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분석을 통한 전복과 자율적 주체성의 생산. 정신분석학은 왜 반동적인가? 정신분석은 왜 혁명적이지 못한가? 이 물음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대한 도전이자, 정신분석을 현실과 대면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의 연장선상에서 가타리는 정치와 정신분석의 단순한 결합이 아닌 '횡단'을 꿈꾸며 새로운 정치적 실천의 영역을 모색한다.

기존의 구조주의적 분석을 벗어난 새로운 무의식 분석을 통해 가타리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율적인 주체성을 생산하는 방식에 천착한다. 이 책에서 그는 언어학과 기호학 비판을 통해 무의식 분석에 새 장을 열어 보인다.
출판사 서평
새로운 무의식 분석을 통해 전복적이며 자율적인 주체성의 생산을 꿈꾸다
가타리의 무의식 연구는 프로이트처럼 과거의 억압된 것을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라캉처럼 상징적?인 구조화를 통해 생산되는 주체에 대한 관심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변형해나가는 이행 구성요소를 찾아내려는 관심을 향해 있다.
기존의 구조주의적 무의식 분석을 벗어난 새로운 무의식 분석을 통해 가타리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율적인 주체성을 생산하는 방식에 천착한다. 결국 가타리에게서 무의식 분석은 인간 주체의 원인을 추적하는 ...
새로운 무의식 분석을 통해 전복적이며 자율적인 주체성의 생산을 꿈꾸다
가타리의 무의식 연구는 프로이트처럼 과거의 억압된 것을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라캉처럼 상징적인 구조화를 통해 생산되는 주체에 대한 관심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변형해나가는 이행 구성요소를 찾아내려는 관심을 향해 있다.
기존의 구조주의적 무의식 분석을 벗어난 새로운 무의식 분석을 통해 가타리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율적인 주체성을 생산하는 방식에 천착한다. 결국 가타리에게서 무의식 분석은 인간 주체의 원인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주체의 미래를 구성해나가는 실천학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가타리가 처음으로 체계적인 한 권의 책으로 저술한 《기계적 무의식》은 무의식 분석을 통해 권력의 미시적 작동을 예리하게 감지해내는 그의 날카로운 정신과, 생물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박학이 두드러지는 그의 대표작이다. 여기서 그는 기존 정신분석학에 대한 비판에서 한걸음 나아가 언어학과 기호학 비판을 통해 무의식 분석의 새 장을 열어 보여준다.
이 책은 가타리가 1979년에 발표한 《L'inconscient machinique ; essais de skizo-analyse》를 번역한 것으로,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기존의 정신분석학이 이론적 근거 내지 배경에서 상당 부분을 빚져온 언어학과 기호론에 대해 그것들이 어떻게 무의식을 구조화하고 규정짓는지를 분석한다. 가타리는, 정신분석학자들이 소쉬르의 기표에 대해 숱하게 언급하면서 정작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또한 그는 정신분석학과 언어학, 기호론이 모두 구체적인 정치적.사회적.기술적 영역에 대한 (자신들의) 기존의 문제 설정에서 조금도 이탈하려 하지 않는 것을 개탄한다. 언어학과 기호론에 대한 비판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2부에서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1부에서 분석한 내용을 적용해본다. 이 과정에서 가타리만의 방법론(‘분열분석’)이 펼쳐진다.
책의 뒷부분에 번역어 일람표와 주요 용어설명을 덧붙여 난해한 가타리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가타리의 문제의식
정신분석은 왜 반동적인가? 정신분석은 왜 혁명적이지 못한가?
이 물음은 그동안 의문의 여지없이 신성시되어온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대한 도전이자, 정신분석을 현실과 대면시키려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구조를 탐색하는 정신분석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을 강조하였고, 합리성이 아닌 비합리성을, 이성이 아닌 욕망(광기)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였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정신분석은 ‘이성’과 ‘역사의 진보’를 전제로 하는 근대적인 문제 설정에 대해 언제든 비판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프로이트에서 융에 이르기까지 정신분석은 무의식이 주체를 규정한다는 측면만을 강조했다. 주체가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나가기보다 본원적이고 생물학적인, 상징적이거나 혹은 구조적인 무의식이 ‘나’라는 존재를 구조화한다는 입장에 서 있었다. 즉 무의식에 의한 주체의 규정이 정신분석학에서 지배적인 흐름이었다. 이 때문에 정신분석은 전복적인 주체의 생산이라는 문제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이 문제에 반기를 든 것은 빌헬름 라이히(W. Reich, 1897～1957)였다.
정치(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프로이트)을 결합시키려 했던 라이히. 국가의 해체와 가족의 해체, 즉 권력의 해체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움직임은 그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라이히의 문제의식을 받아들이면서도 가타리는 라캉과 접속하게 되었다. 라캉은 소쉬르의 언어학과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적 인류학을 정신분석학에 도입함으로써 프로이트를 구조주의적 흐름 속에서 재구성하였다. 라캉은 구조주의적 해석으로 기울긴 했지만, 정신분석학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고 반동적 학문이라는 정신분석학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1962～1969년까지 라캉과 함께 작업했던 가타리는 보르드 병원에서 정신병자들을 치료하면서 집단 및 제도에 대한 분석이 개인의 분석에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프로이트의 무의식 분석을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장(場)으로 열어젖혔다. 여기서 그는 콤플렉스론이나 라캉의 구조주의적 환원론에서 벗어나 집단과 제도에 대한 분석으로 넘어갔다. 가타리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단순한 결합을 꾀하는 데서 더 나아가 더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면서 탈근대적인 문제 설정으로 나아갔다.
마르크스주의가 사회관계(계급관계)의 재편을 목표로 했다면 가타리는 그 사회관계의 내부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선들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권력이 작동하는 미세한 방식까지를 포착하려고 했다. 그 와중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주체성’의 문제였다.
가타리는 권력에 의해 규정지어지고 조종당하는 주체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만들어나가는 건강한 주체성을 만드는 것이 사회 변혁의 핵심적 사안이라고 생각했다. 가타리의 무의식에 대한 탐구는 바로 이러한 여정에 속한다. 그는 병약한 사람들의 무의식을 탐색하면서 거꾸로 건강한 주체성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는 항상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교과서나 프로이트식의 정신분석이 어떻게 (주체를 억압하는) 권력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체계화하고 구조화하고 설명하고 주체를 어떤 설명의 틀 안에 집어넣으려는 모든 시도를 권력의 미시정치로 생각했다. 나아가 이러한 권력의 미시적 작동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고민했다.
미셸 푸코가 권력의 미시물리학을 연구하여 권력의 미시적 작동을 분석하고 권력 장악 테제의 허위성을 밝혀냈다면, 가타리는 ‘욕망’의 미시정치학을 통해 ‘전복’을 꿈꾸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욕망의 흐름(과 그것이 분출하는 방식)을 분석하게 되는데, 그것은 무의식 분석을 통해 이루려 했다. 결국 그는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작용하는 권력들과 그것의 미시적 작동들을 가로지르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무의식, 기계적 무의식
가타리는 무의식을 어떤 특정한 것으로 규정하는 태도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한다. 기존 정신분석학에서는 무의식이란 정신적인 과정에 속하며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인간 정신의 심층 기저에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가타리는 무의식이란 우리의 현실 생활 속에서 우리의 몸, 우리의 사회관계에 붙어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보았다. 억압된 것의 저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재료라고 생각했다. 좀더 적극적으로는 무의식이 우리의 몸과 사회관계를 바꾸어나가는 이행 구성요소로서의 역할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누구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구조주의적 정신분석학자들의 무의식은 프로이트파나 융파나 라이히(Wilhelm Reich)파의 무의식보다도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고백해야겠다! 나는 오히려 무의식이란, 우리 주위의 어디에나, 몸짓에도, 일상적 대상에도, TV에도, 기상징후에도, 더욱이 당면한 큰 문제에 있어서조차도 우리에게 붙어 다니는 어떤 것이라고 보고 싶다. (나는 예를 들면 선거캠페인 때마다 변함없이 겉만 바꾸는 ‘사회의 선택’이라는 문제를 떠올린다.) 따라서 무의식은 개인의 내부에서 그 사람이 세계를 지각하거나 자신의 신체나 자신의 영토나 자신의 성을 체험하는 방식에서뿐만 아니라, 부부나 가족이나 학교나 이웃이나 공장이나 경기장이나 대학 등의 내부에서도 작동한다. 달리 말하면 무의식은 무의식 전문가의 무의

목차
제1부 기계적 무의식
제1장 서론-로고스 혹은 추상기계
제2장 언어에서 밖으로 나오다
제3장 언표행위 배치, 변형 그리고 화용론적 장
제4장 기표적 안면성, 도표적 안면성
제5장 리토르넬르의 시간
제6장 분열분석을 위한 기준표지
보론-제7장 기호들의 분자적 횡단
제2부
제1장 기호적 허탈로서 스완의 사랑
제2장 하나의 리토르넬르에 대한 9가지 배치
제3장 기계적 영토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