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이 고향인 소설가 이청준, 시인 김영남, 화가 김선두가 함께 던지는 화두는 '고향'과 '예술 세계' 사이의 관계이다. 유년 시절 고향 마을과 어머니가 계신 옛집을 떠올리며, 세 사람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고향과 잊혀지지 않는 옛 사연등을 각각 산문, 시, 그림으로 전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 그리운 고향 앞바다, 어머니 품처럼 편한 고향의 살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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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고향을 가슴속에 원형 그대로 간직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마치 줄을 끊고 날아간 연처럼 고향으로 가는 길도 막히고 허물어지고 끊어지고, 어린 날의 추억을 함께 간직한 고향의 땀 냄새 같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고향은 어떤 얼굴로 남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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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는 전남 장흥이...
◆ 그리운 고향 앞바다, 어머니 품처럼 편한 고향의 살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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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고향을 가슴속에 원형 그대로 간직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마치 줄을 끊고 날아간 연처럼 고향으로 가는 길도 막히고 허물어지고 끊어지고, 어린 날의 추억을 함께 간직한 고향의 땀 냄새 같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고향은 어떤 얼굴로 남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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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는 전남 장흥이 고향인 소설가 이청준과 시인 김영남, 화가 김선두가 나고 자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예술세계의 모태가 된 고향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의 글과 그림은 잊고 살았던 고향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우리 삶에서 고향이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아버지처럼 든든하게 지켜주었으나 결국 넘어서야만 했던 고향의 큰산, 부모님의 고단한 삶의 터전이 된 회진포 앞바다, 허기진 오후의 풍경, 전쟁중에도 마냥 신나기만 했던 가을 운동회와 소풍날, 상처만 남은 슬픈 가족사까지……. 고향은 허기진 어린 날의 얼굴이기도 하지만, 가슴이 무너질 듯 애잔한 추억이기도 합니다.
지친 어깨를 고향의 언덕배기에 기댈 수도 있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겐 무덤덤한 풍경이지만, 사연과 이야기를 담고 있어 숨넘어갈 듯 아름다운 고향의 정경 앞에서 가슴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계셔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어도 어머니를 품고 있는 곳, 내 뿌리가 있는 곳, 고향은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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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한 세 저자들에게 고향은 참으로 특별한 곳입니다.
아버지와 손위 형제들을 일찍 여의고 가세가 기울어 도망치듯 떠나온 고향은 이청준에게 아픈 상처였습니다. 쉬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던 고향. 그러나 다시 돌아온 고향은 관용의 성지였다고 그는 말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계시고 이웃이 있는 고향은 작품의 배경이 되어주기도 하고, 주제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고향과 가족은 외면하고 싶던 부끄러운 지난날을 똑바로 쳐다보게 한 힘입니다.
김영남 시인의 고향 마을은 산과 산 사이에 장대를 걸치면 걸쳐질 것 같은, 산으로 빙 둘러싸인 곳입니다. 그의 시 곳곳에는 산에 둘러싸인 마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입동 무렵이면 마을 아낙들이 모여 수다를 떨면서 김장을 담그고, 남은 배춧잎으로는 시래깃국도 끓여먹었을 것입니다. 시장에서 미장원에서 매일처럼 만나는 낯익은 아줌마들 또한 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얼굴입니다. 그 속에는 어머니의 둥근 얼굴도 보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고무줄은 어머니라고 말하는 김영남 시인의 시 속에서 고향은 사람들이 사는 정겨운 마을입니다. 때론 남편의 폭력도 횡행하고 더러는 집을 나가는 아줌마도 있지만, 사람이 사는 곳 고향입니다.
앞에 두 저자와 달리 김선두 화백에게는 아버지의 모습이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교사였던 아버지는 학교를 그만두고 화가가 되었습니다. 화가란 직업은 경제적인 고통과 함께 가족과의 이별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린 김선두에게 크레파스를 쥐어주던 아버지. 중학교 무렵 서울에 올라올 때까지 조부모님과 함께 고향에서 살았던 그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풍부한 자연 환경에서 자랐고 그 자연 환경이 그의 미술세계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향 마을에 있는 소나무 두 그루를 아버지와 자신이라고 생각한 그의 호는 ‘이송'입니다. 아버지도 화가였으며 자신도 화가이고, 아들까지 그림그리기를 즐긴다는 그의 말에서 화가 삼대의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그에게 고향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
한편 김선두의 그림은 이미지를 화폭에 옮길 때 나타나는 과감한 시각적 실험을 통해 구도와 형상, 색감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성격을 형성하고 있어 회화적 실험정신을 보여줍니다.
영화 〈취화선〉에서 주연배우 대역으로 장승업의 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선두의 정겨운 수묵채색화에서는 고향 바닷가의 구성진 남도 가락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는 그림이란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과 느낌, 생활의 반영이며 자신의 삶을 에워싼 여러 가지 조건들에 대한 반응이 함축되어 표현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그의 생각들은 자신을 낳고 키워낸 남도의 자연과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땅의 따스함과 애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도 풍경을 담은 그의 그림을 접하는 순간 우리는 관찰자라기보다는 남도의 가락을 들으며 어느 고즈넉한 시골길에서 만나는 여행자가 되고 땅의 체온과 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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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은 전라남도의 바닷가 마을입니다. 특별한 관광지도, 유적지도 아닌 작은 고장이지만 구수하고 질박한 사투리가 있고, 하루의 노동을 이끌어가는 육자배기 가락이 있습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뻘 같은 정이 있고, 서화와 예술의 깊이를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세 명의 저자들이 자신들의 삶과 예술에서 고향을 자신과 동화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것은 이런 정붙이들에게서 받은 특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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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준이 말하는『옥색 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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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고향 동네를 무대로 여러 편의 소설을 써온 내겐 항상 그 고향 풍물과 사람들에 대한 마음속 지도가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삼 년하로 서울에 올라와 같은 글길을 가고 있는 김영남 시인 역시 그 시어들이 늘 고향 하늘과 바다 빛에 젖어 있고, 목소리엔 어릴 적 오가던 산길 들녘길의 푸나무 향내가 묻어나는 걸 읽곤 했다. 뿐만 아니라 김 시인과 엇비슷한 연배의 한국화가, 한국 현대화의 새 길을 열어가는 김선두 화백의 그림들에도 고향의 산과 들녘 빛, 그 땅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정겨운 땀 냄새와 소망과 그리움이 밑그림으로 자리해 있음을 느끼곤 했다.
우리 셋은 이를테면 각기 그 고향 풍물과 사람들에 대한 동질의 정서 지도를 지녀온 셈이다. 그러나 그 지도는 겹치는 부분이 많으면서도 서로 엇갈리는 대목 또한 없지 않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한 장의 고향 지도를 위해선 바로 그 엇갈리는 대목이야말로 서로간에 미처 읽어내지 못한 그 땅의 다른 소중한 속살 부분임을 알게 되었다.
하여 우리는 어느 계기에 마음을 한데 묶어 우리들만의 새 고향 지도를 그려보기로 하였다. 시장이, 소설장이, 그림장이 세 사람의 눈으로 고향 함께 읽기, 장르가 조금씩 다른 셋이서 각기 자기 시와 산문과 그림을 바탕 삼아 함께 나선 고향 기행길인 셈이다.
우리 삶에 그 숙명의 그림자와도 같은 ‘고향’이란 무엇인가. 이후 근 3년 동안 우리가 거듭해온 고향길 화두는 물론 ‘그 고향의 참모습이 무엇이며 우리가 그 깊은 속살을 어떻게 읽어내야 하느냐’였다. 나아가 ‘우리는 어떻게 그 땅의 비의秘意와 마주할 수 있으며, 우리 삶과 예술이 진정 그 땅의 계시와 사람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느냐’였다.
자연히 우리는 끊임없이 그 모토母土와의 염원 어린 대화를 시도했고, 세 사람 서로간에도 같은 성질의 대화를 계속했다.(……중략)
그 대화와 염원의 과정 혹은 흔적들을 추려서 한자리에 묶은 것이 이 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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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서문 〈고향 속살 함께 읽기〉 중에서

목차
고향 속살 함께 읽기 / 이청준
'고향 젖가슴 만지기'와 '아랫도리 만지기' / 김영남
내 유년의 삽화 한 장 / 김선두
고향 어귀
시인, 화가와 고향 봄길을 가다
모든 고향에는 무지개가 뜬다
입동 무렵
영혼의 소리를 듣는 화가
가을에는 천관산으로 조랑말을 몰고 가세
천관산 문학공원
푸른 밤의 여로 - 강진에서 마량까지
가을 하늘에 해금이 있다
삶의 향기, 말씀의 향기
어머니가 계신 옛집
검정 고무줄에는
섭섭 할머니의 야윈 젖가슴
'아줌마'라는 말은
철부지 출향과 게자루
땅 위를 기어가는 것들에는
해변의 육자배기
그리운 옛집
나는 을 이렇게 썼다
가을밤이 되면
바닷가 성묘길
유년이 뛰노는 고향 마을
언덕 위에 그대가 파릇파릇하다
가을 추억 두 가지
회진항에는 허름한 하늘이 있다
아름다운 주름살
밤나무 동산으로 추석을 가꾼 어른들
팽나무와 매미 울음소리의 추억
고향 옛길이 증발하고 없네
큰산 너머 넓은 세상
공포감의 뿌리 - 고향의 순수
능금을 쳐다보며
허기진 연
지워지지 않는 손금
영산홍 쓰다듬으며 호랑이를 잡는다
보림사 참빗
학으로 날아오르는 산
가을 하늘
삶으로 맺고 소리로 풀고
동백꽃
소매치기와 장흥장 풍경
박, 그 잠든 풍경에 동참하고 싶다
이 나이의 빚꾸러미 - 꽃이 핀들 아는가 새가 운들 아는가
저무는 길
세 예술가의 한 고향 읽기 / 이윤옥
장흥을 아십니까? / 방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