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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아이 이야기
- 제니에르펜베크 저
- 안문영 역
- 솔
- 2001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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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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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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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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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 예니 에르펜베크 (Jenny Erpenbeck)
21세기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서사적 소설가 예니 에르펜베크는 독일 동베를린에서 태어났다. 훔볼트 대학교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한스 아이슬러 음악학교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했다. 하이너 뮐러, 루트 베르크하우스의 가르침을 받은 그는 베를린과 오스트리아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수많은 오페라 작품을 연출했다.
1999년 『늙은 아이 이야기』를 발표하고 독일 문단의 호평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2001년 단편집 『탄트』, 2004년 장편소설 『사전』을 발표했으며 여러 작품이 14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잉게보르크 바하만 심사위원상, 예술가협회 문학상, 졸로투른 문학상, 하이미토 폰 도더러 문학상, 헤르타 쾨니히 문학상, 리테라투르 노르트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8년 현재 베를린에 살면서 전업 작가와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 안문영
서강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 본 대학교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후기 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부터 충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대 독일 시와 번역 이론, 그리고 릴케와 괴테의 작품에 나타난 동양적 요소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괴테, 릴케, 첼란, 구체시, 문학 용어 번역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했으며,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릴케의 편지』, 『보릅스베데의 풍경화가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서동 시집』, 제니 에르펜베크의 『늙은 아이 이야기』, 로버트 슈나이더의 『오르가니스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 속에서
사람들이 발견했을 때 소녀는 한밤중 거리에, 상가 거리에 나와 서 있었다. 손에는 빈 휴지통을 든 채,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찰이 소녀를 데리고 가서 직무상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이름이 뭐냐, 어디에서 사느냐, 부모가 누구고 나이는 몇 살이냐. 소녀는 열네 살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자기 이름도 몰랐고, 집이 어딘지도 몰랐다. 처음에 존댓말을 쓰던 경찰관들은 곧 반말을 했다. 네가 어디서 왔는지 너는 알 게 아니냐, 그 빈 휴지통을 들고 이 거리에 나와 서 있기 전에 네가 어디에 있었는지 말이다. 소녀는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처음이 생각나지 않았다. 소녀는 완전히 고아였다. 손에 든 빈 휴지통이 소녀가 가진 것, 알고 있는 것 전부였다. 경찰의 질문을 받는 동안에도 소녀는 여전히 휴지통을 손에 들고 있었다. 경찰관 한 사람이 그녀에게 모욕을 주려고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게 그 휴지통 속으로 들어갔다(*) 이거냐? 그러나 소녀는 그 말이 모욕인 줄도 모르고 그냥 네 하고 대답했다.
경찰 조사는 아무 결과도 없었다. 소녀는 키도 크고 몸집도 뚱뚱했지만 소녀를 둘러싼 출생이나 과거사는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소녀의 존재는 어딘지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다. 소녀는 잉여 존재였다. 경찰은 소녀의 손에서 휴지통을 빼앗은 다음 통통한 손을 잡아끌고 아동 복지원으로 데리고 가 넘겼다.
소녀의 얼굴은 크고 얼룩져 있다. 마치 그림자가 깃들인 달덩이처럼 보인다. 어깨는 수영 선수처럼 떡 벌어졌으나 어깨 아래로는 마치 나무토막을 깍아놓은 것 같다. 가슴이 있어야 할 곳은 부풀어 오르지 않았고 허리 부분도 들어가지 않았다.
(* ) '다 망쳤다'라는 뜻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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