했던 루셀은 그 영광의 상실을 견디지 못해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1933년 팔레르모의 한 호텔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푸코는 그의 광기를 작품의 원인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황홀경의 획득과 상실, 반복과 폐쇄, 광기와 죽음의 궤적을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과 교차시킨다. 루셀이 잃어버린 ‘도덕적 태양’의 영광은 마침내 자신의 광선을 내부로 모두 회수한 ‘유폐된 태양’이라는 이미지로 귀결된다.


    자기 자신을 되풀이하며 매번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내는
    언어의 미로 속에서 우리가 만날 것은 과연 무엇인가?

    『레몽 루셀』은 그래서 한 괴짜 작가를 복권하는 책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에는 『광기의 역사』에서 『말과 사물』로 나아가는 초기 푸코의 사유가 응축되어 있는 동시에, 이후 그가 ‘저자’와 주체의 문제를 다시 묻게 될 사유의 단초도 자리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인간이 언어를 지배하고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익숙한 믿음을 뒤집는다. 우리가 언어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언어가 우리를 통과하면서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인가. 저자가 사라진 뒤에도 언어는 어떻게 끊임없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내는가.

    푸코가 루셀에게서 발견한 것은 세계에 비해 가난한 언어가 바로 그 결핍 때문에 무한히 풍요로워지는 역설이었다. 이름보다 사물이 많고, 말은 세계를 완전히 붙잡을 수 없다. 그러나 하나의 말이 다른 의미를 품고, 동일한 소리가 낯선 세계로 갈라지는 순간 그 빈곤은 무한한 생성의 가능성으로 뒤집힌다. 『레몽 루셀』은 그 기이한 순간을 끝까지 추적한 책이다.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직조된 루셀의 폐쇄된 언어의 미로 안에 들어간 푸코는 그곳에서 언어가 인간의 표현 수단이기를 멈추고 하나의 독자적인 존재가 되는 광경을 발견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묻는다. 언어가 자기 자신을 되풀이하면서도 매번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내는 이 미로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만나게 될 것인가.

    저자 소개

    미셸 푸코

    1926년 프랑스 중서부 푸아티에에서 출생. 본명 폴미셸 푸코(Paul-Michel Foucault).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루이 알튀세르의 영향 아래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으나 1953년 탈당한다. 이후 스웨덴, 폴란드, 독일 등에서 프랑스문화원장직과 대학 강의를 병행하며 해외 경험을 쌓았다. 1961년 조르주 캉길렘의 지도 아래 「광기와 비이성-고전주의 시대 광기의 역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 논문을 같은 해 『광기의 역사』로 출간하며 본격적인 저술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말과 사물』(1966), 『지식의 고고학』(1969)을 출간하며 지식의 구성 조건을 탐구했고, 1970년 콜레주드프랑스의 &사유체계의 역사& 담당 교수로 취임했다. 이후 감옥정보그룹(GIP)을 창설하였고, 스페인 프랑코 정권 항의 운동, 폴란드 솔리다르노시치 연대 활동 등 다양한 사회적 투쟁에도 적극 참여했다. 『감시와 처벌』(1975)과 『성의 역사』(1976~1984)를 통해 권력, 감시, 성, 광기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으며, 철학을 넘어 사회학, 정치학, 젠더 연구, 탈식민주의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1984년 6월 25일, 파리 살페트리에르 병원에서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역자 소개

    심세광, 전혜리

    역자: 미셸 푸코
    1926년 프랑스 중서부 푸아티에에서 출생. 본명 폴미셸 푸코(Paul-Michel Foucault).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루이 알튀세르의 영향 아래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으나 1953년 탈당한다. 이후 스웨덴, 폴란드, 독일 등에서 프랑스문화원장직과 대학 강의를 병행하며 해외 경험을 쌓았다. 1961년 조르주 캉길렘의 지도 아래 「광기와 비이성-고전주의 시대 광기의 역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 논문을 같은 해 『광기의 역사』로 출간하며 본격적인 저술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말과 사물』(1966), 『지식의 고고학』(1969)을 출간하며 지식의 구성 조건을 탐구했고, 1970년 콜레주드프랑스의 &사유체계의 역사& 담당 교수로 취임했다. 이후 감옥정보그룹(GIP)을 창설하였고, 스페인 프랑코 정권 항의 운동, 폴란드 솔리다르노시치 연대 활동 등 다양한 사회적 투쟁에도 적극 참여했다. 『감시와 처벌』(1975)과 『성의 역사』(1976~1984)를 통해 권력, 감시, 성, 광기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으며, 철학을 넘어 사회학, 정치학, 젠더 연구, 탈식민주의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1984년 6월 25일, 파리 살페트리에르 병원에서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역자: 전혜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미셸 푸코의 철학적 삶으로서의 파레시아」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셸 푸코에 관한 박사논문을 집필 중이다. 미셸 푸코의 『광기, 언어, 문학』,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말하기』, 『자기해석학의 기원』, 『담론과 진실』, 『비판이란 무엇인가*/자기 수양』, 『마네의 회화』, 『정신의학의 권력』, 『생명관리 정치의 탄생』, 『안전, 영토, 인구』, 개리 거팅의 『푸코』, 피에르 다르도와 크리스티앙 라발의 『새로운 세계합리성』, 가브리엘 주크만의 『국가의 잃어버린 부』 등을 번역했다.

    책 속에서

    루셀은 1932년, 자신이 죽고 난 뒤 『나는 내 책 몇 권을 어떻게 썼는가』가 되어야 할 텍스트의 일부를 인쇄업자에게 보냈다. 이 페이지들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출판되지 않기로 되어 있었다. 이 페이지들이 그의 죽음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죽음이 이 페이지들 속에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아마 그 페이지들이 지니고 있는 그 폭로의 순간에 연결되어 있었을 것이다. 1933년 5월 30일, 그의 저서 전체의 배열이 어떠해야 하는지 지정할 때, 그는 파리에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필요한 조치를 이미 오래전부터 취해 놓은 상태였다. (13쪽)

    두 문장의 미세하지만 엄청난 차이 속에서 루셀에게 가장 친숙한 형상들이 탄생하게 된다. 요컨대 감금과 석방, 이국적 풍경과 암호문, 언어에 의한 고문과 바로 그 동일한 언어에 의한 구원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말의 지상권이 있다. 이 단어들의 수수께끼는 무언의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이를테면 문장이 재구성되려 하는 곳에서 아연실색한 손님들이 일종의 론도를 추듯 당구대 주위를 도는 장면처럼 말이다. (26쪽)

    낱말들 사이사이의 간극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풍요로움의 원천이 된다. 비야르(billard)라는 첫 번째 영역을 벗어나 유도장(誘導場, champ inducteur) 안으로 다른 그룹들이 들어가게 하자. 기법이라는 이 기계장치는 그것들을 무작위로, 그리고 그것들이 나타나는 대로, 동일한 방식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요컨대 기법이라는 기계장치는 형태의 단일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안에서 두 이질적인 어의를 출현시키기 위해, 그것들 깊숙이 칼을 밀어 넣을 것이다. 이 기원이 되는 새로운 동형이의 쌍들은 때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갖고 있다. (58쪽)

    이 모든 아름다운 공중의 기계들, 그러니까 크리스털이 있고, 물갈퀴들도 있고, 날으는 달구도 있고,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 독수리와 어린이, 기억의 종려나무, 불꽃놀이, 빛나는 포도알들, 조각된 수증기들, 금속성 이리젤[상상 속의 새], 쌍둥이 곡예사의 공들,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기계가 있는데, 그것들은 그것들에 고유한 주기에 따라 지상에 내려앉게 될 것이다. 그 기계들은 거기[지상]서 광산의 불타오르는 혼란이 아니라, 캉트렐이 자신의 낱말들을 보관하는 곳과 같은, 정연하고 차가운 정원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109쪽)

    변신과 관련된 전설들의 오래된 구조가 여기서 전복된다. 보상이나 위로의 달콤함, 정의로운 처벌, 전통적인 이야기들에서 발견되는 그런 응보는 모두 소실되고, 그 어떤 교훈도 수반하지 않는 존재들 간의 결합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그저 사물들의 단순한 충돌이 있을 뿐이다. 전설 속에서라면 불구자는 체념 덕분에 치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루셀의 이야기에서 불구자는, 피아노 건반 위에서 춤추는 절단된 거대 손가락처럼, 악기들 위에서 튀어 오르고 파묻히는 사지 없는 남자가 된다.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아이[동물과 교감하는, 동화 속 백설공주의 이미지]는 여기서, 연체동물들에게 자신의 초록색 핏덩이를 주는, 강경증을 앓는 청년이 된다. (125쪽)

    가시적인 것 고유의 수수께끼(그 가시적인 것을 근본적으로 비가시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우리가 그것 자체에 의거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이 규정하거나 허용하는 이 거리의 깊이에 의거해 말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우리가 그 절차에 대해, 그리고 그 기호 아래 놓인 모든 언어에 대해 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에게 기호를 갖지 않은 것을 해독할 열쇠 노릇을 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그것의 멀리 떨어져 있음 자체를 통해 어떤 공간을 열어 줄 것이다. (151쪽)

    잠시 또 다른 수수께끼에 감탄해 보자. 루셀은 『새로운 아프리카의 인상』 시행(vers) 한 줄마다 평균 15시간씩 작업했다고 계산했다. 시의 변재(邊材)에 새겨지는 새로운 원 하나하나가 전체의 재조정을 요구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는 쉽게 이해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 시스템은 가장 최근에 생겨난 것이 가장 내밀한 곳에 자리 잡는 이 원형적 식물 증식의 중심이 확정되고 나서야 비로소 평형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내적 성장은 그 매번의 밀어 올림 속에서 자신이 팽창시키는 언어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각각의 시행을 발명하는 일은 곧 전체의 파괴였고, 그것을 재건하라는 명령이었다. (189쪽)

    목차

    1. 문턱과 열쇠 9
    2. 당구대의 쿠션 25
    3. 각운과 이성 47
    4. 새벽/물갈퀴, 광산, 크리스탈 75
    5. 변신과 수수께끼 111
    6. 사물들의 표면 143
    7. 텅 빈 렌즈 179
    8. 유폐된 태양 223

    해설-피에르 마슈레 241푸코/루셀/푸코 243
    1963년의 미셸 푸코 245
    문학의 경험 249
    레몽 루셀의 다양한 면모 255
    언어의 작용들[유희들] 262

    역자 해제-오트르망 269작품의 위상: 1963년의 푸코와 루셀 271
    레몽 루셀의 생애와 작품 281
    각 장의 구조와 핵심 논지 285
    루셀을 둘러싼 지적 계보와 이론적 성좌 297
    맺음말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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