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 김근태 고문의 사람과 세상에 관한 속깊은 이야기. 60년대를 제적과 강제 징집으로, 70년대는 수배와 피신으로, 80년대는 고문과 감옥 생활의 시간을 견딘 그는 1987년에는 부인 인재근 씨와 함께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1988년에는 함부르크 자유재단으로부터 '세계의 양심수'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책은 그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오랜 시간 묵혀낸 자기만의 생각들, 좋아하는 책과 영화, 삶에 관한 이야기들, 오늘날의 그가 있기까지 함께 해준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깊은속이야기, 민주화 운동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입문하게 되기까지의 개인 역정과 이후 정치가로서의 삶의 궤적까지를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겁게 써내려간 글들의 모음이다.
출판사 서평
휴머니스트 정치인 김근태의 따뜻한 말과 깊은 생각 - 가족, 고향, 사랑에 관하여
민주화운동 경력 30년의 베테랑 투사, 현실정치 경력 7년차 정치인, 김근태. 1995년, 민주당 입당을 계기로 현실정치에 입문, 재선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지는 정치'라는 모토로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성실히 밟아가고 있는 그가, 현실정치인으로서는 첫번째 책인 《희망은 힘이 세다》를 출간하였다.
이 산문집은 그가 민주화운동과 현실정치를 하면서 오랜 시간 묵혀낸 자기만의 생각들, 특히 정치권 입문 이후 그가 바라본 정치 세계와 그 이면, 오늘날의 사...
휴머니스트 정치인 김근태의 따뜻한 말과 깊은 생각 - 가족, 고향, 사랑에 관하여
민주화운동 경력 30년의 베테랑 투사, 현실정치 경력 7년차 정치인, 김근태. 1995년, 민주당 입당을 계기로 현실정치에 입문, 재선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지는 정치'라는 모토로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성실히 밟아가고 있는 그가, 현실정치인으로서는 첫번째 책인 《희망은 힘이 세다》를 출간하였다.
이 산문집은 그가 민주화운동과 현실정치를 하면서 오랜 시간 묵혀낸 자기만의 생각들, 특히 정치권 입문 이후 그가 바라본 정치 세계와 그 이면, 오늘날의 사회 현실에 대한 단상들을 비롯하여, 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과 영화,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 이제까지 늘 함께해준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속내까지를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겁게 써내려간 글들을 모은 책이다.
그가 사회 현상, 개인의 삶을 생각하면서 짤막짤막하게 쓴 이번 글들은 쉽게 잘 읽히면서도 행간의 의미까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깊은 사색을 포함하고 있다. 마치 겨울밤에 내리는 눈처럼 살풋하면서도 다감한 내면의 목소리가 담긴 이 책은, 김근태라는 ‘정치인’ 이전에 한국의 현대사를 아프게 함께해온, 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고향은 어린 소년에게 더없이 넉넉하고 너그러웠습니다. 남한강에서 동무들과 멱을 감고, 밤하늘의 별을 보았습니다. 들판에서 세찬 바람을 향해 달렸고, 풀이 자라나는 소리를 들으며 컸습니다. 지금도 양평 너른 평야나 남한강가를 가게 되면 차를 세우고 한참을 서서 나를 키워준 그 들과 풀과 강과 하늘을 바라봅니다.
새침하던 여학생 '연봉'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하는 그리움과 함께. 그러다 정말로 첫 시련을 만났습니다. 경복중학교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때 심정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그뒤 광신중학교에 입학하였는데 그 3년 동안이 내 평생에서 가장 열심히 모질게 공부하던 때였을 것입니다.
“불 끄고 잠 좀 자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부대끼면서도 밤늦게까지 공부하곤 했습니다. 완행열차를 타고 또 한참을 걸어 통학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에 겪은 좌절과 실패, 열등감이 결국은 나에게 불확실한 미래와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 '기억에 관한 소고'(14쪽) 중에서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마음을 먹은 결전의 날, 영화를 보러 갔다(내가 영화를 좋아한다). 여하튼 영화가 시작되고, 인재근 씨는 제법 마음을 굳게 먹고 있었던 모양인데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느닷없이 내 코에서 코피가 흘러내렸던 것이다. 그 모습 때문에 결국 인재근 씨는 그날 이별 통보를 못하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인재근 씨는 이별을 접었다고 한다. 그것이 연민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위기 다음엔 기회가 오는 법. 나는 프로포즈를 결행했다. 내가 선택한 장소는 광나루에 있는 민물 매운탕 집이었다. 나는 사실 술을 잘 못한다. 그런 내가 매운탕 한 그릇 시켜놓고는 소주 몇 잔을 거푸 마신 다음,
평소답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평생 사용한 적이 있을까 싶은 어법으로 돌진했다. 지금 생각하면 순전히 협박에 가까웠다. “나랑 결혼하자. 그렇지 않으면 어디든 도끼를 들고 쫓아가겠다,” 나도 그때 알았다. 내 입에서도 이런 '발칙'한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 본문 '당신들을 빼놓고 '나'를 이야기할 수 없다'(26쪽) 중에서
지금부터 15여 년 전 아들애가 대여섯 살 때의 일이다. 부천 YMCA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란 제목으로 그림을 그리게 하였더니 검은 승용차 뒷좌석 가운데 왜소하게 끼여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양켠에는 건장한 사내들이 검은 안경을 낀 채 떡 버티고 앉아 있고.
유치원 선생님들이 그 그림 제목을 '우리 아버지'가 아니고 '자랑스러운 우리 아버지'라고 고쳐 쓴 다음 다른 애들 그림과 함께 전시하였다. 애 엄마가 그 그림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그리고 유치원 선생님들의 배려가 고마워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엉엉 울어댔다. 나에게도 그 상처는 남아 있다. 그곳에서 더 이상 피는 흐르지 않지만 상처 자국은 남아 있다.
그 시대 나는 기관원들에게 요구했다. 나를 체포한다면 언제든지 좋다. 단 애들 보는 데서나, 집안이나 동네에서 말고 바깥에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대충은 그렇게 됐는데도 아들애의 가슴에는 그처럼 무거운 짓누름이 있었던 것이다.
- 본문 '아버지 그림'(38쪽) 중에서
'동교동계 해체' 발언이 있기까지 그의 가슴속에 갇혀 있던 비명, 그리고 샤우팅…
삶에서 한 번도 나라와 사회, 국민과 개인을 잊어본 적이 없던 사람. 감히 말하지만, 김근태의 삶 자체가 이러한 규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대 상대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가난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전태일의 분신과 박정희의 유신을 목격하면서 그의 삶은 예상치 못한 길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60년대를 제적과 강제 징집으로, 70년대를 수배와 피신으로, 90년대를 고문과 감옥 생활로 한국 현대사의 고통을 고스란히 자신의 삶 속에 기입해야 했던 그였다. 그는 이 지나간 시간들을 '익명'으로 살았던 시간이라 회고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거절되고 단절된 그 시간들을 지나 지속적인 재야활동을 통해 개혁세력의 대표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그,
몇몇 사람들의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그가 운동가의 삶에서 '현실정치'의 삶으로 이동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이 정치판을 어떻게 바꾸고 싶어하는가? 그는 왜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하는 것인가?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한 권의 책은, 그 동안 한국의 운동가로서, 정치가로서 살면서 그의 내면에 쌓여 있던 생각을 외부화한 '비명'이다, 그리고 샤우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가 이 책을 대중들에게 '하나의 증거'로서 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혹시라도 거짓말할 경우, 그때는 “얼굴 빨개지겠다, 부끄러워하겠다.”라는 뜻으로 이 책을 받아달라고 고백하고 있다.
“동교동 해체“를 요구하는 나의 주장에 대한 메아리는 크다. 그리고 길게 들려온다. 대체로 ”잘했다“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으로 들어오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자신들이 처해 있는 위치와 추구하는 이해관계에 따라서 확연하게 갈라진다. 자기들끼리는 분통을 터뜨리겠지만 노골적으로 화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드러내놓고 그렇게 하지는 않는 것일게다. 대신 “동교동”이라는 실체가 무언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존재한다. 보통 사람들은 거의 다 아는데, 이들 일부 정치전업가들만 모른다는 것이다.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다. 내 말이 맞기는 하지만, 영향력이 큰 권력집단인데, 앞으로 경선에서 그들이 사사건건 반대하고 훼방을 놓지 않겠느냐며 걱정하는 것이다.
나도 사실 그 점이 무척 신경 쓰였다. 그러나 아무리 경선이 걱정된다고 해도, 왕따를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해도, 나는 일어서서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민주화운동 한 당신들도 아무 소용없구나 하는 조롱 앞에 속절없이 눈을 내리깔아야 할 텐데, 그것이야말로 견딜 수 없는 참혹함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다시 다짐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부도덕한 패거리》라는 책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과 서양에서도, 개인으로서는 하지 못할 부적절한 행위를, 패거리가 되면 망설이지 않고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엄중한 비판을 담은 책이다. 내가 반대하고 비판하고 목소리를 높여 해체하라고

목차
1. 기억 혹은 사랑에 관하여
2. 희망은 힘이 세다
3. 상식과 대안을 찾아서
4. 스무 살의 젊음들에게
5. 살다보면 괜히 좋은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