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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측백나무성의 라푼젤

    측백나무성의 라푼젤

    • 배명은 저
    • 들녘
    • 2026년 0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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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6101059 304쪽 395g 128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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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킬 수 없는 상실과 후회를 뒤로하고서

    처연한 슬픔 끝에서 핏방울처럼 피어나는
    배명은의 세계

    배명은 작가의 첫 호러 단편소설집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이 출간되었다. 『수상한 한의원』 1·2, 『계화의 여름』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의 비교적 초기작부터 최근 작까지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수록하여 그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경험해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기차를 습격해 온 마적들을 피해 도망쳐 들어간 깊은 숲속부터 매년 귀신날이면 눈이 시린 연기를 온 동네에 자욱하도록 피워대는 고향 마을, 측백나무와 가시 달린 철사 울타리로 주위를 빽빽이 둘러친, 적막한 시골의 붉은 벽돌집, 많은 이에게 익숙할 눅눅하고 찝찝한 자취방, 분명 내가 살아가는 곳임에도 매번 낯설고 도저히 애착을 가질 수 없는 그곳 등 소설은 초현실적인 공간과 현실적인 공간을 자유자재로 가로지르며 읽는 이에게 다양한 결의 공포를 선보인다.
    공포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감정이자, 때로 우리로 하여금 부조리한 세상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회문제를 마주할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공포를 반드시 부정적인 감정이라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안전한 공포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사회의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하였다는 작가의 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에 의의를 더한다. 수록된 작품들은 폭력에 희생되는 여성과 소수자의 고통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소외된 인간이 품을 수 있는 뒤틀린 욕망과 세상을 향하여 드러내는 적의와 공격성을 경고한다. ‘그렇다면 다시는 이와 같은 고통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의 삶과 일상을 이어가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장르의 문법에 충실한 작품들이 독서의 끝자락에 남기는 묵직한 질문이다.
    가장 큰 공포는 역시 ‘돌이킬 수 없음’에 대한 공포가 아닐까.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바로 이 ‘돌이킬 수 없음’을 다양한 형태로 다룬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총칼에 사랑하는 할머니를 잃은 소녀, 이사 온 새집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떠날 수 없었던 사람, 교제폭력을 목격하고서도 끝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여성, 사랑하는 연인을 영영 떠나보내고 만 사람. 그리고 아주 때로는, 돌이킬 수 없음 그 자체가 해방 선언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 모든 돌이킬 수 없음에 대한 이야기다. 처연한 슬픔의 끝에서 핏방울처럼 피어나는 배명은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신화와 설화, 고전소설 등
    ‘원형’의 가장 독창적이고 장르적인 해석

    귀신을 치료하는 ‘수상한 한의원’,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와 인간 소녀의 만남 등 이미 널리 사랑받고 있는 전작들을 통하여 배명은 작가는 신화와 설화 등을 현대적이고 장르적인 감각으로 재해석, 재구성함에 있어 독보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왔다. 이 책의 첫 수록작 「모자 장수와 나」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로 시간 배경을 옮기고 우리 고유의 도깨비 중 하나인 갓귀를 등장시켜 다시-쓰기하였다. 두 번째 수록작 「1월 16일생」은 죽은 자가 돌아오는 날이라 하는 우리 전통의 ‘귀신날’과 야광귀라는 존재 설정을 통하여 흥미로운 서사를 구축했다. 표제작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로 널리 알려진 라푼젤 메르헨에서 모티프를 얻어 쓰였다. 라푼젤이 갇혀서 자랐다는 높은 탑은 측백나무와 울타리에 둘러싸인 집으로 재해석된다. 작가는 그것에 내재한 고립성과 폐쇄성을 통하여 혐오와 억압이 가져오는 공포를 선명하게 그려내었다.
    우리가 언제나 ‘원형’에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 것은 본질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내면의 깊숙한 정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래 전해 내려온 원형을 장르의 문법에 맞게 재해석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작금의 현실을 독창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해내는 배명은 작가의 놀라운 내공을 경험해보자.


    저자 소개

    배명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호러에 빠짐. 괴이학회 창립 멤버이자 매드클럽 멤버. 소설 『수상한 한의원』 1·2, 『이상한 마을 청호리』 『놀러오세요, 저승길로』 『계화의 여름』을 썼으며, 다수의 앤솔로지에 참여했다.

    목차

    모자 장수와 나
    1월 16일생
    결계의 방
    벌레 대왕
    나를 부르는 소리
    측백나무성의 라푼젤
    매혹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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