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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1년 전 살인 사건을 두고 순서대로 증언을 들어볼까.”
일본 미스터리 레전드 니시무라 교타로는 대개 『침대특급 살인 사건』과 같은 트래블 미스터리, 혹은 ‘도쓰가와 경부 시리즈’와 함께 거론되곤 한다. 실제로 그는 철도와 시각표, 여행지, 교통수단 등을 활용한 작품으로 트래블 미스터리라는 일본 대중 미스터리의 한 형식을 만들어낸 작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세계를 전부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는 데뷔 초부터 사회파 미스터리와 본격 미스터리를 횡단하며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그가 시도한 여러 실험적 작품 가운데 『7인의 증인』은 특히 본격 미스터리의 순수한 논리와 사회파 미스터리의 문제의식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 작품이다.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한 남자가 정신을 잃고 이름도 위치도 전혀 알 수 없는 외딴섬에서 깨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방은 바다에 지나다니는 배도 없으며 외부와 연락할 방법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벌판 한가운데에 누군가 일부러 조성해놓은 듯한 거리가 있다. 마치 영화세트장 같은 그곳은 1년 전 살인 사건이 벌어진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곳이다. 그곳에 끌려온 사람은 바로 경시청의 도쓰가와 경부와 과거 사건의 증인인 남녀 일곱 명이다. 그 와중에 한 노인이 엽총을 들고 나타나 그들에게 말한다. 살인범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외아들이 감옥에서 병사했으며, 자신은 그런 아들의 무죄를 증명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일곱 명의 증인에게 1년 전 그날의 증언을 지금 여기 이곳에서 다시 한번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증인 일곱 명의 증언을 한 명씩 되짚어가는 방식으로 작품은 전개된다.
이미 재판이 끝났고 범인도 정해지고 사회가 결론을 내린 사건이 무인도 위에서 다시 재조명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진범은 따로 있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다. 핵심은 법정에서 오고 간 증인들의 증언은 정말 과연 진실 그 자체인가, 아니면 각자가 기억하고 싶어 하는, 왜곡된 사실의 조각인가, 이다. 이렇듯 각자의 발언은 다시금 복원되고 대조되고 비교되고 모순점이 드러나고 논리가 무너지고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게 한다. 단순한 의도를 가진 거짓말이라고 볼 수 없는, 각자의 기억에 편할 대로 입력된 사건과 관련한 장면들이 한 사람을 범인으로 내모는 데 일조할 수도 있다.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발언되고 수용되는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사실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 벌어지는 새로운 살인 사건은 작품의 미스터리적 요소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렇게 사적인 재심이 진행되는 과정을 독자 여러분께서도 즐겨보시기를 바란다.
“이 섬을 나가고 싶다면 여기서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해.
그것도 감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로.”
클래식 미스터리의 레전드! 니시무라 교타로는 1930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립 전기공업학교를 졸업한 후 11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퇴직 후 사립탐정, 경비원, 세일즈맨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현상 공모에 도전한 끝에 1963년 단편 『일그러진 아침』으로 제2회 올읽기물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고 1965년 『천사의 상흔』으로 제1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지위를 확립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질 낮은 사회파 소설이 난립함으로써 일본에서 사회파 미스터리를 위시한 추리소설 붐이 차차 가라앉는 시기였던 1960년 중반에 어렵게 데뷔했다. 이렇듯 초반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이후 논리를 중시한 본격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의 요소를 훌륭하게 융합한 작품을 내놓기 시작하며 70년대부터 서서히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렇게 작가로의 입지를 확보한 후, 니시무라 교타로는 2021년까지 출간 작품 수 약 700편, 누적 발행 부수 2억 부가 넘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 중의 거장이다. 그는 1961년 단편 『검은 기억』으로 데뷔 후 2022년 3월 92세로 별세하기 전까지 백 엔짜리 볼펜으로 특별 주문한 400자 원고지를 하루에 20장씩 쓰며 정력적으로 집필 활동을 계속했던 ‘국민 작가’라는 수식어가 식상할 정도며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리빙 레전드’라 부를 만하다.
실제로 아야츠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수많은 유명 중견 미스터리 작가들이 교타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으며, 특히 1978년작 『침대특급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하는 그의 ‘트래블 미스터리’ 시리즈는 향수를 자극하는 일본 명소들을 아름답게 묘사할 뿐 아니라 열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활용해 참신한 트릭을 선보였다.
이러한 작가는 2017년 출간한 작품이 600편이 넘을 시점에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출간해 도쿄의 대형 전파탑인 스카이트리의 높이(634미터)를 넘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2021년 출간 작품 수 680편을 넘기며 작가의 목표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2019년에는 대표작인 ‘도쓰가와 경부 시리즈’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고상’을 수상하며 또다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니시무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0년 정도 됐지만 아직도 마음은 신인과 같다. 집필 속도가 늦어지면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이 든다. 앞으로도 펜을 놓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
집필을 향한 니시무라 교타로의 포부가 잘 느껴지는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읽을 수는 없게 된 것이 애석하지만, 이미 680편이 넘는 작품이 선물처럼 남아 있다. 그중 옥석 같은 작품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니 독자 여러분께서도 흐뭇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주시기를 바란다.

아사히신문 장학생으로 유학, 학업을 마친 뒤에도 일본에 남아 게임 기획자, 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귀국 후에는 여러 분야의 재미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오사키 유고의 『체육관의 살인』 시리즈를 비롯해 니시무라 교타로의 『살인의 쌍곡선』, 우타노 쇼고의 『디렉터스 컷』, 아키요시 리카코의 『성모』, 미쓰다 신조의 『붉은 눈』, 시즈쿠이 슈스케의 『염원』, 오츠이치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이노우에 마기의 『아리아드네의 목소리』, 나카야마 시치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아오야기 아이토의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후루타 덴의 『거짓의 봄』, 미키 아키코의 『기만의 살의』, 우사미 마코토의 『어리석은 자의 독』, 오승호(고 가쓰히로)의 『도덕의 시간』 『스완』 『폭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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