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고증학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전근대 시기 유학은 그 학문적 의도가 오해되거나 가치가 폄하되어 왔다. 현대 (특히 서구) 역사학자들의 고증학에 대한 연구는 대개 두 개의 상반된 경향을 보였다. 즉 단순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학술 운동으로 보거나 송대부터 발달한 ‘신유학의 전개’로서 나타난 학문 태도로 평가한 것이 그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벤저민 엘먼(Benjamin A. Elman)의 책 [성리학에서 고증학으로](From Philosophy to Philology―Intellectual and Social Aspec...
고증학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전근대 시기 유학은 그 학문적 의도가 오해되거나 가치가 폄하되어 왔다. 현대 (특히 서구) 역사학자들의 고증학에 대한 연구는 대개 두 개의 상반된 경향을 보였다. 즉 단순히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학술 운동으로 보거나 송대부터 발달한 ‘신유학의 전개’로서 나타난 학문 태도로 평가한 것이 그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벤저민 엘먼(Benjamin A. Elman)의 책 [성리학에서 고증학으로](From Philosophy to Philology―Intellectual and Social Aspects of Change in Late Imperial China)는 1984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어 많은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벤저민 엘먼은 중국 사상사와 사회사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온 인물로, 그는 이 책에서 위와 같은 종래의 시각에서 벗어나 중국의 유교가 ‘성리학에서 고증학으로’ 방향을 바꾼 역사적 변화에 중점을 두어 이를 치밀하게 구성하였다.
사상사와 사회사를 결부시킨 치밀한 고증학 연구
중국사상사에서 청대의 학술은 새롭고 중요한 변화를 상징한다. 고증학으로의 사상적 혁명은 제도적인 상황, 사회 정치적 사건 등의 변화를 포함한다. 학술 담론에서의 이러한 극적 변화는 그 용어, 개념, 학술 프로그램을 제공한 외부 제도에 의거하고 있었다. 따라서 내재적, 외재적인 역사의 상호 작용은 모두 중요하며 두 과정은 동시적이었다.
[성리학에서 고증학으로]는 (일본과 중국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내재적인 사상사와 외재적인 사회, 정치 제도들을 결부시키고자 한 의식적인 노력의 소산이었다. 17~18세기에 고증학이 강남의 ‘학술공동체’ 안에서 번성하게 된 것은 바로 위와 같은 내재적, 외재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부제(Intellectual and Social Aspects of Change in Late Imperial China)에서도 직접 언급되어 있듯이, 이것이 이 책 [성리학에서 고증학으로]의 가장 큰 의의라 할 수 있다.
성리학에서 고증학으로의 역사적인 전환
중국 전근대 시기의 인식론적인 혁명에서 전문적인 ‘학술공동체’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였다. 학술공동체 성원들은 그들의 연구에 있어서 독자성을 보장받았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그동안 무시되어 온 연구 문제를 발전시켰다. 만청滿淸 정부는 비정치적인 성향의 고증학이 흥성하도록 안정적인 틀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고증학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만청 정부의 정치적 탄압이 18세기 고증학의 유행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었다. 청대의 정치적 탄압은 사상 검열 차원에서라기보다는 문화적 정통성을 수호하는 면에서 오히려 뚜렷하게 표명되었다. 지은이의 이러한 주장은 ‘비정치적인’ 고증학이 출현하게 된 배경이 만청 정부의 압박이라거나 텍스트에만 몰두함으로써 생긴 지식인들의 나약함의 결과라는 식의 단순한 분석을 부정한다.
전근대 중국의 정치적 담론에서 경학은 중심적 위치를 차지해 왔다. 이것은 유가적 통치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관념적 근거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정통적인 지위를 고수해 온 송대의 정주학은 16세기부터 도전을 받아 그 해석과 평가에 대해 논전이 전개되었다. 사상적, 철학적 지향의 중요한 변화는 이미 17세기 중국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17세기 학자들은 명대 후기의 당파싸움에 진저리를 쳤으며, 명조의 멸망이라는 치명적인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혼란에 처하게 되었다. 많은 학자들은 지식을 규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실증적인 척도를 선택하였다. 18세기 고증 운동을 전개한 학자들의 수많은 정치적․사상적 선택은 그들의 연구 전략과 마찬가지로 17세기에 형성되어 공유되던 인식론적인 견지에 좌우되었다. 그들은 학술적으로 철저한 일관성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므로, 미신의 숭배를 타파하고 언어적인 혼란을 제거함으로써 영원한 질서의 기초를 찾아내려고 했다. 그들은 고대 경전의 정확한 연구와 재구성을 통하여 그런 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18세기 청대의 지식인 사회를 철저히 분석
이 책의 주요한 결론의 하나인 양자강 하류(강남)에서 발달한 ‘학술공동체’를 설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푸코의 ‘담론’ 이론과 토머스 쿤의 ‘과학공동체’ 이론을 수용하였다. 이것은 중국의 전근대 후기, 특히 18세기에 유행한 중국의 실증적인 학술 경향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데 적합하였다. 이 시기에 출현한 강남의 ‘학술공동체’는 개인적, 제도적 관계가 결합된 복잡한 네트워크로 혈연, 지연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사회구조였다. 이것은 고증학자 개인과 광범위한 사회적 환경 사이를 중재하고, 독창적이고 엄격한 비평적 학술 성과에 대해 격려하고 경제적으로 후원하는 등 고증학 운동을 지지하였다. 이것?

목차
한국어판 서문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1. 전근대 후기의 담론 혁명
1. 양자강 하류 학술계의 상황
학술 내부 및 외부 환경의 역사 / 양자강 하류의 연계망
2. 만청 시대의 정치와 학술
만주?족의 정책과 고증학 / 사회비평가 대진: 고증학에서 다시 철학으로 / 금문 경학의 정치관: 고증학과 성리학
3. 도학의 해체
고증학의 목적 / 비평과 회의 / 과거와 현재
2. 도심과 인심 논쟁
1. 송대의 해석: 의리적 접근
2. 송대 소학의 활용: 첫 번째 단계
3. 명대의 주석: 의리의 재확인
4. 명대 소학의 활용: 고거실학 대 의리철학
5. 명청 시기 고증학의 영향

3. 고증학과 공유된 인식론적 관점의 형성
1. 청대 고증학의 출현
고증 담론의 기원 / 명대 중후기 지식인 담론의 변화 / 오경에 대한 관심의 부활
2. 명조 멸망의 영향
사상적 반응 / 경세 의식과 몰락하는 도덕적 수양
3. 실증 학풍의 영향
한학과 송학 / 고유한 경학과 과학 전통의 부활 / [사고전서] 편찬 작업
4. 전문화와 실증 학풍
문헌의 진실성과 그 복원 / 강남의 역사 연구 / 제자학: 선진 사상 기류의 부활 / 18세기 강남의 자연과학과 수학 / 고증에 종속된 과학
4. 강남 학자들의 전문직업화
1. 고증학자들의 사회적 기원
2. 전근대 후기 사회에 나타난 전문직업화 현상
3. 관료 및 준관료 조직의 후원
서건학의 후원 / 18세기의 후원 / 완원의 후원
4. 강남의 학술공동체 내에서의 서원
17세기의 지식인 사회 / 관판 서원의 발전 / 관판 서원과 고증학
5. 지식인의 역할 변화
직업으로서의 교육 / 개인적인 연구 활동과 막료 생활 / 비관료 조직을 통한 수입원 / 강남의 연구 기구
5. 학술, 도서관, 서적 출판
1. 강남의 장서루
강소와 절강의 장서루 / 18세기 항주의 장서루
2. 강남의 출판업
총서의 역할 / 강남과 북경 간의 도서 교역 / 장서루와 출판에 대한 청 황실의 지원
3. 참고 자료와 고증학
4. 학문의 분류
6. 강남 학술공동체의 교류 채널
1. 연구 방식의 공유: 차기체 저작들
2. 고증 담론 내의 자료의 활용
염약거의 고문 [상서] 연구 / 수학, 천문학, 고고학 / 고증학의 자료 활용과 인용 / 고고학과 금석학 / 금석학이 청대 서법에 끼친 영향 / 족보와 연보
3. 공동 연구, 서신 왕래, 모임
고문 [상서]에 대한 논쟁 / 고증학에서의 서신의 역할
4. 축적된 성과물에 근거한 연구
청대 학술의 연속성 / 1740년 이후에 진행된 [상서] 연구 / 음운학의 연구
5. 우선권 논쟁
고문 [상서]의 우선권 논쟁 / [수경]의 우선권 논쟁 / 그 밖의 우선권 논쟁
6. 고증학의 발전성
7. 대단원
1. 고증 운동의 좌절
경세 의식과 금문학 / 광주의 방동수: 한학 비판 / 한, 송학 절충론
2. 태평천국운동의 충격
사상적 충격 / 학술과 동치중흥
3. 에필로그
감사의 말(초판)
추천의 말(초판)
역자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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