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노래, 영화, 드라마, 개그, 스포츠, 게임에서부터 거리응원과 인터넷 문화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젊은 세대가 즐기고 누리는 갖가지 문화현상들을 저자가 보고 음미하며 그 의미를 추적한 것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연구자나 비평가로서의 자의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유유자적하게 문화의 숲을 거닐며 우리 시대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한자와 한글이 병기된 《雜多 잡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문화현상이라는 의미에서 ‘雜多’이고, 저자가 직접 몸으로 경험한 문화현상이라는 의미에서 ‘잡다’이다.
출판사 서평
개요
이 책은 일상과 문화가 구분되지 않는 오늘날의 다양한 문화현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문화가 몸과 무의식’이라는 점이다. 즉, 문화는 우리의 몸을 관통하며 무의식을 구성하는 운동성이고, 취향의 무의식이 발현되는 독특한 영역이다. 이 책의 제목이 한자와 한글이 병기된 《雜多 잡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한자인 ‘雜多’는 저자가 옹호하고자 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의미하고 있으며, 한글 ‘잡다’는 손으로 물건을 만진다는 기초적 의미의 한국어 동사로서 저자가 주제를 포착하고 몸으로 경험한 문화...
개요
이 책은 일상과 문화가 구분되지 않는 오늘날의 다양한 문화현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문화가 몸과 무의식’이라는 점이다. 즉, 문화는 우리의 몸을 관통하며 무의식을 구성하는 운동성이고, 취향의 무의식이 발현되는 독특한 영역이다. 이 책의 제목이 한자와 한글이 병기된 《雜多 잡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한자인 ‘雜多’는 저자가 옹호하고자 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의미하고 있으며, 한글 ‘잡다’는 손으로 물건을 만진다는 기초적 의미의 한국어 동사로서 저자가 주제를 포착하고 몸으로 경험한 문화현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50편의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틀에 짜인 하나의 문화이론에 얽매이기보다는 그 문화를 향유할 당시 저자가 읽어내고 경험한 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화적 표정과 목소리에 더 주목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저자에게 포착된 문화현상들은 50편의 글 속에서 매우 자유롭고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라고 말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 에서는 기억을 환기시키는 선명한 이미지도 없고 정체성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도 없는 상태의 어정쩡한 표정을 통해 386세대의 내면풍경을 읽어내고, 영화 와 만화 《로망스》에서는 노인들 역시 일과 사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하는 인간임을 말하고, 의 ‘생활 사투리’에서는 차별이 아닌 차이의 문화적 표지로서의 사투리에 대한 관심이 주변부 또는 마이너리티에 대한 배려로서 문화의 다양성을 형성하는 근원적 힘의 표출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터넷 시대인만큼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문화현상 역시 저자의 관심 안에 있다. 한동안 인터넷에서 회자되었던 외계어에 대해서는 초기의 채팅문화에서 비롯된 구어체에서 더 나아가 문자 디자인 내지는 타이포그라피의 차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보며, 2003년 1월 25일에 있었던 인터넷 마비 사태에 대해서는 정전이나 단수와 달리 왜 불편하지 않고 불안한지 문제를 제기한다.
이 밖에도 축구에서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분출구를 읽어내고, 영화 에서 이광수의 소설 《무정》을 떠올리며 과외의 문화적 의미를 말하고, 인간복제와 관련해서는 복제 불가능성을 꿈꾸며 복제 메커니즘으로부터의 탈주를 욕망하며, 종로서적의 부도처리에 즈음해서는 종로서적이 문닫는 것보다는 종로의 상징이었던 종로서적에 얽힌 추억의 사라짐에 아쉬워한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현상들을 저자는 하나의 텍스트로서 읽어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우리 시대의 문화적 의미들을 기록하고 있다.
추천의 글
김동식은 소장 국문학자이며 촉망받는 문학비평가이다. 그 자산 위에서, 그러나 지금, 그는 자기 시대에 대한 명민한 관찰자로서의 문화분석가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보고 음미하며 추적하고 밝혀내는 것은 팝과 영화로부터 개그, 스포츠, 게임, TV 드라마, 유행, 추리소설을 거쳐 인터넷과 컴퓨터 언어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우리 특히 젊은 세대가 혹은 즐기고 누리는, 혹은 불평하고 의아해하는 갖가지 키치적 문화현상들이다. 그 다양하고 숱하게 자잘한 것들을 가로지르며 김동식은 그것들이 내화하고 있는 근원과 잠재하고 있는 의미를 캐내며 현대 문명의 정치적 무의식과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의 이런 시각과 분석 방법은 가령 그 자신이 인용하고도 있는 롤랑 바르트의 《현대의 신화》와 같은 작업이 우리에게도 가능해졌음을 가리킨다. 이 책이 그 겉보기보다 중요하게 읽혀야 할 것은 그의 이 같은 메타비평적 작업을 통해 바로 현대 한국인의 자화상을 탈신화화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스스로에 대해 성찰할 계기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 김병익(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김동식은 이어폰을 낀 문학평론가다.” 이 문장 어디에 강세를 주느냐는 읽는 자의 자유겠으나 처음 나는 ‘평론가’에 힘을 주어 읽었다. ‘문학’을 강조했던 적도 있었으나 이 책을 읽고 나선 ‘이어폰’에 방점을 찍는다. 이때 ‘이어폰’은 당대 현실에 대한 수평적 옹호를, ‘문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수직적 경의를, ‘평론가’는 그 둘의 결합을 상징한다. 이 세 범주는 김동식이라는 문장 안에서 행복하게 공존하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한다. 지식인들은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김동식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 생각을 하면 그가 좋아진다. 반가운 마음에 그의 책을 거푸 읽는다. 갈피에서 천 개의 눈이 열린다. ― 김영하(소설가)
김동식에게는 세상 전체가 책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을 ‘읽는다’. 책은 또 그에게 세상이다. 그래서 책을 ‘본다’. 책 읽듯 세상을 읽고 세상 보듯 책을 본다. 그의 시선은 예민하고 문체는 부드럽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화한 문체 속에 그의 삐딱한 태도가 숨어 있다. 세상 속에 스며 사는 것 같아 보여도 실은 돌아서 있다. 조용한 삐딱함 속의 기개, 그 힘으로 그는 글을 쓰고 비평정신을 유지한다. ― 성기완(대중음악 평론가)
☞ 저자 소개
김동식 (金東植)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했고 「한국의 근대적 문학 개념 형성과정 연구」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계간 『문학동네』에 을 발표하면서 비평활동을 시작했다. 문화무크 『이다』의 편집동인과 문화웹진 『펜슬』의 기획위원이었으며, 현재는 계간 『문학과사회』의 편집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비평집 《냉소와 매혹》,《소설에 관한 작은 이야기》가 있다.

외계어가 확산되면서 인터넷의 여러 게시판에서 지속적으로 논쟁도 이루어졌다. 물론 한쪽은 문법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한쪽은 외계어로 대응을 하는 코믹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한글의 훼손과 의사소통의 장애를 근거로 제시했고, 찬성하는 쪽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개성 표현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외계어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계어가 과연 언어민족주의와 의사소통의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한글 자모로 한정되어 있던 문자기호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관념을 심하게 흔들어 놓은 문화적 경험이라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단순한 말장난인가, 새로운 언어의 출현인가 - 인터넷상의 외계어에 관하여. 137페이지)

‘생활 사투리’에는 사투리와 관련된 우리의 관습화된 생각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측면들이 숨어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외국어(영어)와 표준어와 사투리의 관계가 위계적인 서열관계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생활 사투리’는 하나의 예문을 돌아가며 표준어, 외국어, 사투리로 번역하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으며, 사투리에서도 네이티브 스피커의 발음이 존중되어야 함을 은연중에 강조함으로써 사투리의 독자성을 강조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외국어, 표준어, 사투리는 서로서로 번역이 가능한 언어, 달리 말하면 대등한 지위를 가진 언어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외국어, 표준어, 사투리 순으로 서열화되어 있는 우리의 언어현실에 대한 풍자적인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내 아~를 나도.” - 〈개그콘서트〉의 ‘생활 사투리’. 214페이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할 줄 알어?〉를 들어보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불쾌했다. 음란하다고 알려진 가사가 도덕감정을 자극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왜 그런 기분 있지 않은가. 파격적인 성애(性愛)영화라는 소문을 듣고 제 돈 주고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화질도 엉망이고 설정도 진부한 필름이었음을 확인했을 때의 더러운 기분 말이다. 펑크(funk) 리듬을 가져다가 이처럼 단조롭고 지루한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가사만 자극적일 뿐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는 밍숭맹숭한 노래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그녀는 예뻤다〉에서 보여준 박진영의 감각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으로서는 음악 자체가 너무나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기껏 이 정도의 노래를 놓고 기자회견까지 여는 난리를 쳤단 말인가. 한국 대중문화의 한심한 수준을 한눈에 보여주는 한 편의 코미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짜 성해방론자를 위하여 - 박지윤의 노래 〈할 줄 알어?〉. 252~253페이지)

다른 측면에서 눈에 띈 대목은 디지털 카메라가 우리들에게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진, 그림, 동영상과 같은 시각적 이미지는 사진작가나 화가 또는 영화감독과 같은 전문가들이나 만드는 것이고, 일반인들은 그냥 수용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지를 대할 때에도 의미와 메시지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전통적인 접근방식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일반인들을 이미지의 단순한 수용자에서 능동적인 생산자로 바꾸어 놓는다. 디지털 카메라 사용자들은 이미지의 주체적인 생산자이길 원하고, 이미지의 생산 과정이 즐거운 놀이이기를 욕망하며, 다른 사람과 이미지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소통의 관계들을 만들고자 한다. “이미지를 가지고 어떻게 놀 수 있을까”에 대해서 즐겁게 고민한다고 보면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표현한다 - 디지털 카메라의 문화적 의미(하). 265페이지)

목차
머리말-나를 자극하고 매혹시켰던 문화적 텍스트들...4
'해질 녘의 감수성' 속에 펼쳐지는 386세대의 내면풍경...14
우리는 여전히 운명적 사랑을 갈망한다...20
일반대중의 분노 섞인 풍자가 가지는 힘...26
...
함께 늙어갈 밴드가 있다는 것은...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