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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온 뒤 무지개 뜬다

    비 온 뒤 무지개 뜬다

    • 이병옥 저
    • 달아실
    • 2026년 10월 30일
    •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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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2071325 282쪽 133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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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그친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이병옥 수필집 『비 온 뒤 무지개 뜬다』 출간


    -아픔을 지나 더욱 맑아진 마음으로, 다시 삶을 바라보다


    수필가이자 시인인 이병옥이 새 수필집 『비 온 뒤 무지개 뜬다』(달아실 刊)를 펴냈다.


    2004년 월간 『문학세계』 수필 부문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자신의 삶과 주변의 풍경을 글로 기록해온 이병옥은 이번 수필집에서 나이 듦과 건강, 가족과 이웃, 음식과 자연, 여행과 추억 등 평범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삶의 의미를 따뜻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책의 제목인 ‘비 온 뒤 무지개 뜬다’는 이 수필집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은유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다리 통증으로 긴 시간을 지나면서 평범하게 걷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다시 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된 어느 날, 그의 마음에도 “조용히 무지개 하나가 걸렸다.” 아픔을 통과하고 나자 길가의 풀 한 포기와 스쳐 가는 바람,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마저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에서 ‘무지개’는 단순히 희망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자연현상이 아니다. 비를 통과한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삶의 새로운 빛이며, 상처와 회복을 지나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일상의 소중함을 뜻한다.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


    『비 온 뒤 무지개 뜬다』는 모두 5부로 구성됐다. 1부 ‘스미는 시간’, 2부 ‘오늘이 가장 좋은 때’, 3부 ‘밥은 사랑이었다’, 4부 ‘바람에 몸을 맡기듯’, 5부 ‘펴고 또 펴는 하루’에 걸쳐 저자는 자신의 삶 가까이에 놓인 사소한 것들을 찬찬히 바라본다. 말과 종소리, 엘리베이터, 계절, 그릇과 창문, 메주와 김밥, 고구마, 씨앗, 구름, 밥과 몸, 나이 듦과 이별 등이 그의 글 안으로 들어온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이지만 이병옥은 그 안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이치를 길어 올린다.


    「말장단에 맞장구」에서는 경춘선에서 만난 세 남자의 대화를 통해 ‘맞장구’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마음의 기술임을 발견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랬구나”라고 응답하는 작은 행위가 지친 사람의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인생은 말장단이고, 행복은 맞장구다”라는 문장으로 압축한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대만 가족여행에서 겪은 작은 사건에서 출발한다. 스마트폰과 객실 키 없이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 홀로 남게 된 경험은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과 자신의 나이 듦을 돌아보게 하고, 결국 가족에게 기대어 살아왔다는 사실과 새로운 것을 계속 배워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여행은 이 글에서 관광이 아니라 “조금 더 배우고 돌아오는 여정”이 된다.


    꽃차 한 잔, 김밥 한 줄, 맞장구 한마디에도 삶은 스며 있다


    이병옥 수필의 미덕은 작은 사물과 경험을 삶에 대한 성찰로 확장시키는 데 있다.


    꽃차를 마시고 유리컵을 닦는 일도 그렇다. 매일 마신 꽃차가 유리컵에 조금씩 색을 남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저자는 우리의 하루 역시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래 묵은 생각과 서운함도 컵의 얼룩처럼 정성 들여 닦으면 다시 맑아질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소달구지에서 버스와 전철, 비행기에 이르는 ‘탈것’의 기억 역시 개인의 추억을 넘어 한 시대의 풍경으로 확장된다. 느렸던 시절에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짐을 들어주며 긴 시간을 함께 건넜다. 저자는 소달구지의 느림, 시외버스의 인정, 전철의 편리함을 돌아보면서 결국 인생 역시 각자의 역을 향해 가는 하나의 여행임을 이야기한다.


    『비 온 뒤 무지개 뜬다』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경험했는가’보다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이다.


    나이 듦을 쇠락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감각으로 바라보다


    이번 수필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년의 삶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익숙했던 일상도 때때로 낯설어진다. 누군가를 만나 안부를 물을 때 건강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병원 진료와 약봉지가 생활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변화를 비관하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아직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들을 발견한다. 책에 실린 「나이만큼 건강합니다」라는 제목은 그러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백세 노인의 “나이만큼 건강합니다”라는 말을 접한 저자는 건강과 노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 책의 노년은 ‘잃어가는 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느려졌기 때문에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아파보았기 때문에 건강의 고마움을 알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떠나보냈기에 관계의 소중함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다.


    따뜻했던 것은 날씨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이병옥의 글에서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또 하나의 중심은 사람이다.


    가족과 친구, 이웃과 손주, 부모와 배우자 등 수많은 관계가 책 곳곳을 채운다. 그 관계들은 극적인 사건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차를 마시고, 여행을 떠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걱정해주는 평범한 순간 속에 존재한다.


    사계절을 돌아보는 글에서 저자는 겨울이면 함께 김치를 담그던 어머니의 손과 눈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던 아버지의 어깨를 떠올리며 이렇게 적는다.


    “따뜻했던 것은 날씨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이 한 문장은 『비 온 뒤 무지개 뜬다』가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나 특별한 행운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 함께 먹은 밥, 건네받은 말 한마디, 서로의 이야기에 보내는 맞장구 같은 작은 온기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빛들이 모여 만드는 한 권의 ‘무지개’


    이병옥은 머리글에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서로 다른 날의 생각과 기억이 모여” 만들어진 “작은 빛들”이라고 말한다.


    그 말처럼 『비 온 뒤 무지개 뜬다』에는 한 사람이 살아오며 만난 수많은 시간의 빛깔이 들어 있다. 기쁨과 아픔, 건강과 질병, 만남과 이별, 젊음과 노년, 과거와 현재가 서로 다른 색으로 존재하면서도 한 사람의 생애 안에서 하나의 무지개를 이룬다.


    “서로 다른 빛들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무지개가 된다.”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위로는 단순하다. 누구에게나 비는 내리지만 비가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때로는 멈춰 서야 보이는 것이 있고, 아파본 뒤에야 알게 되는 고마움이 있으며, 지나고 나서야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비 온 뒤 무지개 뜬다』는 화려한 인생론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밥을 짓고 꽃차를 마시고 친구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삶의 기록이다.


    비가 그친 뒤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 소개

    이병옥

    저자 이병옥은 2004년 월간 『문학세계』 수필 부문으로 등단하고, 2015년 계간 『스토리문학』 시 부문에도 등단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나는 가끔 실없는 말이 듣고 싶다』(2024), 『그리고 더 그리다』(2019), 『달과 별처럼 은은한 빛이기를』(2012)이 있고, 시집 『별 꿈을 꾸는 꽃』(2017)이 있다. 2023년 제21회 강원수필문학상, 2026년 제23회 한국문협작가상을 수상했다. 문학회 활동으로 춘천수필문학회 회장(2021~2024년)을 역임했다.

    목차

    머리글_ 비 온 뒤 뜨는 무지개


    1부. 스미는 시간

    말장단에 맞장구|종소리|엘리베이터 앞에서|바람결에 적어본 사계|오월학교 카페와 곰 핫도그의 기억|탈것들이 가르쳐 준 삶|스미는 시간|나이만큼 건강합니다|그릇과 마음|기도는 어디서 시작되는가|시간은 색으로 남고


    2부. 오늘이 가장 좋은 때

    남의 속도 모르고|꽃을 밀어 올리는 몸|오늘이 가장 좋은 때|쓰죽회와 노른회|숨 쉬는 벽, 창문|앗, 실수|어릴 적 이름|메주 빚는 날|돌아가는 길|깡통놀이|중고차 인생


    3부. 밥은 사랑이었다

    비밀번호|햇살 맛 선물|빈손, 빈 주머니|5월, 산소 길에서|김밥을 굽는 마음|고구마의 봄|남은 건 정|좋은 궁합|밥은 사랑이었다|몸의 말을 듣는 명절|비 온 뒤 무지개 뜬다


    4부. 바람에 몸을 맡기듯

    씨앗, 두 가지 얼굴|너영 나영|바람에 몸을 맡기듯|구름 위를 걷다 온 날|의식주|백세시대를 건너가며|개근 거지가 아닌 성실 거장|말하지 못한 말들|왕곡마을|조용한 이별|미리 쓴 유서


    5부. 펴고 또 펴는 하루

    얼굴이 꽃 피는 순간|칠학년의 몸으로 산다는 것|자연에 빌린 것들|닭강정과 파도 소리|서로의 등불이 되어|말의 그림자|멀어도 가까운, 가까워도 먼|늙지 않는 감성|삶이라는 저울|펴고 또 펴는 하루|멈추고서야 보이는 것들


    마무리 글_ 다시 무지개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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