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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디지털
우리는 기술의 설계 안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설계가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플랫폼과 알고리즘이 일상적인 환경이 된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 물음을 따라가다 생태학의 시선과 만나게 되었다. 생태학은 하나의 존재를 그것만으로 바라보지 않고, 서로 다른 존재와 환경이 맺는 관계와 흐름을 살핀다. 인공자연 역시 개별 기술의 기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플랫폼과 알고리즘, 데이터와 인터페이스, 인간의 선택과 사회적 규범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환경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에코(Eco)’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왔다. 디지털을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 관계와 환경의 문제로 보자는 뜻이다. 에코 디지털(Eco-Digital)은 인공자연을 생태학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기술의 성능이나 편리함만을 보는 대신, 그 기술이 어떤 물질과 에너지에 의존하고 어떤 정보를 배열하며, 인간의 감각과 판단, 타인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하나의 연결된 환경 안에서 살펴보려는 시선이다.
전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1990년대 ‘사이버문학 연구’에서 출발해 2000년대 ‘디지털 스토리텔링’과 ‘인문공학’을 거쳐, 현재는 ‘기술생성시대의 매체미학’과 ‘인공자연 존재론’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 왔다.
AI와 알고리즘, 데이터와 플랫폼은 이제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도구를 넘어 삶의 환경이 되었다. 그는 이 변화를 ‘에코 디지털’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기술이 만든 환경 속에서 인간의 감각과 판단, 관계와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묻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술과 인문학, 인간과 비인간, 디지털 환경과 생태윤리 사이를 가로지르며, 기술문명을 해석하고 다시 설계하는 원천기술로서 인문학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배경이 되었다. 이를 위해 인공자연의 존재론을 정립하고, 기계세의 생태적·사회적 조건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인문공학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사업(HUSS) ‘지역 컨소시엄’ 사업단장을 맡아 지역과 디지털, 인문학을 연결하는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사이버문학의 도전』, 『문학, 그 이상의 문학』, 『온라인게임스토리텔링의 서사시학』, 『정보지식화사회와 인문공학』 등이 있으며, 공저로 『불길하면서도 매혹적인 ChatGPT와 메타버스』를 출판하였다.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는 이 구성 원소들이 겹겹이 얽혀 만들어내는 환경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플랫폼을 설계하는 개발자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 사용자의 행동을 데이터로 기록하는 시스템, 그 데이터를 이용해 다시 정보의 배열을 조정하는 알고리즘과 추천 시스템이 하나의 관계망 안에서 작동한다. 인간이 기술을 만들지만 기술 역시 인간이 무엇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에 영향을 미치며, 변화한 인간의 행동은 다시 기술의 작동과 설계에 반영된다.
이 책은 바로 이 관계와 구조, 그 안에서 발생하는 편향과 권력, 그리고 다시 관계를 조정하고 복원할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다. 화면 뒤에 감춰진 설계를 드러내고, 우리가 매일 접하는 알림과 추천, 피드와 플랫폼이 어떻게 인식과 욕망, 관계와 행동의 조건을 구성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그것을 드러내는 일은 기술을 거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술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인공자연은 이미 우리의 생활환경이 되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이 환경이 어떤 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프롤로그 | ‘인공자연’이라는 환경, 그리고 ‘에코 디지털’
새로운 일상: 자연스러움이 된 기술
자유의 아이러니: 편리함이 환경이 될 때
에코 디지털: 인공자연을 바라보는 생태학적 시선
인공자연을 다시 설계하는 일
제1부 우리는 이미 인공자연 안에 살고 있다
1장. 인공자연이란 무엇인가
서막: 두 번째 창세기, 인간이 만든 에덴
새로운 창조서사: 설계자가 된 인간의 책임
인공자연의 탄생: 기계세가 연 문
2장. 인공자연의 기층 네 원소
인공자연을 작동시키는 네 원리
정보: 차이가 자라는 디지털 토양
알고리즘: 정보의 흐름을 설계하는 강
사용자환경: 보이지 않는 디지털 대기
사용자경험: 감각과 욕망을 움직이는 불
네 원소의 순환: 조화와 갈등의 생태학
3장. 기술의 기원과 생태적 진화
기술의 기원: 자연을 바꾸는 첫 번째 손짓
기계의 시대: 자연의 힘을 증폭하다
디지털의 탄생: 세계를 계산 가능한 기호로 번역하다
인터넷: 고립된 섬들이 생태계가 되다
플랫폼의 시대: 열린 웹에서 설계된 생태계로
데이터의 발견: 인간의 행동이 연료가 되다
생태적 진화: 도구가 환경이 되는 문법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환경이 된 기술 앞에서
4장. 창조서사와 금단의 열매
아담과 이브: 창조주가 된 피조물
선악과: 지식이 열어 놓은 가능성과 책임
뱀의 속삭임: 지식의 확장과 판단의 위임
금단의 열매: 작동적 자율성과 인간의 자리
기계세의 시간성: 선점된 미래와 닫혀 가는 가능성
창조의 거울: 인간이 만든 세계가 인간을 다시 만들다
창조의 순환: 인간이 만든 세계가 인간을 다시 빚다
창조자에서 되창조된 존재로: 기술에 의해 다시 쓰이는 인간
포스트에덴의 문턱: 인간 이후의 공존을 향하여
제2부 인공자연 생태계의 불편한 진실
1장. 공정함 뒤에 숨은 편향
알고리즘은 어떻게 편향을 학습하는가
책임의 공백: 편향은 누구의 잘못인가
인공지능의 공정성은 가능한가: 공정을 함께 구성하는 조건
2장. 편리함이 만든 투명한 감옥
포옹의 이면: 친밀성은 어떻게 감시가 되는가
데이터는 어떻게 나를 추적하는가: 몸과 마음의 알고리즘화
감시를 소비하는 시대: 자기노출과 디지털 푸코주의
3장. 익명성·고립·혐오의 디지털 구조
가면의 기원: 익명성은 어떻게 책임과 분리되는가
연결의 역설: 관계가 많아질수록 왜 외로워지는가
필터버블과 에코챔버: 닫힌 정보 세계의 탄생
집단 폭력과 혐오의 사회화: 정의의 이름으로 완성되는 야만
4장. 플랫폼 권력과 디지털 불평등
권력의 얼굴이 바뀌었다: 플랫폼은 어떻게 인프라가 되었는가
가시성의 정치: 국경을 넘는 플랫폼 권력
디지털 불평등의 해부: 접속 이후의 계급 구조
플랫폼 안의 인간: 연결과 소외 사이
제3부 에코 디지털, 인공자연의 생태학적 복원
1장. 인공자연의 물질성과 생태 비용
클라우드 아래의 지구: 보이지 않는 인공자연의 몸
인공지능의 대사: 데이터 아래 흐르는 물질과 에너지
편리함의 잔여물: 축적되는 데이터와 버려지는 기계
편리함의 비용: 생태적 불평등과 외주화
2장. 디지털 생태학의 조건
에코 디지털에서 디지털 생태학으로
관계성: 인공자연은 홀로 작동하지 않는다
흐르는 정보: 순환과 다양성의 조건
효율의 경계: 기술의 리듬과 인간의 자율성
복원력: 스스로 수정하는 인공자연
3장. 느림·침묵·불투명성의 권리
반응의 과잉: 감각을 소진시키는 정보 환경
느림의 권리: 사유의 시간을 되찾다
침묵의 권리: 응답하지 않을 자유
불투명성의 권리: 데이터화되지 않을 자유
감각의 자율성: 반응하는 사용자에서 감응하는 주체로
4장. 에코 디지털 디자인
사용자라는 인간: 편리함이 만든 표준화된 존재
편리함의 역설: UX가 지워버린 감각과 선택
사용자를 넘어 공존자로: UX에서 공존경험으로
권리를 품은 디자인: 느림·침묵·불투명성의 구현
데이터의 공공성: 소유에서 공동관리로
에필로그 | 인공자연의 진화, 인문학이 원천기술이다
기술적 야만의 시대
인공자연을 다시 보는 법
인문학은 왜 원천기술인가
방향을 묻는 기술
인공자연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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