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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21)
전하영, 김멜라, 김지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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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 최은미, 김금희 외
10,800원
40만 독자가 선택한 오늘의 작가
『혼모노』 성해나의 다음 챕터, 무제 듣는 소설!
★황정민, 서현진, 침착맨, 서현철, 김준, 박명신, 이동휘, 문혜인
고아성, 권해효, 송인성, 조현철, 박정민, 정재형, 김민수 참여★
최근 한국문학 독자에게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 성해나의 새로운 장편소설 『일일 반출록』이 무제의 두 번째 듣는 소설로 출간되었다. 성해나는 그간 통념을 뒤흔드는 문제의식과 대담한 사유, 익숙한 감각에 균열을 내는 서사로 한국사회의 세태 면면을 그려내 독자적인 소설세계를 구축해왔다.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문학동네 2022)에서 신인답지 않은 능란한 솜씨로 동시대의 경계와 대립, 소통과 이해의 풍경을 묘파해낸 그는, 두 번째 소설집 『혼모노』(창비 2025)에 이르러 한층 더 탄탄하고 강력해진 서사 속에서 인물과 소재를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역량을 선보이며 자신의 소설쓰기에 한계가 없음을 증명했다. 이어 기담집 『인비인』(한겨레출판 2026)에서는 낯설고 기이한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인간이라는 존재의 심연을 서늘하게 포착했다. 매 작품 얼굴을 갈아 끼우듯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는 수많은 독자의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내며 서점가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평단의 주목과 인정 역시 꾸준히 이어졌다.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신동엽문학상 등 성해나에게 주어진 다수의 문학상은 그가 지금 한국문학에서 가장 뜨겁게 호명되는 소설가임을 증명한다.
이렇듯 이례적인 관심 속에서 성해나가 새로이 선보이는 장편소설 『일일 반출록』은 배우 박정민이 “뛰어난 연기력”이라고 칭한 작가의 특장이 여실히 발휘된 작품이다. “실제로 그 인물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생각해낼 수 없는”(『혼모노』 추천사) 흡인력 넘치는 서사로 독자를 사로잡아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사별한 아내의 물건을 떠안은 채 과거에 머물러 있던 한 남자가 짐을 하나씩 비워내며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누군가 어렵사리 한 줄 한 줄 써나간 일기처럼 읽히는 이 소설은 상실에서 회복에 이르는 더없이 인간적인 시간을 독자 역시 살아내게 한다. ‘인간적인 것’에 대한 한층 더 밀도 높은 사유로 자신만의 휴먼 드라마를 완성한 것이다. 성해나의 다음 챕터라고 할 만한 이 소설의 오디오북에 배우 황정민, 서현진, 침착맨, 서현철, 김준, 박명신, 이동휘, 문혜인, 고아성, 권해효, 송인성, 조현철, 박정민, 정재형, 김민수가 기꺼이 목소리를 보태주었다. 저마다의 내력을 품은 소설 속 다채로운 인물들이 배우들의 열연으로 숨결을 얻어 더욱 생생한 캐릭터로 거듭난다. 『일일 반출록』의 오디오북은 국립장애인도서관 및 지역별 장애인도서관에 우선 기증되어 시각장애인 독자에게 먼저 제공된다.
뒤죽박죽 쌓이고 방치된 생의 짐을 비워
‘다음’이 올 자리를 마련하는, 찬란한 반출의 여정
『일일 반출록』은 절망한 한 남자, ‘수인’에게서 시작한다. 환갑을 앞둔 그는 전직 교도관으로, 지난봄 퇴직한 후 몸도 마음도 돌보지 않고 지내고 있다. 실은 몇 년 전 아내 ‘초원’과 사별한 뒤로 스스로를 유기하듯 살아온 지 오래다. 아내와 단둘이나마 단란하게 꾸려온 집 안은 아내의 유품과 생활 쓰레기, 반평생 몸담았던 교도관 생활에서 물러나며 가져온 온갖 짐들로 난장판이다. 환갑이 다 되도록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꿈과 젊음은 너절해졌고 가장 소중했으나 충분히 아껴주지 못했던 사람을 잃었으며 처치 곤란인 짐과 기억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 상실과 좌절 속에서 내일을 폐기한 채 은둔하던 어느 날, 수인은 교도관 시절 알고 지낸 한 수용자의 말을 불현듯 떠올린다. “분재가 잘 자라려면요. 잔뿌리부터 걷어내야 해요. 그래야 새 뿌리가 굵고 건강하게 자라거든요.” 교도소 직업훈련장에서 분재 교육을 받았던 수감 번호 258번 ‘송 씨’의 그 한마디는 이상한 힘으로 수인을 일으킨다. “화분 속 잔뿌리처럼 온 집 안을 휘감”은 “회복되지 못한 삶의 흔적”을 정리해야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직감한 수인은 오래 묵혀둔 물건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여전히 버린다는 생각만 하면 식은땀이 나고 숨이 막혔”기에, 수인은 아내의 유품을 들어내기 전에 자신에게 우연히 흘러든 타인의 짐부터 돌려주기로 한다. 보세 양복, 조미료, 통가발, 손수건 등 교도소에서 사망한 수용자의 유류품이나 동료의 물건을 주인에게 되돌려주겠다는 명목으로 수인은 오래된 중고 아반떼를 끌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 그 길은 타인의 물건을 돌려주는 일에 기대어 수인이 다시 삶을 되찾아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여정이기도 하다. 소설의 제목 ‘일일 반출록’은 수인이 그간 쌓아두고 방치해온 생의 짐을 하나씩 반출하며 서서히 내일을 향해 가는 매일의 기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버리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반출을 시작한 수인은 정말로 물건을 하나씩 덜어낼수록 무언가 하나씩 얻는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 그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사연이다. 송 씨의 유품인 양복을 돌려주기 위해 만난 그의 어린 아들 ‘정목’을 시작으로 희대의 살인마 ‘조영근’의 형제 ‘동근’과 ‘영주’, 한때 재직한 교도소에서 가까이 교유했던 수녀 ‘베로니카’, 교도소 구내식당의 조리사 ‘공 여사’ 등 한 이야기 속에서 섞이기 어려운 인물들이 수인이라는 한 사람을 경유하여 독자 앞에 선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심판받은 죄인의 가족이라는 점에서, 수도자임에도 아무에게도 말 못 할 복수심으로 괴로워한다는 점에서, 누구든 살뜰히 먹이고 돌보지만 자신의 외로움만큼은 솔직히 터놓지 못한다는 점에서 모두 수인만큼이나 자기 삶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인물들이다. 각자의 굴곡을 품은 그들의 이야기는 “타인의 낙담도, 허무도, 고독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나의 비통에만 빠져” 있던 수인의 시야를 점차 넓혀간다. “오롯이 혼자였던 ‘나’가 ‘너’를 만나 ‘우리’가 되어”(작가의 말)가듯 수인은 그들과 삶의 한 귀퉁이를 나누며 타인과 세상을 향해 천천히 마음을 열어가고, 그제야 오래 회피해왔던 자신의 지난날 또한 되짚어보게 된다.
여정의 말미에 수인이 오래전 멀어진 교도관 동료 ‘중선’을 다시 만나는 장면은 눈여겨볼 만하다. 아내를 잃은 뒤 자포자기한 수인이 얼마나 깊이 무너졌으며, 그리하여 각별하던 동료에게 어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는지 그 전말이 중선과의 재회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늘 교도관으로서 수용자를 교화하고 교정하는 자리에 서 있던 수인이 죄의식에 갇힌 ‘수인(囚人)’이 되어 잘못을 고백하는 이 대목은 수인에게 그간의 여정이 실은 속죄의 과정이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살다보면 눈앞의 일에 매달리느라 주변에 소홀해지고 타인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기며 어느새 모자라고 비겁한 인간이 되어 있기도 하다. 수인은 자신 또한 그러했음을 인정하고, “오차나 실수라는 초라한 명분 뒤에 숨었”던 스스로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렇게 오점투성이인 삶까지 끝내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며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딘다.
홀로 쓰는 일기였던 수인의 반출록은 저마다의 곡절을 지닌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며 점차 여러 인물의 서사가 포개어진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아울러 권말의 ‘작가의 말’에 등장인물과 물건에 얽힌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가 작품의 세계를 한층 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닳고 빛바랜 꿈과 젊음,
돌보지 못한 관계를 뒤늦게 마주하며
삶의 다음 장면을 만들어가는 휴먼 드라마
수인이 이 긴 여정의 끝에서 마주하는 이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 초원이다. 마지막까지 차마 버리지 못한, “추모를 이어가기 위하여 차차로 모아둔 고약한 제물”처럼 쌓인 아내의 유품 앞에서 수인은 초원과 함께한 시간을 천천히 복기한다. 초원과의 첫 만남부터 결혼 이십 주년을 기념했던 기억, 그리고 그녀를 가장 아프게 외면했던 순간까지. 익숙한 후회가 다시 가슴을 찌르지만 이제 수인은 반출을 시작하기 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너덜너덜한 마음을 기워온 수인은 주저앉아 있는 자신에게 초원이라면 건넸을 말을 기어코 건져 올린다. 그리하여 비로소 어제의 짐을 비워낸 자리에 내일이 깃드는, “단단했던 슬픔이 고요히 연화되”는 순간이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독자를 기다린다.
가장 귀하게 여기던 것에 무심해지게 하고 결국 방심한 사이 그것을 앗아가는 시간의 잔인함 앞에서, 다시 ‘다음’을 믿기까지 얼마나 어려운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지.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듯, 성해나는 삶과 대치하던 한 사람이 끝내 자신을 포기하지 않기까지의 지난한 시간을 서두르지 않고 써 내려간다. 그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건 그럴듯한 화해나 온전한 회복이 아니다. 수인이 짐을 비운 후에도 죽은 이는 돌아오지 않고 이미 저지른 잘못은 사라지지 않으며 상처 또한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복구할 수 없는 것들로 얼룩진 삶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몫임을 기어이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회복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이 소설은 말하며, 어제에 멈춰 선 이를 조심스레 내일로 이끄는 듯한 따스한 문장으로 끝내 그 사실을 납득시킨다.
회복으로 향하는 수인을 도운 것은 그가 반출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이쯤에서 떠올려보아도 좋겠다. 한 사람을 삶 쪽으로 돌려세우는 것은 다름 아닌 또 다른 사람이며, 작가 또한 그중 한 사람으로서 수인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며 끝까지 응원한다. 그간 성해나의 작품이 강렬하고 매혹적인 서사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면, 『일일 반출록』은 한 인간을 구해보고자 하는 작가의 깊은 진심으로 독자를 소설 앞에 붙들어두는 작품일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난감한 질문에 대한 다정하고 끈질긴 응답으로서 쓰인 이 소설은 각자의 고민과 좌절과 실망을 견디며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래 남을 격려가 되어줄 것이다.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혼모노』 『인비인』,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젊은작가상,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사진출처 : ⓒ 주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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