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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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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된 직업』은 강릉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일과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인터뷰에는 강릉에서 자신의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로컬에서 일을 지속하며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 직업을 통해 관계와 공간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강릉에서 나다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 개인이 지역 커뮤니티와 관계 맺는 문화의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책은 이야기, 마음 건강, 창작, 요리라는 네 가지 주제로 강릉에서 활동하는 여덟 개 브랜드의 창업가 이야기를 조명한다. 자기만의 고유성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나다운 길을 선택한 창업가들의 삶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일하며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자신에게 묻게 될 것이다.
자기만의 고유성을 기반으로 지역에 자리 잡은
로컬 창업가의 ‘나다움’을 인터뷰로 만나다
지역에서 나다운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삶에서 지속가능한 관계와
공간을 만들어 가는 여정이 담긴 이야기
오늘날 직업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는지 드러내는 방식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문화가 된 직업』은 개인이 오랜 시간 지켜온 관심과 가치, 삶의 태도를 일의 방식으로 지속하여 나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는 선택을 주목한다. 책은 이러한 개인의 선택이 로컬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서 어떻게 직업이 되고, 다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지 현장의 목소리로 기록했다.
로컬의 이야기를 글로 기록해 온 작가의 인터뷰집
저자는 문화 콘텐츠 교육기관과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 온 인터뷰어로, 다양한 활동으로 예술과 창작,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기록해 왔다. 『문화가 된 직업』은 로컬을 기록해 왔던 저자의 현장 경험에서 출발했다. 책에는 이야기로 세상을 연결하는 책방지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상담사, 그림으로 일상을 디자인하는 창작자, 로컬 푸드로 식탁의 변화를 만드는 요리사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직업들은 사람들이 지역의 어떤 필요를 채우며, 지역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직업은 개인의 생계 수단을 넘어 지역과 사회를 잇는 문화적 실천이 된다.
책방지기의 책방은 책을 파는 장소를 넘어, 안전하게 관계 맺을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상담사의 일은 삶에 대한 긍정성을 몸의 감각으로 회복해 가는 과정에 가깝다. 창작자의 작품은 평범한 하루에 소소한 위로를 건네고, 요리사의 음식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일상의 감각으로 불러온다.
이 책은 특정 직업을 설명하는 안내서는 아니다. 대신 개인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된 계기에서 출발해 그 선택이 어떻게 지역과 연결되고, 관계를 맺어 문화로 자리 잡는지 살펴본다. 이러한 점에서 개인의 이야기를 공공의 매체로 확장하는 이 작업은 로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인터뷰집이자, 시대의 변화를 관찰하는 로컬 저널리즘(journalism)의 성격을 지닌다.
강릉이라는 로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 책장을 넘기는 시간은 문화 도시 강릉을 천천히 여행하는 경험과 닮았다. 책과 여행이 닮아 있는 이유는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타인의 삶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가 된 직업』은 직업을 매개로 독자의 세계를 조금 더 넓혀주는 책이다. 책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일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우리가 지역 공동체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며 어떤 역할로 어떤 세계를 만들어 가고 싶은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일의 다양성이 문화가 되는 지역
저자는 책을 통해 말한다. 다양한 개성과 가치가 직업으로 존중받는 지역에는 사람들이 머무르고, 관계가 쌓이며 삶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런 지역에는 일의 다양성, 관계의 밀도, 삶의 서사가 있다. 그곳에서는 일의 다양성이 곧 문화가 된다고. 나다운 길을 걷는 창업가들의 직업을 통해 지역이 서로 연결되고, 누군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활력을 되찾는 것. 이 책 『문화가 된 직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로컬캐스트 대표이자 문화 콘텐츠 기획자. 문화 콘텐츠 교육기관과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했다.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며 문화 예술의 가치를 취재하는 시민 기자로 일상에서 예술가들을 만나 왔고, 여전히 예술과 창작을 배우는 경험으로 일상에서 사람들의 성장을 돕는 일에 관심이 있다.
'좋은 이야기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는 믿음으로 로컬에서 일의 의미를 묻고,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지은 책으로는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가 있다. 지금은 고향 강릉을 스케치북 삼아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기록한다.
P.19 인터뷰를 진행하기 이전에도 강다방 이야기공장에 종종 들르며 느낀 점이 있다. 강상윤은 언제나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했다. 여행 짐이 있는 여행자들에게는 항상 편하게 짐을 내려놓게 안내하고, 흘러나오는 음악에도 세심한 선곡이 묻어났다. 손님을 대하는 다정한 태도는 언제나 일정했다. 그 다정함이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그는 왕은철의 에세이 『환대예찬』을 빗대어 설명했다.
“제가 친절하고 다정한가 싶어요. 그래도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여행 다닐 때 저도 호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에요.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만큼 또 똑같이 해줘야 하지 않나 싶거든요. 『환대예찬』이라는 책에 보면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자기 집에 온 사람들을 극진히 대접한대요.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사막에서 길을 헤맬 때, 똑같이 도움받을 거를 믿기 때문이죠.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내가 어렵거나 힘들 때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고, 그렇기에 나도 다른 사람들을 돕고 환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환대를 설계하는 책방|강상윤 · 강다방 이야기공장〉 중에서
P.48 “다시 돌아가도 드라마 쓰는 일을 계속 포기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당시 그 나이 때의 저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아 드라마 쓰는 일을 계속 지켜왔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작가로 데뷔는 못 했지만, 사람과 인생을 알아가는 데, 저한테 좋은 영향을 많이 줬어요. 그래서 드라마 쓰는 일에 대한 애정이 뿌리가 깊긴 해요.”
- 〈무해한 이야기를 파는 한옥 가게|김길준 · 시골책방 자몽〉 중에서
P.68 그런 면에서 강릉은 ‘쉼’을 배우기에 좋은 도시였다. 출퇴근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여유 시간이 생겼고, 취미를 즐기거나 새로운 시도를 해볼 마음의 여유 공간도 넓어졌다. 지금은 비슷한 지향점을 갖고 강릉으로 떠나온 사람들도 주변에 늘어났다.
“강릉 와서 좀 쉼을 경험하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그런 시간을 낼 여유도 없었고 쉬는 게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까딱하면 안 쉬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어요. 일을 해야 되니까요. 그전에는 저의 쉼, 마음과 몸 돌봄을 후 순위로 뒀다면 지금은 적당히 멈추고 운동하러 가요. 책방지기가 곁에서 자극과 응원도 주고요.”
- 〈나를 돌보는 쉼과 회복의 공간|한새미(with 이중현) · 아물다〉 중에서
P.102 요즘 아이들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외부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잖아요. 이런 놀이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나요?요즘 휴대폰과 유튜브, 게임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움직임이 많이 줄어든 아이들도 많아요. 현실과 가상에서 괴리를 겪기도 하고요.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실제 관계에서 위축되거나 혼란을 느끼기 쉬워요. 그래서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통해 부딪히는 것을 허가해 주고, 함께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함께 무엇인가 만들어 나가는 경험이 교육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발달 과업이거든요. 몸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체육과 달리, 몸과 마음의 연결을 인식하고 스스로 안정감을 찾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인 거죠.
- 〈놀이로 마음 건강을 지키는 사회적기업|이은경 · 마음숲사회적협동조합〉 중에서
P.121 우리는 모두 완결되지 않은 현실의 삶을 살아간다. 미술계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도 젊은 시절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던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었고, 그의 초기 작품에는 그런 감정이 잘 드러난다. 그에게 그림은 완성품을 만드는 일을 넘어, 불완전함에서도 삶과의 관계를 탐구하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열쇠였다.
“제가 왜 불편했을까 생각해 보니 ‘대표’라는 이름이 부담스러웠어요. 저는 작가인데 대표의 옷을 입고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부담스러웠던 거예요. 발달장애 창작자를 교육하는 교육자로 불리는 것도 부담스러웠고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 역할로 불러도 상관이 없어요.”
- 〈창작 배움터로 탈바꿈한 시장 속 문화 공간 |최윤정 · 관동산수〉 중에서
P139 도시의 단조로운 삶에서 숨통을 트이는 건 전시를 보러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쇼핑하는 그런 여가 활동 정도였다. 그런데 강릉에서의 삶은 표면적으로 보면 여전히 단조롭게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훨씬 충만하고 풍부했다. 바다와 숲, 호수와 산책길,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걸어 나갈 수 있는 자연은 그의 일상을 크게 달라지게 했다. 반려견 봉자와 함께 송정해변을 걷는 시간은 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메종고니를 찾았을 때, 신나나를 소개하는 작은 엽서에 적힌 문장이 유독 오래 남았다. 그중에서도 ‘강릉이라는 곳은 도시 생활에 지친 누구에게나 편안함과 위안을 주는 곳’이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궁금했고, 인터뷰를 통해 물었다. 강릉살이 5년을 맞이하는 지금도 여전히 일상에 위안을 주는 곳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 〈떠나지 않은 고니가 사는 창작 아트샵 |신나나 · 메종고니〉 중에서
P163 스틸,그린을 찾은 날은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던 8월 초였다. 붉은벽돌 외벽에 선명하게 그려진 초록빛 간판 ‘STILL,GREEN’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출입구 옆 작은 텃밭에는 싱그러운 초록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예약 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젊은 여성 여행객들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채식을 즐기고 있었다. 홀에 자리를 잡고 창밖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채식 반상을 기다리는 동안, 마치 짧은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 〈맛있는 채식을 경험하는 식문화 공간 |임주현 · 스틸,그린〉 중에서
P.197 2024년 방영한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출연 이후 그는 ‘채소 요리 일인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린볼을 찾는 손님도 많이 늘어나자, 옆 가게를 대기 공간으로 임대했고, 그 공간 뒷마당에 2025년 봄부터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 가게와 텃밭이 가까워야 틈틈이 물을 주고 풀을 뽑으며 자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폐목재를 재활용해 틀밭을 만들고, 계분으로 거름을 주고, 자갈을 깔아 통로를 정비하는 등 그가 직접 텃밭을 가꾸고 있다.
- 〈허브 텃밭 농사짓는 셰프의 이태리 레스토랑 |남정석 · 그린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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