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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있나요

    거기 있나요

    • 정하정 저
    • 나무향
    • 2026년 10월 30일
    • 정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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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24078228 196쪽 14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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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정의 두 번째 수필집 《거기 있나요》는 삶의 익숙한 풍경 속에서 사랑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흔적에 조용히 말을 건네는 마흔 편의 이야기다.
    서로 마주 보면서도 닿지 못하는 두 석불에게서 오래된 사랑의 형상을 읽고, 장호원 장에서 산
    두부 한 모에서 아버지와의 뜻밖의 상봉을 경험한다. 어머니가 남긴 두루주머니 속 낡은 지폐는
    차마 꺼내 쓸 수 없는 마지막 용돈이 되고, 먼저 떠난 남편의 무덤 곁에서 농사를 짓는 여인의
    일상은 슬픔을 건너가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손에 잡히는 사물과 구체적인 삶의 장
    면을 통해 부재가 어떻게 우리 곁에 머무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책은 ';거기 있나요';, ';어머니의 두루주머니';, ';기억과 알고리즘 사이';, ';여린 것들의 노래';의 네 부로
    펼쳐진다. 가족의 기억에서 출발한 시선은 기억을 잃어가는 벗과 저마다의 사정으로 자신을 감싼
    사람들, 물길과 숲의 작은 생명들에게로 넓어진다. 누구나 자신의 계절을 입고 살아간다는 이해
    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순리를 돌아보는 성찰이 그 여정을 받친다.
    이 책의 문장에는 애틋함과 함께 생활의 유머가 살아 있다. 자동차에 내려앉은 벌과 새의 배설물
    을 ';제철 그림';으로 바라보는 익살은 고단한 일상에도 웃음의 자리를 마련한다. 깊은 상실을 이야
    기하면서도 삶의 온기를 놓치지 않는 태도는 이 수필집의 소중한 매력이다.
    《거기 있나요》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얼굴과 풍경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닿지 못해도
    이어지는 마음, 잊혀가는 순간에도 남는 존엄, 어둠 속에서 더욱 또렷해지는 여린 소리들을 들려
    준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독자도 마음속 누군가에게 조용히 안부를 묻게 될 것이다. \"거기 있나
    요.\"

    출판사 리뷰

    정하정의 수필집 《거기 있나요》를 관통하는 정서는 부재를 향한 응답의 의지다. 표제의 물음은 떠난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시에, 남아 있는 사람이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 된다. 작가는 사라진 이를 과거에 가두지 않고 현재의 생활 속으로 불러들인다. 이 책에서 기억은 지나간 일을 보관하는 창고라기보다 오늘의 삶을 움직이는 힘에 가깝다.
    그 힘은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드러난다. 장호원 장의 두부 한 모는 아버지와 다시 만나는 매개가 되고, 어머니의 두루주머니에 남은 지폐는 화폐의 쓰임을 넘어 사랑의 유품이 된다. 특히 지폐의 크기와 종이의 냄새, 빳빳해진 감촉을 짚는 대목은 추상적인 그리움에 감각의 몸을 입힌다. 사물의 세부에서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리는 이러한 방식은 이 수필집의 중요한 미덕이다.
    표제작의 두 석불은 책 전체의 관계 의식을 압축한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닿지 못하는 존재들의 형상에서 작가는 거리와 사랑의 역설을 발견한다. 남편의 봉분 아래에서 농사를 지으며 말을 건네는 여인의 모습도 이와 맞닿는다. 응답이 들리지 않는 자리에서도 안부를 묻는 행위는 지속된다. 이 책의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거나 만남을 완성하는 일보다, 상대가 있던 자리를 오래 지키는 태도로 나타난다.
    그 시선은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타인과 자연으로 확장된다. 기억을 잃어가는 벗의 존엄을 염려하고,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에게서 자신을 지키려는 사정을 읽는다. 물길을 막은 삶터와 어둠 속 풀벌레의 소리까지 살피는 감수성은 인간의 편의에 가려진 존재들을 돌아보게 한다. 여기에 자동차 위 배설물을 그림으로 보는 익살이 더해져, 상실의 정서에 치우칠 수 있는 책에 생동감을 보탠다.
    《거기 있나요》의 가치는 분명하다. 사라짐을 바라보면서도 관계의 책임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하정의 문장은 떠난 이와 여린 존재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 조용한 환대 속에서 독자는 자신의 기억을 만나고, 오래 미뤄둔 안부를 떠올리게 된다.
    -나무향

    저자 소개

    정하정

    본명 정연순.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를 졸업하고
    계간「선수필」 편집주간을 맡고 있으며
    <나무향> 출판사를 운영한다.
    수필집 《우산의 기울기》 《거기 있나요》

    책 속에서

    두 석불이 평생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물리적으로는 가까운 거리라 할지라도 서로의 마음이 닿지 않는다면 그 거리는 천릿길보다 멀다는 사실을 우리는 살아가며 뼈저리게 느끼지 않는가. 닭이 울면 다시 돌아가 제자리에 서야 하는 운명처럼, 늘 그렇게 가까운 듯 먼 사이로만 남는 사랑이 존재한다.
    서로를 향해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영원히 등을 돌리지 않은 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만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다가가 끌어안지 않아도, 손끝이 닿지 않아도, 그리움이 깊어 마음으로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그런 사랑이 있다. 평행선을 그리며 가는 두 사람처럼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고 그렇다고 더 멀어지지도 않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서로를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랑도 있다. 동고도리와 서고도리의 석불처럼, 닿지 못함 속에서 영원히 닿아 있는 사랑이 오히려 숭고해 보이기도 한다.
    -〈거기 있나요〉 중에서

    그래서인지, 그 장날 이후 장호원 장이 괜히 기다려졌다. 두부를 사러 간다기보다 그날처럼 또 한 번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 가게에서 두부를 사면 괜히 싱글벙글 웃음이 났다. 주차장으로 가면서 손에 쥔 비닐 봉투를 흔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고했다.
    “오늘도 여기서 만났네요, 아버지!”
    돌아가신 지 벌써 이십 년, 살아 계셨다면 백하고도 아홉 살이 되는 아버지다. 어쩌면 하늘에서 “쯧쯧, 요즘도 장에 나 보러 다니냐?” 하고 웃고 계실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두부 한 모 사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장호원 장에는 내가 가끔 당첨되는 나만의 아버지 상봉권이 있는 듯하다. 혹시 장호원 장날, 두부 한 모 들고 흐뭇하게 웃는 여자 하나 지나가거든, 그냥 속으로 한 번쯤 축하해주시라.
    ';오늘도 당첨되셨네요, 따님.'; 하면서 말이다.
    -〈장호원 장에서 아버지를 사왔다〉 중에서

    지독한 가난도, 고된 신세도 그들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지는 못했다. 재산이 많고 화려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아늑한 그늘이자 단단한 집이 되어주었다. 풍족함을 누리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보다, 땀방울을 나누며 생의 고단함을 묵묵히 보듬어 온 두 사람의 그 소박하고 곧은 사랑이 문득 부러워져 일손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본다. 세상 그 어떤 여인보다 더 아름다워 보인다.
    8년 전 아저씨가 세상을 떠난 뒤, 곁에 있던 커다란 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간 것 같은 홀로 됨을 받아들이는 데만 꼬박 5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를 땅에 묻고 돌아온 첫해에는 밥을 넘기기도 힘들었고, 문득 돌아본 방구석에 그의 냄새가 나지 않아 통곡하며 밤을 지새웠다는 것이다. 무너지려는 그 까마득한 절망을 붙잡아 준 것은 역설적이게도 아저씨가 묻혀 있는 바로 저 밭이었다. 이른 아침이면 혼자 밭으로 나와, 아저씨가 누워 있는 봉분 아래에 털썩 앉았다. 김을 매면서 “오늘 날씨가 참 좋다”, “올해 고추 농사는 어쩌면 좋겠냐?” 하고 소곤소곤 말을 건넸다. 비록 아무 대답을 들을 수 없었으나, 그렇게 묘 앞에 앉아 도란도란 안부를 전하며, 그녀는 비로소 길고 어두운 슬픔의 터널을 천천히 건너올 수 있었다.
    -〈저기 누워 잠든 사람아〉 중에서

    이제 그것은 어머니의 유산을 두루두루 담는 나의 두루주머니가 되었다. 그 안에는 만 원권 다섯 장, 천 원권 스물여덟 장의 지폐가 들어 있다. 어머니 시대에 쓰던 돈이어서 요즘 통용되는 지폐와는 크기가 다르다. 지금도 사용할 수는 있는 것이지만, 나는 꺼내 쓸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내게 주신 용돈 같아 그대로 두었다. 오래된 종이에서 풍기는 세월의 냄새, 습기가 말라 빳빳해진 종이의 감촉은 오일장에서 돌아와 돈을 세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머니의 두루주머니〉 중에서

    물이 내는 길은 언제나 가장 낮고 가장 자연스러운 순리를 향한다. 예전 어르신들은 “물길은 막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사람이 감히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저 흐름을 살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었으리라.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도랑을 메우고, 개울을 복개하며, 강줄기를 시멘트로 틀어막았다. 하늘이 문을 열자 물은 잃어버린 제 고향을 찾아 마당으로, 밭으로, 인간의 안방까지 흘러들었다. 물길을 지워버린 대가는 결국 삶터가 물밑에 잠기는 참담함으로 돌아왔다.
    읍내의 낮은 집들은 흙탕물에 잠겨 일상의 흔적들이 엉망이 되었다. 비가 그친 뒤의 수해 현장은 망연자실한 탄식으로 가득했다. 며칠을 물로 씻어내고 햇볕에 말려도, 한 번 들이친 물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기란 불가능했다. 세상에는 한 번의 세탁으로 깨끗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물은 세상의 더러움을 씻어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삶의 터전에 지워지지 않는 깊은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순리의 길 〉 중에서

    주말을 보내는 집에서 양봉 농장이 500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이곳 벌들이 주요 화가입니다. 봄이 되어 꽃이 피기 시작하면 이들은 꽃가루와 꿀을 따기 위해 비행을 시작합니다. 아카시아 꽃이 피면 뒤쪽 비봉산으로, 밤꽃이 피면 옆에 있는 밤나무 산으로 항로를 정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한곳으로 출동하여 꽃가루와 꿀을 채집하는데 대열에서 벗어난 벌들이 동네로 내려와 그림을 그립니다. 캔버스는 자동차, 물감은 그들의 배설물입니다. 땅에 그려봤자 보이지도 않으니 작정을 하고 차에만 뿌리는 듯, 하루만 주차해 놓아도 그림처럼 보입니다.
    공중 화가는 벌뿐만이 아닙니다. 벌들이 주로 사인펜으로 찍은 듯 작은 점에서부터 붓으로 찍은 듯한 큰 점까지 다양한 원들로 무늬를 만듭니다. 조금 두껍게 칠하기도 하고 가끔 선을 긋기도 합니다. 까마귀는 하얀색 커다란 점으로 강조를 할 줄 압니다. 아주 가끔 보라색을 띤 물감으로 덧칠을 하는 새도 있습니다. 바탕색이 다른 자동차 캔버스가 좋은지 모든 차에 일색의 그림을 그려놓습니다.
    -〈제철 그림〉 중에서

    동백은 소리 없이 떨어지는 꽃이다. 바람에 흩날리지도 않고, 그저 한순간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몸을 툭 내던지는 꽃이다. 지금 그녀가 그렇다. 시들지 않던 꽃이 갑자기 툭, 떨어져버린 느낌이다. 이 순간이 허무할 만큼 애닯다. 그녀의 머리와 가슴속 기억의 방들이 스위치를 내리듯 하나둘 꺼지고 있다. 이제 그 자리에 어둠이 차오를 것이다. 오늘도 늦은 저녁, 내일 만날 사람을 잊어버리고 두 번이나 내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나는 지금, 그녀와 같이 걸어온 추억의 길을 따라 걷는 중이다. 함께 공부하던 문화센터, 함께 먹던 점심, 함께 걷던 공원, 그녀가 알려준 특이했던 카페의 창가, 그 모든 장면들이 또렷해 가끔 현재와 과거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흔들린다. 인생은 원래 허무하다는 것을 알지만, 요즘 들어 그 무상함이 더 깊고 실감나게 다가온다. 그녀가 조금씩 사라져 간다는 사실 앞에서, 내 삶에서 의미를 짜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나의 동백이다. 떨어지면서도 마지막까지 품위를 잃지 않는 동백꽃처럼, 그녀도 끝까지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찬란한 슬픔〉 중에서

    우리도 껍데기를 입고 살아간다. 옷일 수도 있고, 말투일 수도 있고, 체면이나 고정된 역할일 수도 있다. 그 껍데기를 두르고 자기를 감추며, 세상의 냉기를 견뎌낸다. 희철이도, 새디도, 그리고 그 여름날 파카를 입고 서 있던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그렇게, 자신을 지키기 위한 껍데기를 입은 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나보다 먼저 세상의 차가움을 배운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감히 누구의 껍데기를 향해 더럽다, 낡았다,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계절을 입고 살아갈 테니.
    -〈계절이 바뀌지 않는 사람〉 중에서

    산에서는 해가 빨리 기운다. 서산 하늘이 붉게 물들면 감나무 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이 금빛으로 반짝인다. 서산 아래 산소 주변의 들꽃들도 따뜻한 빛을 머금는다. 그것도 잠시, 햇빛이 사라지며 어둠이 몰려온다. 그래도 여름밤의 어둠은 서서히 온다. 그러다 빛이 없어지면 모든 것을 잠식해 버려 보이지 않는다. 사물은 빛과 촉감이 만드는 것임을 그때 느낀다. 밤이 이울면, 윗산에서 꿩이 푸드득 날아오르고, 검은등뻐꾸기의 구슬픈 울음도 들린다.
    풀벌레들이 조용한 연주를 시작한다. 힘겨운 삶의 합창처럼 구슬프다. 별빛 아래서 감나무와 밤나무는 작은 속삭임을 만든다. 그 소리마저 어둠 속에서는 또렷하게 들린다.
    -〈여린 것들의 노래〉 중에서

    목차

    1. 거기 있나요
    거기 있나요
    장호원 장에서 아버지를 사왔다
    저기 누워 잠든 사람아
    나의 마들렌, 열여섯의 해후
    떨어지지 않는 꽃
    길 위의 선율
    한밤의 러브콜
    햇살, 그 무례한 침범
    보이지 않는 가시
    36년의 점묘화

    2. 어머니의 두루주머니
    갈맷빛 도둑
    어머니들의 지정석
    어머니의 두루주머니
    끈
    피돌음
    오빠의 숲
    낡고 스러져가는 것들의 흔적
    순리의 길
    제철 그림
    연노랑 바다

    3. 기억과 알고리즘 사이
    찬란한 슬픔
    계절이 바뀌지 않는 사람
    말없이도 보이는
    한때, 길을 잃었습니다
    빨래가 마르는 풍경
    한 장의 시간
    기억과 알고리즘 사이
    흔들려도 괜찮아
    좋은 게 좋은 거야
    뒤틀린 시간

    4. 여린 것들의 노래
    여린 것들의 노래
    시간 너머 사랑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가장 눈부신 이별의 방식
    낡은 배 두 척
    5분만 더 주세요
    세 번의 소풍
    문 닫는 날
    시간의 소리
    횡단보도 위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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