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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칸반도, 막이 오른다

    발칸반도, 막이 오른다

    • 김주연 저
    • (주)파롤앤
    • 2026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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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4428107 192쪽 14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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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무대, 발칸반도 문화기행
    연극과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유럽의 화약고’라는 편견에 가려져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발칸반도 12개 도시를 직접 찾아 그 여정을 문학·전설·역사·예술로 깊이 있게 담아냈다. 이 땅을 역사의 극적인 장면들이 펼쳐진 거대한 무대로 바라보며, 느긋하게 삶을 받아들이는 현지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숨 쉬고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저마다 지닌 다채로운 얼굴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출판사 리뷰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유럽의 화약고’라는 발칸반도의 국가들. 유럽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서유럽과 동유럽, 이렇게 두 개의 세계로 나누어 생각한다. 파리, 로마, 프라하, 부다페스트는 이제 낯설지 않은 이름이 되었지만, 그 두 세계 사이에 끼어 있는 이들 나라는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지도 위 빈칸으로 남아 있다. 오스트리아 남동쪽에서 그리스 북쪽까지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와 나란히 있지만, 전쟁과 분쟁 뉴스로만 기억해 온 탓에 발칸은 가까이하기엔 위험하고 이해하기엔 복잡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
    연극과 문학을 전공한 저자에게 세상은 풍경보다 장면으로, 지리보다 서사로 다가온다. 발칸은 역사의 극적인 장면들이 펼쳐진 하나의 거대한 무대이다. 동방과 서방, 기독교와 이슬람, 제국과 민족이 수천 년 동안 부딪히고 스며든 이 땅의 도시들엔 저마다 수많은 사연이 새겨져 있다. 왕조의 비극이 서린 성채, 내전의 상처를 간직한 거리, 제국의 흔적 위에 다시 일어선 광장에는 갈등과 화해, 몰락과 재생의 드라마가 겹겹이 쌓여 있다. 저자는 무대 위에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불러내 한 편의 공연을 펼치듯 생생하게 전한다. 발칸의 뜨겁고 거친 길 위에서 직접 길어 올린 것들이다. 험한 산길을 낡은 버스로 넘고, 현지 친구들과 골목을 누비며, 극장과 박물관, 서점과 기념비 앞에서 마주친 장면들이 문학과 전설, 역사와 예술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이제 발칸은 책상 위에서 정리한 정보로 요약된 여행지가 아니라, 숨 쉬고 기억하며 변화하는 사람들의 땅으로 다가온다.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마리보르, 로비니, 풀라, 베오그라드, 노비사드, 사라예보, 코토르, 부드바, 체티네, 포드고리차, 티라나, 오흐리드, 스코페, 소피아, 플로브디프 이렇게 12개 도시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이보 안드리치 등 예술과 문화의 흔적을 찾아 따라가고, 사람들 손에 끌려 전통 춤을 추며 서두르지 않고, 굳이 애쓰지 않으며, 지금의 시간을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 ‘아이략’을 배우다 보면, 우리가 ‘발칸’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 온 나라들이 저마다 얼마나 다른 역사와 얼굴을 지녔는지 놀라게 된다. 멀고 낯선 변방이던 발칸이 유럽을,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계를 새롭게 보게 하는 창이 된다.
    무대에 조명이 켜진다. 발칸의 막이 오른다.

    저자 소개

    김주연

    대학과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공연예술전문지인 월간 『객석』에서 6년간 연극 기자로 일했다. 이후 연극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남산예술센터에서 국내 최초의 극장 드라마터그를 역임했다. 현재 청주대학교 연극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공연예술과 문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페테르부르크, 막이 오른다』, 『슬라브, 막이 오른다』(2022년 세종도서 교양도서), 『중앙아시아, 막이 오른다』(2024년 중소출판사 제작 지원)가 있다.

    책 속에서

    발칸이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연극을 전공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연극을 공부한 내게 세상은 종종 풍경보다 장면으로, 지리보다 서사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발칸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무대다. 험한 지형 속에서 수많은 이민족의 침입과 약탈을 견디며 자리 잡은 발칸의 민족들은 그 어느 곳보다 강하고, 뜨거운 피를 품고 있다. 로마와 비잔티움의 유산, 슬라브족의 이주, 오스만 제국과 합스부르크 제국의 통치가 뒤섞이며 만들어 낸 종교와 문화의 긴장은, 마치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의 파노라마처럼 역동적인 모자이크를 그려 낸다.(10쪽)

    이보 안드리치는 내가 제일 처음 접한 발칸의 작가이자, 오래도록 동경해 온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대표작 『드리나 강의 다리』를 통해 피눈물 나는 발칸의 400년 역사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고, 단편집 『저주받은 안뜰』을 읽으며 동양과 서양, 이슬람과 기독교라는 이질적인 두 세계가 공존하는 보스니아의 다채로운 문화에 매료됐다. (…) 안드리치는 평생 유고슬라비아의 작가로 살다 세상을 떠났지만, 보스니아는 그에게 단순한 고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노벨문학상 상금 대부분을 보스니아의 도서관 확충과 도서 구입을 위해 기부했을 만큼 이 땅을 깊이 사랑한 인물이었다. 그에게 보스니아는 동서양의 문명이 격렬하게 충돌하면서도 기묘하게 얽혀 있는 세계의 축소판이었고, 그는 평생에 걸쳐 그 균열을 ‘문학’이라는 다리로 잇고자 했다.(70~71쪽)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알바니아라는 나라가 까닭 없이 궁금해지고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묘하게 눈길을 잡아끄는 제목 때문에 집어 든 『부서진 사월』은 알바니아 북부 고원지대를 배경으로 전통 관습법 ‘카눈’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그린 소설이었다. 황량하고 음산한 풍경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삶과 죽음의 처절하고 숨 막히는 순간들이 이어지는데, 불타는 얼음처럼 차갑고 또 뜨겁게 이어지는 작가의 문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117~118쪽)

    때로는 영화나 사진에서 본 풍경 하나가 가슴 깊숙이 박혀서,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곳으로 향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내게는 북마케도니아 오흐리드의 한 성당이 그랬다. 대학 시절, 집 근처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본 〈비포 더 레인〉이란 영화가 있었다. (…) 당시로선 이름도 낯선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를 배경으로, 발칸의 민족 갈등을 순환적 구조와 시적인 영상을 통해 그려 낸 고요하고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스무살 초반, 아직 발칸이라는 말도 모르던 시절에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에도 묘하게 마음을 파고들었던 풍경이 있었다. 바로 첫 번째 에피소드 ‘말(Words)’의 배경으로 나온 한 수도원이었다. 새파란 호수를 배경으로, 섬처럼 고립된 절벽 위에 세워진 붉은 수도원 전경은 ‘세상에 저런 그림 같은 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후에 그 수도원이 ‘마케도니아 오흐리드’란 곳에 있다는 정보까지는 입수했다.(133~134쪽)

    불가리아가 중세 발칸의 정신적 지주이자 슬라브 문화의 뿌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키릴 문자’의 힘이 컸다. 키릴 문자로 기록된 성경과 전례는 불가리아인과 슬라브 민족의 영혼을 단단하게 묶어 주었고, 덕분에 그들은 기나긴 이민족의 통치 속에서도 자신들이 누구인지 잊지 않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러시아어를 배웠는데도 그 모태가 되는 키릴 문자의 고향이 이곳 불가리아였다는 사실을 이곳에 와서야 깨달았다. (…) 시내 중심에 있는 소피아 국립도서관 앞에는 성 키릴과 메토디우스 동상이 서 있고, 그 옆에 키릴 문자의 ‘ABC’라 할 수 있는 ‘АБВ’ 조형물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었다. 새삼 소피아가 단지 한 나라의 수도가 아니라, 슬라브 세계의 언어와 신앙을 꽃피운 정신적 요람임을 깨닫게 된다.(165쪽)

    불가리아 제2의 도시 플로브디프로 향했다. 플로브디프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고대 트라키아와 로마 유적, 오스만 제국의 유산과 불가리아 근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몸에 새기고 있는 곳이다. 2019년에는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되었을 만큼 문화적 자부심도 크다. 도심에서 올드 타운으로 이어지는 자갈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각기 다른 시대의 유산들을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182쪽)

    발칸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였던 플로브디프는 겹겹이 쌓인 시간 위에서 조용히 삶을 이어 가는 도시였다. 로마 극장과 오스만의 흔적, 불가리아 민족국가의 기억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은 채 같은 언덕 위에 나란히 존재하는 곳. 이 도시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굳이 구분되지 않은 채 함께 숨 쉬고 있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그런 시간의 중첩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만든 공연이었다. 예수와 유다가 살았던 시대의 극장에서 울려 퍼진 전자 기타와 드럼, 그리고 배우의 목소리는 역사와 예술이 하나로 겹쳐지는 압축적인 순간을 선사했다. 하나의 도시가 무대가 되고, 그 위에 쌓인 시간과 삶이 공연처럼 펼쳐지는 곳. 그런 의미에서 플로브디프는 ‘발칸반도, 막이 오른다’의 마지막 장면을 마무리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도시였다.(190~191쪽)

    목차

    프롤로그: 발칸이라는 거대한 무대
    1. 슬로베니아 최고의 노을 맛집: 마리보르
    2.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 사이: 로비니와 풀라
    3. 피로 얼룩진 두 왕조 이야기: 베오그라드
    4. 한없이 유럽에 가까운 세르비아: 노비사드
    5. 내전 이후 30년, 보스니아의 오늘: 사라예보
    6. 아드리아해의 찬란한 보석함: 코토르와 부드바
    7. 몬테네그로의 영혼을 찾아서: 체티네와 포드고리차
    8. 베일에 싸인 나라 알바니아: 티라나
    9. 호수 위 침묵의 수도원: 오흐리드
    10. 북마케도니아의 불사조 도시: 스코페
    11. 불가리아의 고요한 심장: 소피아
    12. 겹겹이 쌓인 시간의 지층: 플로브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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