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이 그의 전작에서 등장한 '택시운전사'의 것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 눈은 지금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또 앞으로 나아가면서 그 앞길을 헤아리며 나아갈 때마다 시야가 새로워진다는 것을 아는 눈이다. 또한 그 눈은 지나온 길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끊임없이 살피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자유를 가진 눈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악역의 필요성과 그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한국 사회의 개성과 진보를 위한 시각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지 논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왜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인가
\"두 개의 거울,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과 프랑스 사회라는 거울은 나에게 악역을 맡을 것을 요구한다. 그 위에 외유에는 내강이 전제되어야 하듯이, 똘레랑스의 온?화함은 앵똘레랑스에 대한 단호한 앵똘레랑스가 전제되어야 한다. 단호하지 않을 때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일상 속에서 무뎌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악역자의 칼날을 일상적으로 벼리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자의 이 토로에서 알 수 있듯 과거의 거울과 프랑스라는 거울로 우리 사회를 비춰보면 저절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
왜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인가
\"두 개의 거울,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과 프랑스 사회라는 거울은 나에게 악역을 맡을 것을 요구한다. 그 위에 외유에는 내강이 전제되어야 하듯이, 똘레랑스의 온화함은 앵똘레랑스에 대한 단호한 앵똘레랑스가 전제되어야 한다. 단호하지 않을 때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일상 속에서 무뎌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악역자의 칼날을 일상적으로 벼리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자의 이 토로에서 알 수 있듯 과거의 거울과 프랑스라는 거울로 우리 사회를 비춰보면 저절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민주공화국이 아닌 사회귀족의 나라이기 때문에. 더구나 진보적인 지식인들조차 극우 헤게모니에 눌려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한술 더 떠 극우 세력의 나팔수로 나서 오히려 건강한 지식인들을 공격하는 전도된 한국 사회 그 자체가 슬픔이며, '이방인'인 자신이 날선 비판자로 나서야 하는 그 상황도 또한 슬픔이다.
사회귀족의 성채를 깬 진정한 공화국을 위하여
지식인이라고 불리기보다는 아웃사이더로 불리기를 자처하는 사람, 홍세화. 그가 사회귀족의 나라에 분노하며 '공화국'- 사회귀족의 나라, 극우 헤게모니 사회를 뛰어넘어 -이란 화두를 들고 4년 만에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자전적 에세이인 (창작과비평사,1995)의 화두가 '똘레랑스'라면, 그의 두 번째 책 (한겨레신문사,1999)의 화두는 '사회정의'이고, 이번 책 의 화두는 '앵똘레랑스는 앵똘레랑스로'이다. 좀더 풀면 '사회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산다는 것'이란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느 새 사회의 모든 분야를 장악해 버린 망국적인 '사회귀족의 성채'를 어떻게 부술 것이냐, 특히 지식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첫 서두를 '대한민국 헌법 1조'로 시작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한번도 공화국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사회귀족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은 바로 '사회귀족'의 역사와 정체, 그리고 그 메커니즘을 프랑스의 '국가귀족', 언론, 그리고 지식인들과 비교하며 분명히 드러내는 데 힘을 쏟는다. 사회귀족은 누구인지, 그들이 자신들만의 성채를 공고히 해온 방법과 역사, 그것을 음으로 양으로 돕는 지식인들의 침묵 또는 적극적 지지, 등 극우 언론들은 어떻게 그 성채를 튼튼하게 쌓고 있는지, 더 나아가 한국의 극우 언론이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외신을 어떻게 악용하고 있는지 외국의 극우 언론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까지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주류인 '이회창에게 보내는 편지'는 한국 사회귀족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필자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극우 헤게모니 세력의 정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그들과 맞서기 위해 진보적인 지식인의 적극적 참여, 투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 지식인들은 너무 점잖다는 것이다. 너무 침묵한다는 것이다. 한국식 '아가리 열기'(귄터 그라스와 부르디외가 침묵하는 지식인들을 보며 나눴다는 토론 주제) 대회라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실천 방안도 눈여겨볼 만하다. 어찌 보면 익히 들어본 주장들이지만, 그것이 프랑스의 구체적인 사례에 힘입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8시간 노동과 주 5일 근무제, 주택정책, 교육비의 국가부담 등의 사회보장과, 질서에 우선하는 사회정의 실현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진정한 보수 우익이 제자리를 찾는 정치 풍토가 만들어져야 하고, 진보정당의 운동이든, 사회운동이든, 아니면 개인의 운동이든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앞세우는 그런 연대의 풍토가 진정한 힘을 낼 수 있는 원천이라는 주장도 귀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며 한편으론 '슬픔'을 느끼고 다른 한편으로는 '분노'를 느낀다. 광란에 가까운 국가주의·시장주의 교육에서 희생당하는 학생들에 대한 슬픔이며 그것을 강요하는 이 사회에 대한 분노이다. 그리고 그는 참다운 민주공화국의 희망을 학생들과 그 학생들을 맡고 있는 교사에게서 찾는다.
\"나는 전교조 교사들을 신뢰한다. 그 신뢰가 가없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의 희망 찾기에서 전교조 교사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정한 자아실현을 통해 자유인, 해방자가 될 때 그만큼 이 사회의 진보가 담보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 사회에 공화국 교육을 관철시키는 것'만이, 그리고 '그것을 위해 투쟁하는 것'만이 아이들을 해방시키고, 교사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건강한 자아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이 책의 글들은 등 진보적인 잡지에 언급했던 내용도 많지만 책 한 권으로 묶으면서 그 논지를 세우고 부족한 부분은 새로 쓰거나 대폭 보강했음을 밝혀둔다.
난 택시운전사의 눈이 좋다
저자가 책에서나, 일상에서나 늘 강조하는 '자기 성찰'에 대한 글로 끝을 맺겠다. 저자의 삶의 자세이면서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의 자세로도 새겨둘 만한 부분이다.
\"나는 지식인으로서의 눈길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나는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내 눈길이 '택시운전사'의 것이기를 바란다. 그 눈은 지금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또 앞으로 나아가면서 그 앞으로 나아갈 길을 헤아리며, 하나의 층계를 올라설 때마다 시야가 새로워진다는 것을 아는 눈이다. 또 택시운전사의 눈은 지나온 길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눈이다. 그것은 습관적으로 무심코 다니던 길보다 더 좋은 길은 없는지 끊임없이 살피는 눈이다. 또한 노상 다니는 길만 다니지 않고 온통 길이란 길은 모두 다닐 수 있는, 그런 자유를 가진 눈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개선과 진보라는 이름의 손님을 태운 택시운전사의 눈을 갖기를 바란다.\"
홍세화가 말하는 홍세화
두 가지 우연이 있었다. 하나는 프랑스 땅에 떨어진 것. 또 하나는 파리에서 빈대떡 장사를 할 자본이 없었다는 것. 아무 카페든지 한 귀퉁이를 빌려서라도 빈대떡 장사를 해보겠노라고 마누라와 꽤나 돌아다녔다. 그 때 수중에 돈이 좀 있었다면 지금도 열심히 빈대떡을 부치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나는 빈대떡을 아주 잘 부친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대신에 '나는 빠리의 빈대떡 장사'? 글쎄,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아무튼 두 가지 우연과 몇 가지 필연이 합쳐져서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나는 나이를 꽤나 먹었지만 나이 먹기를 거부하려고 한다. '양철북'의 소년도 아니면서 말이다. 나이 먹기를 거부한다는 게 주책없는 일임을 안다. 그렇다고 그게 하릴없는 수작이라고까지는 생각지 않는다. 장교는 나이를 먹으면서 진급한다. 사병은 나이를 먹어봤자 사병으로 남는다. 실제 전투는 주로 사병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이 사병으로 남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나는 끝까지 사병으로 남겠어. 오래 전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따라서 나에겐 나르시시즘이 있다. 내 딴에는 그것을 객관화함으로써 자율통제 하려고 애쓴다. 그러면 전투는 왜 하는가? 살아야 하므로. 척박한 땅에서 사랑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싸워 작은 열매라도 맺게 하는 거름이고자 한다. 거름이고자 하는 데에는 자율통제가 필요치 않다. 욕망이 춤춘다. 그렇다. 나는 살아서 즐거운 '아웃사이더'이고 싶다.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
덧붙이면 홍세화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아웃사이더 논객이다. 과거라는 거울과 프랑스라는 거울로 우리 사회의 환부를 사정없이 도려내어 만천하에 드러내기를 주저하

목차
서문 돌아온 자의 돌아보기 ... 11
1부 쎄느강에서 한강까지 ... 25
2부 한국의 지식인에게 ... 81
3부 빠리통신 ... 169
4부 한국 사회의 진보를 찾아서 ... 231
5부 희망 찾기 ... 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